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가 굶어죽었다고?
최근 전북 순창의 한 축산농가에서 소 아홉 마리가 굶어죽었습니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사료값을 영세 축산농가에서 감당하지 못해 생긴 일입니다. 사료값을 대려고 빚내고 논팔다 더 이상 팔 것이 없어서 여물통이 비었답니다. 며칠 물만 먹다 어린 송아지들부터 죽어나갔습니다.
도시로 사람들이 모여들고 아파트가 들어서고 자동차로 출퇴근하기 시작한건 한국사에서 불과 반 세기가 되지 않습니다. 소 팔아서 자식 결혼시키고, 소 팔아서 등록금 대느라 대학이 '우골탑'으로 불렸던 게 겨우 몇십 년 전입니다. 그리고 2012년 한국의 농촌, 사료값이 없어 소가 굶어죽었습니다.
한우산업은 FTA 발효될 때 대표적인 피해산업 중 하나입니다. FTA로 관세가 철폐되니 소/돼지고기 수입이 급격하게 늘어납니다. 수입쇠고기에 밀리고 치솟는 사료값에 치이면서, 소 한 마리를 2년 길러 100만원 손해봅니다. 영세 축산농가들부터 줄도산이 불 보듯 뻔합니다. 한미FTA 시대, 내년에도 워낭소리를 들을 수 있을까요?

굶어죽은 한우 아홉 마리를 애닳아 하노라
'대통령이 직접 소 키워보라'며 농민들이 청와대로 소를 끌고가려던 시도가 무산되길 두 차례. 1월 20일, 서울역 앞에 소들이 등장했습니다. 진보신당은 귀향객들에게 한미FTA의 해악을 알리고 축산농가 피해 대책을 정부에 요구하는 퍼포먼스를 벌였습니다.
"농부는 굶어죽어도 종자를 베고 죽고, 내 배 곯아도 소는 굶기지 않는다 하였거늘, 제 잇속 챙기기 바쁜 나랏님들 놀음에 애먼 축생의 목숨이 끊어졌으니 오호 통재라- 아깝고 불쌍하다" (축문 중에서)
진보신당 당원들이 소 탈옷을 입고 "소잡는 FTA 소 살리는 진보신당"이라 쓰여진 몸벽보를 둘렀습니다. 빗방울이 하나 둘 떨어지는 가운데, 소들이 차가운 시멘트 바닥에 쓰러지는 플래쉬몹을 연출했습니다. 홍세화 진보신당 대표가 향을 사르고 이재기 진보신당 살림실장이 축문을 읽으며, 굶어죽은 한우 아홉 마리의 넋을 위로하는 위령제를 지냈습니다.
소는 농민이, 개그는 개그맨이, 정치는 진보신당이!
한우가 굶어죽은 이 사건은, 한국사회를 살아가는 구체적 개인의 삶에서 한미FTA라는 새로운 경제체계가 얼마나 폭력적으로 구동될 것인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에 지나지 않습니다.
진보신당은 국가권력과 재벌기업이 손잡고 통과시킨 한미FTA를 규탄합니다. 또한, FTA에 첫삽을 뜬 노무현 정부 당시의 한명숙 전 총리가 민주통합당 대표가 되니 당당히 '폐기'를 부르짖는 말바꾸기 행보에 대해서도 심각한 우려를 표합니다. 진보신당은 한미 FTA 전면폐기를 외치는 진보 사회단체 그리고 시민들과 연대하여 FTA 철폐에 앞장설 것입니다.
다시 한 번, 권력과 이윤의 논리에 희생당한 한우 아홉 마리의 넋들을 위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