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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짐승같이 살지 않아도 된다"
[사람과 현장] 인천 RCE코리아지회 조합원들을 만나다
2010년 03월 29일 (월) 강정주 편집부장 edit@ilabor.org

1월 8일 인천에 새내기 조합원들이 생겼다. 인천 주안공단에 위치한 RCE코리아지회 조합원들이 바로 그 주인공. 지난 26일 인천 장기투쟁사업장 후원 주점에서 이들을 만났다. 이 날 지회는 3개월 가까이 진행하던 교섭을 마무리하고 회사와 잠정합의 했다.

“우리는 너무나 절박하기 때문에 금속노조에 가입했습니다”. 추용수 지회장은 지회를 설립한 이유를 ‘절박한 생존의 문제’라고 설명한다. 4년동안 일한 이형훈 대의원은 하루 일당 3만5백원 받는다. 법정최저임금 3만2천8백원에도 미치지 못한다. 심지어 회사에는 노동자들이 맘 놓고 쉴 수 있는 휴식 공간도 마련되어 있지 않다. 일을 하는 현장에 박스를 깔고 누워야만 잠시나마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지금 시대가 어느 시대인데 공장 바닥에 박스를 깔고 누워서 쉰다는게 말이 되나요. 특히 생산 현장에서 일한다는 이유만으로 우리에게 함부로 대하는 관리자들의 태도는 정말 참기 어려웠어요” 김정윤 사무장은 임금과 복지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되어있지 않은 노동조건 때문에 조합원 모두 불만이 쌓일 수밖에 없었다고 말한다.

각자 불만을 얘기해도 바뀌는 것은 없고 잘못된 줄 알면서도 어쩔 수 없다는 생각으로 일해야 했던 이들은 살기 위해, 그리고 하고 싶은 얘기를 당당히 하기 위해 금속노조에 가입했다. 처음 지회 설립총회를 함께한 인원은 21명이었지만 이틀 만에 다른 조합원들의 가입원서를 모두 받았다. 현재 현장에서 일하는 정규직 노동자는 모두 45명. 그 중 한명을 제외한 44명의 조합원이 조합 설립이후 현재까지 한 명의 이탈자도 없이 노동조합을 지켜가고 있다.

   
▲ 26일 인천 장기투쟁사업장 지원 주점에서 만난 RCE코리아지회 조합원들. 이들 모습에 승리의 기운이 가득하다. 강정주.
지회 김을환 회계감사는 5년 전 공장에서 일하다 허리를 다쳤다. 업소용 주방기구를 만드는 회사인 만큼 무거운 물건이 대부분. 1백50kg이 넘는 제품을 올리고 내리는 과정에서 허리를 다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하지만 김 회계감사는 산재처리를 받지 못하고 한달 간 공상 치료를 받아야 했다. 심지어 회사 총무과에서는 김 회계감사를 불러 각서를 쓰라고 요구했다. 각서 내용은 허리 다친 것을 문제 삼아 얘기하면 퇴사시키겠다는 것. 당시 김 회계감사는 해고되지 않기 위해 각서를 쓸 수밖에 없었다. 김 회계감사는 아직도 허리 치료를 위해 병원에 다니고 있다. 일주일에 3회. 특근 빠지고 병원에 가야해서 월급도 줄었지만 치료비도 모두 본인이 내고 있다.

유해물질 천지...그러나 환풍기 하나 없는 현장

현장에서 가스렌지를 검사할 때 가스렌지 불을 켜면 폐가스가 나온다. 폐가스는 사람이 마시면 안되는 유해한 물질. 하지만 현장에는 환풍기가 하나도 없다. 창문이라도 열고 환기를 시키려고 하면 관리자들은 냉난방비가 많이 나오니까 창문을 닫으라고 한다. 김 회계감사는 환풍기를 만들어 달라고 몇 번이나 회사에 요청했지만 회사는 환풍기를 설치하면 이래저래 비용이 많이 나가기 때문에 설치가 불가능하다는 답변 뿐이었다. 먹고 살기 위해 열악한 상황을 견디며 일하고 있지만 회사는 노동자의 건강과 안전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금속노조 가입 뒤 무엇이 가장 좋았냐고 묻자 김 회계감사는 “눈치 안보고 당당히 관리자에게 얘기할 수 있다는게 좋다. 눈물이 날만큼 좋다”고 한다. 이제는 짐승같이 살지 않아도 되고 당당하게 요구하고 우리 손으로 바꿀 수 있다는 것이 너무 행복하다고 말이다. ‘내 하루를 살아도 인간답게 살고 싶다...’ 아침 출근투쟁 때 ‘철의 노동자’의 한 구절을 들으며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는 얘기를 하면서 김 회계감사는 또 다시 눈시울이 붉어졌다.

RCE지회는 세달동안 단체협약과 임금인상을 위한 교섭을 진행해왔지만 회사는 단체협약 문구를 트집잡고 불성실한 태도로 교섭에 임하는 등 교섭 과정이 쉽지 않았다. 지회는 출근 투쟁과 중식 집회를 하면서 회사와의 싸움을 시작했다. 여덟차례가 넘는 교섭에도 회사의 태도는 여전했다. 그리고 지난 12일 조합원들은 92.5% 압도적 찬성으로 파업을 결의했다. 그러자 결국 회사는 26일 지회와 합의하겠다고 한 것.

처음 해보는 투쟁이 어렵고 힘들지는 않았을까. “처음에는 출투도 집회도 모든 것이 낯설고 힘든 것도 많았죠. 조합원도 적어 걱정도 많이했습니다” 김 사무장은 지회를 만들고 합의한 지금까지의 시간이 결코 쉽지 않았다고 얘기했다. 하지만 아무것도 모른 채 노동조합 활동을 시작했을 때부터 함께 연대해 준 이들 때문에 든든한 마음으로 투쟁을 할 수 있었고 소중한 첫 승리도 가능했다. 그렇게 RCE코리아지회 조합원들은 몸소 노동자의 연대와 단결을 배워가고 있었다.

단체협약도 체결하고 임금협상도 끝냈지만 추 지회장의 어깨는 더 무겁다. “단 한번의 협상으로 끝나는 문제가 아닙니다. 앞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도 많고 처음 시작한 노조 활동이기 때문에 책임감도 많이 느껴집니다” 회사에도 아직 문제가 많고 당장 닥쳐올 노조법 개악 등 작은 사업장 혼자서 헤쳐나가기 어려운 상황들이 남아있지만 추 지회장은 두려움보다는 힘찬 각오를 다지고 있다. 3개월의 지회 활동으로 추 지회장이 느낀 것은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것.

추 지회장이 믿고 의지하는건 다름 아닌 43명의 조합원이다. “우리는 총이나 대포가 아닌 단결력으로 싸웠습니다. 회사는 상명하복을 강요하지만 명령으로는 결코 단결될 수 없습니다. 조합원들과 협의하고 진솔하게 함께하는 과정에서 우리의 단결력은 더 커질 겁니다”

RCE코리아지회는 힘찬 첫 발을 내딛었다. 4월이 되면 협상 이후 첫 월급이 나온다. 공장도 이전하고 휴게공간도 만들기로 했다. 조합원들은 이제 시작이라고 말한다. ‘인간답게 살기 위해’ 세운 노동조합 깃발을 조합원의 단결로 당당히 지켜낼거라는 조합원들의 모습에 승리의 기운이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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