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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헌법이 보장한 집회·결사의 자유를 허하라

- 희망버스 3인에 대한 파기환송심 선고에 부쳐

 


지난 2011년 한진중공업이 400여 명의 노동자를 정리 해고하려는데 맞서 진행된 희망버스사건으로 기소된 송경동(시인), 정진우(전 노동당 부대표), 박래군(인권중심 사람 소장)에 대한 파기환송심에서 부산고법이 송경동 시인에게 징역 16월에 집행유예 2, 정진우 씨에게 벌금 300만 원, 박래군 씨에게 벌금 200만 원을 선고했다.

 

412()에 열린 파기환송심에서 재판부는 201172차 희망버스 당시 경찰이 해산 사유를 밝히지 않고 내린 해산명령은 적법하지 않다는 대법원의 뜻을 받아들여 무죄를 선고했지만, 대신 대법원이 유죄로 인정한 1차 희망버스 과정에서의 집시법 위반·공동주거침입 부분과 2차 희망버스 과정에서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 1·2차 희망버스에서의 일반교통방해, 3차 희망버스 당시 집시법 위반 등의 혐의는 그대로 인정했다.

 

일부 무죄가 인정되긴 했지만, 문재인 정부 시대의 사법부도 여전히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집회·결사의 자유를 매우 제한적으로 해석하는 구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드러낸 판결이었다.

 

이번 판결은 국민의 평화적인 저항에 대해 일반교통방해죄 등을 무리하게 적용해 벌금을 남발하는 공권력의 관행을 묵인할 뿐만 아니라, 촛불 혁명의 과정에서 드러난 국민들의 높은 민주 의식과 주권 의식에 반하는 반민주적인 자세를 여전히 취하고 있는 한계를 보여주었다.

 

희망버스는 한진중공업 정리해고에 반대하는 크레인 고공농성을 지지하기 위해 2011611일부터 5차례에 걸쳐 수만 명의 시민이 자발적으로 버스를 빌려 모인 행사였다. 희망버스 연대운동은 실의에 빠져 있던 한국사회에 연대의 소중함과 평범한 이들이 모여 사회적 정의를 지키는 주체가 될 수도 있다는 희망을 던져준 새로운 연대의 출발이었지만, 이명박 정권에게는 공안탄압의 대상일 뿐이었다.

 

이명박 정권은 희망버스 기간 동안 총 450여 중대 병력을 동원했고, 현장에 차벽과 물대포를 동원하고 80여 명의 승객을 현장 연행하기도 했다. 참가비를 입금한 시민들의 통장을 압수수색하고 무차별적으로 휴대전화 위치추적을 했다. 심지어 전국의 버스 회사들을 탄압하고 부산의 보수단체들과 어버이연합이 동원된 관제 데모를 조직하기도 했다.

 

그동안 희망버스 운동과 관련하여 120여 명이 정식 재판을 받아 단일 사건으로는 지난 10년 새 최대 규모였고, 희망버스 승객들이 약식명령으로 받은 벌금액수는 18천여만 원으로 집계된다. 이명박, 박근혜 정권은 노동자들의 투쟁에 함께하려는 시민들의 자발적 저항과 연대를 차단하기 위해 희망버스에 대한 무차별적인 처벌을 진행한 것이다.

 

촛불 항쟁으로 세워진 문재인 정부 시대에도 이명박과 박근혜 정권 당시 내렸던 판단과 다를 바 없는 판결을 되풀이하는 사법부의 모습에서, 우리는 뿌리 깊은 사법 적폐의 또 다른 양상을 발견한다.

 

우리 헌법 제21조는 모든 국민에게 집회·결사의 자유를 보장할 뿐만 아니라, “집회·결사에 대한 허가는 인정되지 아니한다라며 집회는 허가의 대상이 아님을 분명히 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집시법을 들먹이며 집회 금지통고를 남발하고 집시법 위반, 공무집행방해, 일반교통방해 등의 혐의로 집회·결사의 자유를 억압하고 있다.

 

사법부는 판결을 통해 헌법에서 보장한 집회·결사의 자유를 짓밟는 공권력의 관행을 근절하라. 그것이 헌법 정신을 구현하고 법치주의를 지키는 사법부의 소명이다.

 

(2018.4.13. , 평등 생태 평화를 지향하는 노동당 대변인 류증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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