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닉네임을 바꿀 수 없느냐고 전화가 왔다.
3년 전 이사하기 전에 참여했던 축구팀 단장으로부터 걸려온 전화다.
8년 전 노원에 살 때 조기축구팀을 만들었다.
당원들의 참여를 유도하고 지역에서 주민들과 만나기 위한 의도였다.
처음엔 정치적 필요에 의해 만들어졌지만 지금은 동호회 성격이 강하다.
어찌 보면 그것이 축구팀을 지금까지 유지해 올 수 있었던 힘이었는지도 모른다.
지금은 제법 지역에서 이름을 얻었다.
노원지역 조기축구팀 사이에선 팀 = 민주노동당으로 생각한다.
민주노동당 노원지역위의 홍보 매체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것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당원은 많이 빠져나가고 축구를 좋아하는 동네 주민들로 팀이 채워졌다.
당원 비중은 높지 않았지만 창단멤버들이 당원이고 그들이 성실하게 임했기에 구성원들이 유니폼에 찍힌 '민주노동당'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물론 우여곡절도 많았다.
매년 정기총회 때마다 당명을 빼자는 회칙개정안이 올라왔지만 그 때마다 회원들이 부결시키곤 했다.
민주노동당을 축구팀의 역사로 인정하는 분위기가 형성된 덕분이었다.
축구팀 이름과 내 온라인 닉네임이 같다.
온라인을 통해 조금이라도 축구팀을 홍보하고 싶어서 닉네임을 그렇게 정했고 8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사용하고 있다.
한 번도 닉네임을 바꿔본 적이 없을 만큼 정이 많이 들었다.
실명과 닉네임을 따로 분리할 수 없을 만큼 이젠 일체감을 느낀다.
온라인 생활을 시작하면서 처음 정한 닉네임이자 살면서 두 번째로 얻은 이름인 셈이다.
단장님이 내가 진보신당 홈피에 드나드는 걸 본 것 같다.
축구팀이 진보신당 지지팀으로 오해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는지 닉네임을 바꿀 수 없냐고 연락한 것이다.
정중하게 거절했다.
진보신당 홈피에 누가 이 닉네임으로 등록할까봐 홈피가 만들어지자마자 서두르기까지 했는데 어찌 포기한단 말인가!
'질풍노동당'으로 바꿀 수야 없지 않은가!
(실제로 창단초기에 타 팀 선수들이 민주노동당을 몰라 '질풍노동당'으로 부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