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삼성특검과 삼성의 ‘검은 거래’ 의심스럽다
납득할 수 없는, 그러나 예상된 결과에 대해
조준웅 특별검사께서 ‘면죄부 특검’의 정수를 보여주고 있다. 삼성특검은 삼성그룹 전략기획실이 차명으로 관리한 3조원대의 자금을 모두 이건희 개인돈으로 결론 내렸다고 한다.
이병철 유산으로 불린 이건희 회장의 개인 재산이라는 삼성측의 주장을 뒤엎을 증거가 없다는 거다. 납득할 수 없는, 그러나 충분히 예상했던 결과에 대해 진보신당은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
삼성SDS BW 저가발행-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 저가발행-e삼성 고소사건이 전략기획실 주도로 이뤄진 사실을 밝혀내고, 비자금 차명계좌를 확인했으며, 삼성생명 차명계좌가 2002년 대선 때 삼성이 정치권에 뿌린 비자금의 출처라는 것까지 밝혀냈으면서도 연루자들에 대한 마땅한 형사처벌 잣대를 찾지 못하겠다던 삼성특검은 이로써 이건희 회장 일가에 대한 처벌을 피할 수 있는 스스로의 알리바이를 만들었다.
그러나 삼성특검이 이를 찾지 ‘못한’ 것인지, 찾지 ‘않은’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처음부터 삼성 비리의 전모를 밝혀내겠다는 의지가 있었던 것인지, 대충 시간 끌다 용두사미된 수많은 특검들의 전철을 밟으려 했던 것인지 도무지 모르겠다. 삼성특검과 삼성이 뭔가 검은거래를 한 것이 아닌가 의심스러울 정도다.
하긴, 어느 누구하나 삼성으로부터 돈 먹지 않은 사람이 없으니, 제대로 된 '국가적 권력'이 작동될 리 있겠나.
2008년 3월 27일
진보신당 부대변인 이 지 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