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2017년 대선을 탈핵을 위한 정치사회적 합의의 장으로
- 후쿠시마 핵사고 6주년을 맞아
후쿠시마에 끔찍한 재앙이 벌어진지 6년을 맞았다. 핵 오염에 의한 공포는 6년 전 후쿠시마라는 시공에 갇히지 않는다. 핵 오염은 후쿠시마 근해를 넘어 태평양과 전 지구로 확산되고 있고 이 오염이 치유되는 시간은 몇 만 년이 걸릴 것이다. 세계 최대의 핵발전소 밀집지역, 일촉즉발 전쟁 위기를 되풀이하는 세계 유일의 냉전 지역에 해당하는 한반도에 후쿠시마 핵 참사는 탈핵이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임을 자각케 하였다. 그러나 이 성찰은 핵 산업을 매개로 결탁된 국가와 자본의 강고한 이해관계를 깰 실천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한반도 남쪽에서 2016년 진도 5.8 규모를 포함한 수백 건의 지진이 발생해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한반도가 대형 지진으로부터 안전한 지대가 아니라는 과학적 분석이 잇따랐다. 끊이지 않는 핵발전소 납품 비리도 대자연의 경고에 못지않게 핵발전소 사고 위험을 높이는 요인이다. 고준위 핵폐기물을 포함한 방사성폐기물은 처리 및 저장 기술을 확보하지도 못한 상태에서 포화 상태로 치닫고 있다. 급기야 대전에서는 한국원자력연구원이 비용 절감을 위해 핵폐기물을 무단 방출하여 불법 폐기하는 사고까지 일어났다. 이 모든 사건들은 핵으로부터 안전한 세상은 핵발전소를 완전히 없애는 탈핵 이외에는 근본적 대안이 없다는 사실을 가리킨다.
한국 정부는 근본적 대안을 추구하는 대신 핵 발전을 더욱 확대하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2016년 말 현재 25개의 핵발전소가 운영 중인 상태이고 여기에 신고리 4호기, 신울진 1, 2호기, 신고리 5, 6호기 등 5개의 핵발전소가 건설 중이다. 정부는 2029년까지 신울진 3, 4호기, 영덕 1, 2호기를 비롯해 6기의 핵발전소를 추가로 건설한다는 계획이다. 정부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올해 6월까지 운전하고 폐쇄가 결정된 고리 1호기를 제외하고, 2029년까지 우리나라는 36기의 핵발전소를 운영하게 된다. 지금도 핵발전소 세계 최고 밀집 지역에 더 촘촘하게 핵발전소를 짓겠다는 정부가 ‘핵마피아’의 두목이 아니라면 무엇일까.
시민사회의 높아진 경각심을 반영해 정치권이 확장 일변도 핵 발전 정책과 다른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탄핵 정국에서 벌어지는 주요 대선 주자들의 탈핵 메시지는 진행되는 위기의 수준에 비해 너무 소박하고, 당론의 형태로 추진되는 것도 아니어서 그 의지조차 의심스럽다. 탈핵 행보에서 그나마 앞서 있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는 신규 원전 건설은 중단되어야 한다고 말하지만 현재 운영 중인 핵발전소는 설계수명을 지키자고 한다. 이 주장대로라면 현재 운영 중인 신고리 3호기의 설계수명이 끝나는 2075년이 되어야 탈핵이 가능할 것이다. 당면한 위기의 문제를 우리 시대 이후의 후대로 넘기는 것은 정치가 아니라 회피에 불과하다.
노동당은 지난 총선에서 신규 핵발전 건설 중단, 2030년까지 노후 핵발전소 폐쇄, 2040년까지 모든 핵발전소 폐쇄를 주장했다. 노동당은 당면한 위기에 비춰 이 시한도 너무 멀다고 판단해 2017년 대선에서는 이를 앞당긴 정책을 내놓을 것이다. 인근 주민의 방사능 피폭이 확인된 월성 1호기는 즉각 폐쇄 절차에 들어가야 한다. 특히 대형 지진 발생 위험에 노출된 동해안 주변 12기의 핵발전소도 수명에 관계없이 폐쇄 계획을 즉각 진행해야 할 것이다.
탈핵은 대안 에너지의 개발과 보급과 같이 가야 한다. 탈핵에너지전환기본법을 만들어 핵발전소 폐쇄와 신재생너지 개발과 보급 지원 등의 로드맵 마련을 위한 법률적 근거로 삼아야 한다. 행정부의 에너지 정책이 핵 산업계의 요구와 이해에 휘둘리지 않도록 독립적인 에너지 규제 기구를 설립하고, 신재생 에너지 확대를 지원하고 고무하는 세제 및 제도를 수립할 필요가 있다. 중앙집중식 에너지 체계를 지역에너지 중심 체계로 전환하는 것도 중대한 과제이다.
탈핵을 위한 이 모든 과제의 중심에는 에너지를 자본의 이윤 추구를 위해 더욱 상품화할 것인가, 인간과 모든 생명의 생존과 복리를 위해 복무하는 공공재로 가져갈 것인가 하는 선택의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 핵에너지가 안전하고 저렴하다는 그간의 신화는 이제 더 이상 설 자리가 없다. 그러나 현실을 호도하는 신화가 깨졌다고 해서 자동으로 현실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 후쿠시마는 지상의 모든 핵발전소와 핵무기를 없애라고 말한다. 이 절규에 화답하는 것은 핵 발전 유지·확대를 경제적·정치적 이익으로 삼는 핵마피아를 제압하는 것이다. 노동당은 한국에서 치러질 2017년 대선이 탈핵을 위한 정치사회적 합의의 장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2017. 3. 9. 목, 노동당 대변인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