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저를 간단히 소개하면 저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에서 활동하고 있는 배정학이라고 합니다. 3월 6일 진보신당 확대운영위에서 장애여성비례 1번, 비정규직 2번으로 우성 배정하기로 확정했다고 들었습니다. 그렇지만 이에 대해 여러 진보신당 당원분들이 재검토를 요청하는 입장을 밝히셨기에 이에 대한 제 의견을 밝히고자 합니다.
지금까지 많은 진보신당의 당원 분들의 입장은 “민주노동당에서 장애여성 1번, 비정규직 2번으로 했는데 민주노동당에서 우리가 정한 방침을 진보신당으로 입장이 바뀌었다고 바꿀 수 없고 그대로 가야 하는 것 아니냐”가 일반적인 정서였습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이창우 동지는 “민주노동당이 장애인 여성과 비정규직을 상위순번으로 배치한 것은 민주노동당 스스로가 진보정당임을 의심받으면서 뭔가 강한 '자기 현시'를 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강박에 시달렸기 때문이 아닐까요? 그 결과 스스로 정치적 자승자박의 길을 걸어간 것이라고 해석하면 무리일까요?”라고 하셨습니다.
“민주노동당에서 했으니 진보신당에서 그대로 가야한다”의 입장을 먼저 살피면 그리 틀린 말은 아니지만 장애여성을 1번, 비정규직을 2번으로 해야 하는 정당성이나 시대적 요구가 민주노동당에서부터 내부의 충분함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한 원인에 기인한다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이걸 감안했다면 진보신당에서 장애여성 1번 비정규직을 2번으로 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단지 민주노동당에서 했으니 진보신당에서 그대로 받아야 한다가 아니라 더 상위의 논리적 근거로 당원들을 설득할 수 있어야 했음에도 그러지 못한 것이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는 것입니다.
아쉬움이 남는다는 것은 이창우 동지의 표현처럼 비례할당을 정할 때의 민주노동당의 한계가 “자기 현시”나 “강박” “자승자박”을 낳을 수 밖에 없었다는 것입니다. 비정규직 투쟁에 민주노동당이 전당적으로 투신하지 못한 진보정당의 죄책감, 사회적 소수자인 장애인 운동에 대해서 사실상 장애인 당사자들의 입장을 전면적으로 대변하지 못한 죄책감, 노동과 농민 할당을 그대로 유지하기 위한 고육지책에서 장애비례할당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결과가 있었다는 것입니다. 이것을 단지 자기현시나 정치적 자승자박이라는 말로 지금의 장애여성1번 비례, 비정규직 2번 할당에만 문제를 떠넘길 수 없다는 것입니다.
저는 지금의 시점에서 더 중요한 것은 장애와 비정규직 우선 배정과 진보신당을 대변하는 유능한 일꾼중 누가 더 진보신당에 유리한가의 논쟁으로만 비례후보 추천을 이해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만약 이런 식으로 논쟁이 되면 이건 역시 진보신당이 총선에서 유의미한 세력이 되기 위한 ‘자기현시’나 ‘정치적 자승자박’으로 귀결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장애비례1번, 비정규직 2번 우선배정이든 기타 다른 부문의 전략공천이든 진정 중요한 것은 많은 진보신당 당원들이 우려하는 검증 없는 명망가들만의 배정이나 공천을 최소화 할 수 있는 진보신당내의 검증 시스템이나 아래로부터의 광범위한 의견 수렴을 거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선 배정받은 후보이든지 아니면 전략공천 받은 후보이든지 진보신당의 정체성에 맞는 후보인가, 진보신당의 얼굴로 이명박 정권과 맞 싸울 수 있는 후보인가, 부문의 이익만 대변하는 후보가 아닌 진보신당의 얼굴로 이명박 정권에 의해 고통 받는 민중들을 위해 싸울 수 있는 후보인가를 진보신당 모든 당원들로부터 광범위한 동의를 얻을 수 있는 정보를 충실히 제공하는 것입니다. 경력만 보고 후보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경로로 후보를 검증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만약 이것이 가능하다면 장애여성이 1번, 비정규직이 2번이 아니라 유능한 명망가나 일꾼을 뽑아야 한다는 논리는 그리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저는 이러한 방향으로 진보신당 당원들이 더 깊은 논쟁과 정보의 공유 속에서 진보신당에 맞는 후보를 뽑을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