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경찰 마음은 콩밭, 민생치안은 어디 갔나
<살인의 추억>을 다시 찍는 사회가 오면 안 된다
요즘 경찰이 이상하다. 자기가 있어야 할 자리를 제대로 못 찾고 있는 것 같다. 대운하를 반대하는 교수 모임에 가서 정치사찰을 실시하는가 하면 등록금 반대 집회에는 병력을 쏟아 붓고, 야당 후보의 정치 유세에 졸졸 따라다닌다. 그렇지만 며칠 전에 일어난 일산 초등학생 납치 미수 사건에서는 CCTV조차 확인하지 않는 전형적인 늑장 부실 수사 행태를 보였다.
이명박 대통령이 좋은 말씀을 하셨다. ‘국가가 해야 할 가장 큰 의무는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일’이란다. 백번 맞는 말씀이다. 그러나 실제 행보는 반대로 나가고 있다. 민생치안에 돌릴 수 있는 병력이 체포전담조로, 반대세력 사찰조로 나가고 있는 형편이다. 대운하 건도 그렇고, 쑥 들어간 영어몰입교육도 그렇고, 이제는 민생치안까지, 말과 행동이 이렇게 달라서야 누가 정부를 믿을 수 있겠는가.
봉준호 감독의 <살인의 추억>을 다시 찍는 사회가 될까봐 두려워진다. 경찰이 정권 반대 세력을 잡느라 혈안이 되어 정작 국민은 ‘강간의 왕국’, ‘폭력의 왕국’에 살아야 하는 사회가 될까봐 두렵다. 힘없는 여성과 어린이는 무슨 일을 당할지 몰라 바깥도 못 나돌아다니는 시대가 다시 올까 무섭다. 민중의 지팡이가 외도를 하면 국민은 이렇게 두려움과 분노에 떨어야 한다. 경찰은 콩밭 정치밭에 가 있는 마음을 다시 민생 치안에 돌리기 바란다.
2008년 3월 31일
진보신당 대변인 송 경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