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블랙리스트 실체 철저히 조사하고 엄중 처벌하라
- CJ대한통운의 ‘택배기사 블랙리스트’ 작성·운용 의혹
박근혜 정권에서 청와대가 주도적으로 문화계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관리하더니, 군사독재 시절 노동운동을 탄압하는 수단으로 쓰였던 블랙리스트의 망령이 노동계에서도 되살아났다.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택배연대노조)은 지난 4일 기자회견을 열어 "블랙리스트가 CJ대한통운에 존재한다는 정황증거가 드러났다"며 "이는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과 여러 법규를 위반한 범죄 행위"라고 비판했다. CJ대한통운에서 노동조합 활동에 참여한 택배기사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취업 불이익을 주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이날 택배연대노조가 공개한 대화록과 문자메시지 등에 따르면 CJ대한통운은 '취업불가 명단'을 만들어 운영하면서 특정 택배기사들의 구직활동을 관리한 것으로 드러났다. 택배연대노조가 공개한 문자메시지에는 '노동조합 창립총회에 참가할 경우 대리점 계약을 해지하겠다' '노동조합 결성 문제로 해고된 택배기사의 취업요청을 거절하라'는 등의 내용이 담겨있다.
또한 대리점 소장이 블랙리스트에 오른 택배 노동자에게 "본사에서 '취업 불가' 명단에 포함돼 있어서 사번 발급이 되지 않는다고 한다"라고 말했다는 증언도 이어졌다.
무엇보다도 블랙리스트를 통한 취업제한은 근로기준법 위반이다. 제40조(취업 방해의 금지)를 통해 ‘누구든지 근로자의 취업을 방해할 목적으로 비밀 기호 또는 명부를 작성·사용하거나 통신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며, 이를 어길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리는 중범죄에 해당한다.
게다가 이번에 블랙리스트 작성·운용 의혹을 받는 CJ대한통운은 택배연대노조 설립 과정에서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던 대표적인 기업이다. 그동안 노동법의 사각지대에 놓였던 전국의 택배 노동자들이 올해 1월 8일 전국단위 노조를 결성한 것이 지금의 택배연대노조다. 택배연대노조에 따르면 CJ대한통운은 노조 가입과 창립대회에 참가하려는 택배기사들에게 ‘대리점 계약을 해지하겠다’, ‘불이익을 주겠다’ 등의 협박을 일삼았다고 한다. 이러한 CJ대한통운의 노조 탄압 행태는 근로기준법은 물론 노동조합법, 공정거래법 위반이며 헌법 제33조에 보장된 노동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다.
택배 노동자들은 하루 15시간, 한 달 25일을 일한다. 월 375시간, 연간 4,500시간을 일하는 것으로, 정부 공식 노동자 평균 노동시간의 2배에 달한다. 고용노동부는 택배 노동자들을 부당한 노동조건으로 내모는 블랙리스트의 실체에 대해 즉각적이고도 철저한 조사를 펼쳐야 한다. 조사 결과 밝혀진 위법 행위에 대해서는 강력한 행정 조치와 처벌이 뒤따라야 함은 물론이다.
(2017.4.5.수, 평등 생태 평화를 지향하는 노동당 부대변인 류증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