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앞 탈핵시위, 수많은 요구들을 봅니다

이경자 부대표는 원자력위원회와 청와대 앞에서 탈핵을 요구하며 화요일마다 1인 시위를 하고 있는데 지난 20일은 31번째 되는 날이었습니다. 대표단 회의 참관에 앞서 이경자 부대표와 함께 1인시위를 했습니다.
지난 19일 0시를 기해 한국의 첫 원자력발전소인 고리 1호기가 40년의 가동을 멈추고 영구정지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날 문재인 대통령은 “탈원전, 탈석탄 로드맵과 함께 친환경 에너지정책을 수립하겠다”라는 의지를 밝혔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언급한 내용은 ▲ 원자력안전위원회의 대통령직속위원회 승격 및 다양성, 대표성, 독립성 강화 ▲ 준비 중인 신규 핵발전소 전면 백지화 ▲ 설계수명연장 중단 ▲ 월성1호기 가급적 빨리 폐쇄 ▲ 신고리 5‧6호기에 대해 빠른 시일 내 사회적 합의 도출 ▲ 석탄화력발전소 신규 건설 전면 중단 ▲ 산업용 전기 요금 재편 등 이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고리 1호기 영구 정지 기념행사에서 대통령 후보 시절 탈핵 공약을 다시 한 번 확인한 것은 긍정적이라 할 수 있었습니다. 이는 그동안 국민들의 강력한 탈핵 요구가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고, 핵발전 일변도의 정책에서 벗어날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라고 보여집니다.
하지만 생태적인 전환과 핵에너지에 대한 의존에서 벗어나 생태공화국을 지향하고 있는 노동당의 입장에서 보면 미흡하고 분명한 한계가 있습니다.
대통령의 이번 선언은 대통령 후보 시절에 맺었던 협약 내용을 부분적으로만 담고 있었습니다. 특히, 계획 단계인 신울진 3‧4호기와 신고리 5‧6호기의 백지화는 물론 운영허가 이전인 신고리 4호기를 포함해 신울진 1‧2호기의 잠정중단과 국민적 합의를 약속했습니다.
고리1호기의 폐로 결정은 이미 2015년에 결정된 내용입니다.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이야 말로 신규 핵발전소 전면 백지화의 상징이며 탈핵의 첫 단추입니다. 하지만, 신고리 5‧6호기 건설을 즉각 중단하지 않고 사회적 합의 도출이라는 애매한 표현으로 여지를 남긴 것은 매우 실망스러운 일입니다. 대만의 경우 이미 98%의 공정률을 보였던 제4 핵발전소 건설을 전면 중단시키기도 했습니다.
또 하나 고준위 핵폐기물 관리 계획이나 핵 재처리 실험, 탈핵에너지전환기본법 제정, 탈핵국민위원회와 같은 주요 현안은 언급조차 되지 않았습니다. 대통령의 탈핵 선언은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겠지만,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에 대해 분명한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는 것과 주요 현안을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협약의 이행에 대해서도 추진의지가 크게 보이지 않습니다. 대통령의 탈핵선언은 있었지만, 당분간 노동당의 탈핵 행동과 탈핵 시위는 계속 이어질 것입니다.
옆에는 오준호 당원이 시간강사법 폐기 1인 시위를 벌이고 있었습니다. 오준호 당원은 성공회대학교 비정규교수노조 소속입니다. 대학 시간강사 제도가 있습니다. 이 법은 박정희 군부 독재 시절 교수와 연구자를 통제하기 위해 1962년 도입한 이후 55년 동안 비정규교수들은고용불안과 저임금의 일상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시간강사법' 시행이 2018년 1월 1일로 예정돼 있는데, 통과된다면 비정규교수 수만 명이 대량 해고될 수 있습니다. 비정규교수노조에서는 시간강사법을 폐기하고 최저 생계에도 못 미치는 처우를 개선해 줄 것을 요구하는 공동행동을 6월 한달 동안 진행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탈핵 1인시위를 하는 동안 주위를 둘러봤습니다. 인천의 불법파견을 인정하고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는 만도헬라 노동자들, 해직공무원의 복직을 요구하는 공무원노조, 세월호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시민, 사드배치에 반대하는 원불교 교무님, 셀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요구를 담은 피켓을 들고 청와대 분수대 앞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광화문 광장, 세종로, 청운동을 가득 메웠던 촛불은 사라지고 취임 1달이 좀 넘은 대통령에 대한 기대가 높습니다. 그러나 청와대 앞 분수대만 보더라도 한 여름 같은 날씨에 땀 흘리며 피켓을 들고 있는 사람들은 여전합니다. 사회적 경제적인 권리를 빼앗긴 사람들이고, 우리가 같이 연대하고 힘을 보태야 하는 사람들입니다. 여전히 우리는 해야 할 일들이 많이 남아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