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5일 저녁, 쌍차 거리강연 둘째마당이 대한문 앞에서 열렸다. 이날 강사는 홍세화 진보신당 대표와 홍종인 금속노조 유성지회장.
홍 대표는 노동시간 단축의 역사를 간략히 설명한 후 노동의 위계화를 넘어서는 연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홍종인 지회장은 "밤엔 잠 좀 자자"는 슬로건으로 진행한 야간노동 철폐 투쟁을 이야기로 풀어나갔다.
아래는 이번 거리강연을 기사화한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의 6/17 기사 전문이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6월 17일자 기사
http://www.catholic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7497
홍세화, "지금 여기서부터 고통을 줄여나가자"
6월 15일, 대한문 앞 거리 강연 '시대를 묻다: 톡톡톡' 둘째 마당
홍세화 진보신당 대표, 홍종인 금속 유성지회장 나서
“‘비교적’ 알뜰한 당신이 무슨 까닭에, 말미암아, 때문입니까~ 모른 척 하십시다요~”
홍세화 진보신당 재창당 준비위 상임대표가 가사를 바꿔 부르는 트로트 <알뜰한 당신>이 덕수궁 대한문 앞에 울려퍼진다. 여기저기서 박수 소리가 터지고 ‘앵콜’이 연호되자 홍 대표는 쑥스러운 듯 “당원 가입, 해 주실 거죠?”라며 반주도 없이 세 곡의 노래를 불렀다. 이 모습에 관객석에 앉아 있던 김정우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은 “공부는 안 하고 노래만 하셨구나” 하며 참석자들과 함께 웃음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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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세화 진보신당 재창당 준비위 상임대표(왼쪽)와 홍종인 유성기업 지회장 |
6월 15일 오후 7시, 대한문 앞에서 정리해고에 맞서 오랜 시간 싸우고 있는 노동자들의 현실을 알리기 위한 거리 강연 ‘시대를 묻다: 톡톡톡(Talk Talk Talk)’ 두 번째 마당이 열렸다. 이날에는 홍세화 대표와 홍종인 금속노조 유성기업 지회장이 강연자로 나서 시민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홍세화 "투쟁의 역사 인식하는 것, 자본주의 사회에서 주체적으로 살아갈 힘이다"
홍세화 대표는 “거리에서 만나니 더 씩씩해진다”고 인사를 건네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는 “우리가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 공교육 사회 과목에서 자본주의에 관해 배우는 것은 당연한 일인데도, 대한민국에서는 자본주의를 공부하면 국가보안법에 걸린다"며 "노동과 자본의 모순 관계에 대해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사회화 과정을 겪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서 그는 자신이 망명했던 프랑스의 노동 시간 단축의 역사를 설명했다.
“19세기 초반 노동자들의 노동 시간은 16시간이었다. ‘과연 인간의 삶일 수 있는가’라는 물음이 제기됐고 싸움이 벌어졌다. 1831년 리옹 지역 견직 노동자들의 투쟁 때, 중앙정부는 파리에서 2만의 군대를 파견했고 수많은 노동자가 죽었다. 그러나 이후 살아남은 이들의 노동 시간은 14시간으로 단축됐다. 이것이 역사다.”
홍 대표는 “이런 역사를 인식할 때 노동 운동과 사회 투쟁의 중요성을 인식할 수 있고, 그것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주체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힘이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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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시대를 묻다: 톡톡톡' 두 번째 강연이 열리고 있다. |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우리 사회의 '분할 통치' … 대한문이 풍요로운 '연대'의 자리가 되길"
또한, 그는 “로마 시대 다수를 지배하는 통치 방식이었던 'Divide and rule', 이른바 '분할 통치'가 한국의 노동 현실에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며 노동의 위계화를 지적했다.
“노동자가 하나의 계급이면 단결하여 저항할 힘을 갖게 되기 때문에 위계화하는 것이다. 대기업 남성 노동자, 중소기업, 공기업, 정규직, 하청노동, 비정규직, 아르바이트 등으로 엄청난 위계화가 일어나 ‘포함된 자’와 ‘배제된 자’의 구분이 이루어진다. 그것이 정리해고와 비정규직의 문제이다. 결국 그 위계화에 스스로가 포섭되어 노동자 연대의 정신을 잃어버리는 것이 우리가 당면한 현실이다."
홍 대표는 "어떤 의미로 우리 자신을 되돌아 볼 것인가" 물으며 "밑으로, 아래로의 연대, ‘하방 연대’가 가장 중요한 시대적 과제이며 진보 정치도 거기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칼 맑스의 말을 인용해 “인간의 삶이란 그가 맺는 사회적 관계의 총화이다. 사회가 지나치게 소유에 치우쳐서 관계의 의미가 소멸되었다"라고 비판하며 "가장 아름다운 관계인 ‘연대’를 풍요롭게 하는 것이 대한문, 이 자리의 의미가 되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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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으로 홍 대표는 ‘지금, 여기’라는 말을 강조했다.
"오지 않은 미래의 불확실성 때문에 오늘을 성실하게 살기 어렵다고 말한다. 불안한 미래를 위해 오늘을 온통 저당 잡히고 있는 현실이다. 청소년들만 봐도 알 수 있다. 가장 중요한 시간인 ‘지금’을 잃어버리고 있지 않은가? 지금, 여기의 고통과 불행을 줄여나가는 끊임없는 행동으로 살아가자. '나 아닌 또 다른 나'들과 함께 연대할 수 있다는 것을 지금 경험하면 미래에 대한 불안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홍종인 유성기업 지회장 "밤에는 잠 좀 자자!" … 야간 노동 철폐 외친 싸움 1년째
홍종인 지회장은 "'밤에는 잠 좀 자자!'를 슬로건으로 야간 노동 철폐를 외쳤던 유성기업의 투쟁은 이제 막 1년을 넘기고 있다"면서 그동안의 경과를 소개했다.
“2011년 5월 18일 유성기업은 합의했던 주간 연속 2 교대제를 시행하라는 노동자들의 요구를 묵살하고 불법적인 직장 폐쇄를 강행하고, 용역 깡패를 투입했다. 2011년 8월 22일 법원 중재로 현장에 복귀하기까지 석 달이 넘도록 조합원들은 비닐하우스 농성 투쟁을 벌였다. 그러나 조합원의 현장 복귀 직후, 회사는 27명을 해고하고 세 차례에 걸쳐 지회 소속 조합원 대부분을 징계했으며 어용노조를 내세워 교섭권을 박탈했다. 현재 노조는 현장 투쟁과 법률 투쟁을 병행하고 있다.”
홍 지회장은 “투쟁 과정에서 동료들이 쇠파이프에 맞고 머리가 깨지는 현장을 목격하면서도 함께했을 때 투쟁은 조기에 끝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자본가는 조직을 와해시키려 개인적으로 협박, 회유했다”고 비판하며 “그러나 갈등과 아픔 속에서도 함께 투쟁하는 동지들을 가슴으로 얻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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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가 끝난 후 질의응답 시간에 한 시민은 “홍세화 대표의 강의를 대한문 앞에서 들으니 감격스럽다”며 “박원순 시장이 시청의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사회 전반에 어떤 파급 효과를 가져오리라 예상하는가” 하고 물었다. 이에 홍 대표는 "매우 환영할만한 일"이라고 평가하면서도 "거꾸로 생각하면 그동안 정규직이어도 될 많은 일자리가 비정규직으로 돼 있었다는 뜻도 된다. 박원순 시장은 그것을 제자리로 돌려놓고 있는 것”이라고 답했다.
대한문 앞 거리 강연, 8월 3일까지 매주 월 · 금요일 오후 7시에 열려
거리 강연 '시대를 묻다: 톡톡톡'은 매주 월 · 금요일 오후 7시에 각계 저명인사와 장기 투쟁 사업장의 노동자가 함께 이야기 손님으로 나서 8월 3일까지 계속된다. 앞으로 다큐 <당신과 나의 전쟁>의 태준식 감독, 정신과 전문의 정혜신 씨, YTN 해직 언론인 노종면 씨, 방송인 김미화 씨, 심보선 시인 등과 콜트·콜텍, 전북고속, 재능교육, K2 등 노동자들이 현장의 이야기를 들려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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