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에 내가 쓴 글을 두고서 빠블리또님께서
격정에 찬 반박의 댓글을 달아주셨다.
글의 내용에 100%이상을 '이성적'으로 동의한다.
하지만 그 이상의 서운함도 만지작거리게 된다.
나는 어떤 '론'이나 '주의'를 표방하려고 글을 쓴 것은 아니다.
(물론 글에 그 혐의가 분명히 존재한다.)
그저 '뉴스가치'에 주목해서 글을 쓰게 되었다.
당선 유력권인 민노당 이정희 후보에 대한 '정보',
어제날자로 공천확정된 한나라당 '허숭'후보에 대한 '정보'....
그정도를 간단히 나누고 싶었던 것이다.
읽으시는 당원분들이 '아.....그런 경력이 있던 정치인들이구나' 정도만
느낌을 가지게 하고 싶었다.
그런데 하필이면 사용한 '서울대출신'카테고리와
매끄럽지 못하게 덧붙인 내 '결론'에서
읽다가 마음이 덜커덩 거리신 분들이 계실 것이다.
그 점, 쓰면서도 마음이 미치지 못한 것은 아니었으나,
글의 성격이 그저 '단상'정도인지라 크게 문제삼지는 않을 줄 알았다.
담배 한대 피워 물며 여러가지 생각도 더듬어 본다.
(여기서부터 '논리적으로는 비약'인 내용이 머리 들이민다)
100% 촘촘한 진보적 일관성만이 허락될 것 같은 이 숨막히는 분위기.
그게 한편으로 우리 스스로를 협소하게 만드는 '문제'는 아닐까?
'론'대 '론'으로 붙지 않고,
코멘트에도 단상에도 에세이에도 '론'으로 붙고 말아야만 직성이
풀리는 이 '융통성없는' 진보주의....
'마음'보다 '머리'가 앞서는 냉정한 진보주의....
'상대를 끌어 안는 애정어린 비판'보다는
'상대를 잘라내는, 마음을 헤집어 놓는 엄격한 비판'을 즐기는 냉혈의 진보주의...
우리 안에 분명히 존재하는 괴물같은 모습이다.
나는 특히 '좌파운동권'에게서 이런 모습을 많이 보아왔다.
NL이 엉터리 사상에 근거하고 있음에도 대중적으로 우위에 서는 이유가
여기서 한발짝 더 나아가 있기 때문이다.
진보는 활동가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그래서는 깡마른 허약함을 극복할 수 없다.
비록 내용적으로 서투르고 빈틈이 많아도 작은 진보적 가치 하나 붙들고 있으면
흔쾌하게 어깨 걸고
답답할 정도로 더디더라도 끈기를 가지고 소통하려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자기 머릿속의 속도를 못 따라온다고, 뒤에 남겨놓고 혼자 달려가면
결국은 '한줌 이상의 우리'는 될 수 없다.
나는 우리가 좀더 풍부해졌으면 정말 정말 정말 좋겠다.
뭔 소리를 하고 있는지 나도 잘 모르겠다.
울고 싶은데 뺨 맞은 격으로, 평소에 흘리고 싶었던 이야기를
이참에 주절거리고 있다.
내가 쓴 글이 비판의 소지가 분명히 존재하고,
거기에 올려진 비판에 동의함에도 불구하고
난 이렇게 억울하다는 듯이 훌쩍거리고 있다.
아마도 비판의 댓글에서 '정색한 얼굴'을 보았기 때문일거다.
아마도 '따뜻하게 충고'했다면 이 정신없는 넋두리는 등장하지
않았을 거다.
우리, '머리와 가슴' 모두를 움직여 진보해야 하지 않을까?
P.S 쓰고보니 '빠블리또'님께서 역으로 서운하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마치 '따뜻한 가슴'이 없는 분처럼 이해될 소지가 있다.
그건 아니고, 내가 문제 삼고 싶었던 것은
좌파 운동권 내의 냉혈한 분위기를 짚고 싶었던 것이다.
오해하지 마시기를........예전에 민노당 게시판에서
님글을 열독하던(!) 팬이었슴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