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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고사를 거부하고, 체험학습을 허가했다는 이유로
은평 구산초 정상용 선생님이 해임을 당하셨습니다.

아직 공대위가 꾸려지기 전이지만, 구산초를 가까이 두고 있는 은평 당협에서는
무엇이라도 해야겠다는 마음에, 12월 14일 일요일 오후
구산초 곳곳을 돌며 피켓 시위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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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산 사거리에서 구산초를 거쳐 구산 역 근처까지 곳곳을 돌며
전날 만든 한 장짜리 소식지를 사람들한테 나눠주기도 하고,
닫힌 가게 문틈 사이로 밀어넣습니다.
집집마다 우편함에 꽂아 넣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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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오후 두시....길거리에는 사람들이 많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한시간 넘게 걷고 또 걸으면서, 한 번씩 큰소리로 외치면서
피켓 시위를 했습니다.  

무슨 일인지 모르는 사람들이 참 많았습니다.
"이게 뭐에요?"하고 묻는 분들한테는 하나하나 자세히 설명해 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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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코 지나치는 어른들도 많았지만, 아이들은 달랐습니다.
'구산초'를 아는 아이들, '정상용 선생님'을 아는 아이들이 많아서 그랬을 지도 모릅니다.

"정상용 선생님, 알아요."
"헐~!"
"시험이 뭔데.! 시험 안 본게 무슨 죄라고!" 
"한 장 더 주세요."

저희들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고, 전단지도 더 달라고 하고,
친구들한테 얼른 말해야 겠다고...
그렇게 대낮에 맞닥뜨린, 조금은 이상해 보이는 어른들 이야기를
사심없이 들어줍니다. 그리고 누구보다 흥분합니다. 

급하게 준비한 피켓 시위를 마치고, 돌아온 우리들.
스스로 바라보기에도 '조악한 시위'였다는 걸 인정합니다. 

하지만, 비록 정말 작은 몸짓이었지만
'항의'하고 싶었고, 동네사람들한테 알리고도 싶었습니다. 

학생과 학부모 선택을 존중한 정상용 선생님 해임은
부당하다는 사실을.
더 나아가, 정상용 선생님처럼 부당하게 해임된 다른 선생님들도 계시다는 것.

한 걸음 더 나아가,
그런 처사를 내지른 서울시 교육청의 비행을,
그런 처사를 비겁하게 치러낸 공정택 교육감,
우리 손으로 뽑은 것이 얼마나 잘못된 일인지를. 
말하고 싶었습니다. 

열 명 정도가 치러낸, 조악한 피켓 시위 
앞으론 정리된 모양새로 다듬어 가야하겠지요. 
은평에서 벌어진 일만은 아니니까요.
그리고 제대로  '힘'이 되는 그런 행동을 해야할 테니까요.  

우리들의 작은 몸짓이 그런 준비를 만들어가는 데
적어도 저희들한테는 첫 걸음이 된 것 같아,
피켓 시위를 마치고 돌아가는 발걸음이 참 가벼웠습니다. 

다 떠나서 '뉴스'로 만났을 때랑...
이렇게 직접 '몸'으로 만났을 때랑.
같은 사건을 두고 마음이 반응하는 정도가 달라집니다. 

이럴 때면, 꼭 떠오르는 문구가 하나 있습니다.
정말 많이 알려진 말이지만...  저한텐 늘 새롭게 다가오는 말이지요. *^^*

머리 좋은 것이 마음 좋은 것만 못하고
마음 좋은 것이 손 좋은 것만 못 하고
손 좋은 것이 발 좋은 것만 못합니다.

관찰보다는 애정이, 애정보다는
실천적 연대가, 실천적 연대보다는
입장의 동일함이 더욱 중요합니다.
입장의 동일함, 그것은 관계의 최고 형태입니다. 

- 신영복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