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동당의 시간은
지금부터입니다
결과에 연연하지 않고 시작한 선거였지만, 최악의 결과 앞에서는 동요할 수밖에 없습니다. 노동당의 대표로서, 노동당 당원 동지들과 노동당 지지자 여러분께 죄송하다는 말씀과 함께 깊은 감사의 인사드립니다. 거대보수양당이 국회를 독점하고 자유주의 독재가 시작되었다는 점에서, 이번 선거는 노동당만이 아니라 이른바 진보진영 소수정당들에게도 무거운 과제를 남겼습니다. 동시에 노동당 내적으로는 사회주의 노선의 재정립과 조직 재건과 강화를 위한 동력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유의미한 선거이기도 했습니다.
이번 총선 기간 노동당은 역대 최소의 조직이었으나 어느 때보다 선명하고 강한 조직이었습니다. 모두가 차악 또는 차선을 이야기할 때, 노동당은 최악의 조건 속에서 최선의 선택을 했습니다. 당의 일상을 이어가기에도 벅찬 소수의 인원으로 총선에 대응해야 했습니다. 공공무상정책과 불평등 세습 근절, 그리고 사회대전환 등의 15대 핵심공약을 통해, 먼 미래를 위한 이상이 아니라 지금 당장 한국사회에 절박한 과제를 제안했습니다.
그리고 분투했습니다. 오랜 기간 당에서 멀어져 있던 당원들이, 선거라고는 처음인 신입당원들과 함께, 공장으로 거리로 나와 때로는 작열하는 태양 아래에서, 때로는 거센 바람과 폭우 속에서 노동당을 알렸습니다. 복직투쟁 중인 해고노동자와 코로나 사태로 당장의 끼니 걱정을 해야 하는 예술노동자를 비롯한 많은 당원과 지지자들이 피 같은 선거자금을 모아주셨습니다. 갈등과 분열의 상처를 치유하고 노동당이 가야할 방향을 공유했으며 함께 실천할 과제를 논의했습니다. 평등·생태·평화를 지향하는 사회주의 정당, 노동당의 대장정은 지금부터 시작입니다.
단언컨대 노동당은, 우리는 옳습니다. 생존경쟁과 불평등으로 불안과 죽음이 일상화된 야만의 시대를 끝내기 위해서는 사회주의 체제로 전환해야만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노동당의 정치는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다만 과거와는 다를 것입니다. 과거보다 선명한 사회주의 노선 아래, 과거와는 다른 조직으로, 다른 정치를 시작하겠습니다. 제안했던 총선 공약은, 국회가 아닌 각 지역과 부문 현장에서 채워가고 실천해 가겠습니다. 선거기간 중지됐던 조직 재건 논의와 실행은 선거기간 결집한 당원의 힘을 토대로 더욱 힘차게 이어 가겠습니다.
노동의 개념과 정치의 영역을 확장하여 노동계급을 주체로 한 사회주의를 향한 정치, 노동당이 시작하겠습니다. 노동자가 왜 노동당을 모르느냐 묻기 전에, 노동당이 오늘의 노동자를 얼마나 아는지부터 자문하겠습니다. 노동자가 왜 노동당을 지지하지 않느냐 탓하기 전에, 노동당이 오늘날 한국의 노동자와 함께 얼마나 싸웠는지부터 자성하겠습니다. 이를 토대로 노동당은, 심화될 경제 위기의 국면에서 더욱 거세질 자본의 공세에 맞서 최전선에서 강고하게 연대하고 투쟁해 나가겠습니다.
정당 지지율 0.12%라는 무참한 패배는 결코 잊지 않겠습니다. 그러나 또한 잊지 않겠습니다. 1956년 11월, 혁명을 위해 쿠바행 배에 올랐던 82명의 전사 중 생존 인원은 체 게바라를 비롯한 단 12명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들이 있었기에 2년 뒤 쿠바 혁명이 가능했습니다. 우리에게는 노동당 당원으로, 사회주의자로 살다 죽겠다는 당원 1만이 있습니다. 1만 당원과 함께 노동당은 이제 각 지역과 현장에 붉은 깃발을 세워 나갈 것입니다. 노동당이 실천하는 다른 정치 다른 사회, 지켜봐 주시고 응원해 주시고 동참해 주십시오. 노동당의 시간은 지금부터입니다.
2020년 4월 16일
노동당 대표 현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