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7.13 10:07
“삼성서 ‘산재’ 포기조건 수억원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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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반도체공장 백혈병 피해자 가족들 '회유 증언'
삼성 "돈 준건 맞지만 소송취하 요구는 안해"
삼성전자가 자사의 반도체·엘시디 공장에서 일하던 중 불치병에 걸려 숨지거나 장애를 입은 이들과 가족에게 수억원의 보상금을 주는 대가로 산업재해 신청 취소와 언론 접촉 금지 등을 회유했다는 증언이 잇따라 나왔다.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반올림)과 삼성일반노조(위원장 김성환)는 12일 서울 대림동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산하 공공운수연맹 회의실에서 '삼성의 산재은폐 규탄 증언대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선 삼성전자 온양공장에서 일하다 급성골수성백혈병에 걸려 지난 3월31일 숨진 박지연(23)씨의 어머니 황아무개씨가 녹화 동영상을 통해 "삼성전자에서 4억원을 받고 회사 쪽 요구대로 산재 인정 행정소송을 취하했다"며 "삼성이 우리 가족을 매수했다"고 주장했다.
황씨는 동영상에서 삼성이 딸 지연씨가 숨지기 하루 전, 행정소송을 취하하고 민주노총이나 언론과 접촉하지 않을 것을 조건으로 거액을 제시했으며, 멀리 이사를 갈 것도 요구했다고 밝혔다. 삼성은 유족들이 지연씨의 유골을 안장하기 직전인 4월2일 '보낸 이 삼성전자' 명의로 보상비 3억8천만원과 장례비 2천만원을 보내왔으며, 이에 유족들은 소송을 취하했다고 황씨는 덧붙였다.
황씨는 "산재를 인정받으려고 싸움을 하면서 지연이를 많이 지치게 했고 경제적으로 힘들었다"고 돈을 받은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이어 "경황이 없는 상황에서 쉽게 합의한 게 후회스럽다"며 "삼성은 산재신청을 취하하도록 강요해서는 안 되고, 돈으로 매수해서도 안 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엘시디 탕정공장에서 일하다 입사 4년 만인 지난 2008년 종격동암 진단을 받고 지난해 7월 숨진 연제욱(당시 27살)씨의 동생 미정씨는 증언대회에 직접 나와 "삼성전자 환경안전팀과 인사팀 차장 2명이 지난 5∼6월에 전화를 하거나 찾아와서 2억원 정도를 주겠다며 집요하게 타협을 종용했다"고 밝혔다. 삼성과의 타협을 거부한 연씨 가족들은 근로복지공단의 산재 불승인 처분에 항의해 재심에 해당하는 심사청구서를 지난 6월 내놓은 상태다.
미정씨는 "삼성이 오로지 돈으로 해결하려는 것에 가족이 할 말을 잊었다"며 삼성전자 간부들이 다녀간 뒤 어머니와 자신이 신경정신과에 다니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기흥공장에서 일하다 뇌종양에 걸려 수술을 한 뒤 시력·보행·언어 장애 등으로 장애 1급 판정을 받은 한혜경(32)씨의 어머니도 "삼성 쪽이 산재신청 취소 등을 조건으로 위로금을 주겠다는 제안을 한 적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하주호 삼성전자 상무는 "(4억원은) 회사가 유족들의 아픔을 함께하는 차원에서 위로금으로 보낸 돈"이라며 "산재신청 포기 등을 종용한 일은 없다"고 밝혔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세상을 보는 정직한 눈 < 한겨레 >
삼성 "돈 준건 맞지만 소송취하 요구는 안해"
삼성전자가 자사의 반도체·엘시디 공장에서 일하던 중 불치병에 걸려 숨지거나 장애를 입은 이들과 가족에게 수억원의 보상금을 주는 대가로 산업재해 신청 취소와 언론 접촉 금지 등을 회유했다는 증언이 잇따라 나왔다.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반올림)과 삼성일반노조(위원장 김성환)는 12일 서울 대림동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산하 공공운수연맹 회의실에서 '삼성의 산재은폐 규탄 증언대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선 삼성전자 온양공장에서 일하다 급성골수성백혈병에 걸려 지난 3월31일 숨진 박지연(23)씨의 어머니 황아무개씨가 녹화 동영상을 통해 "삼성전자에서 4억원을 받고 회사 쪽 요구대로 산재 인정 행정소송을 취하했다"며 "삼성이 우리 가족을 매수했다"고 주장했다.
황씨는 동영상에서 삼성이 딸 지연씨가 숨지기 하루 전, 행정소송을 취하하고 민주노총이나 언론과 접촉하지 않을 것을 조건으로 거액을 제시했으며, 멀리 이사를 갈 것도 요구했다고 밝혔다. 삼성은 유족들이 지연씨의 유골을 안장하기 직전인 4월2일 '보낸 이 삼성전자' 명의로 보상비 3억8천만원과 장례비 2천만원을 보내왔으며, 이에 유족들은 소송을 취하했다고 황씨는 덧붙였다.
황씨는 "산재를 인정받으려고 싸움을 하면서 지연이를 많이 지치게 했고 경제적으로 힘들었다"고 돈을 받은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이어 "경황이 없는 상황에서 쉽게 합의한 게 후회스럽다"며 "삼성은 산재신청을 취하하도록 강요해서는 안 되고, 돈으로 매수해서도 안 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엘시디 탕정공장에서 일하다 입사 4년 만인 지난 2008년 종격동암 진단을 받고 지난해 7월 숨진 연제욱(당시 27살)씨의 동생 미정씨는 증언대회에 직접 나와 "삼성전자 환경안전팀과 인사팀 차장 2명이 지난 5∼6월에 전화를 하거나 찾아와서 2억원 정도를 주겠다며 집요하게 타협을 종용했다"고 밝혔다. 삼성과의 타협을 거부한 연씨 가족들은 근로복지공단의 산재 불승인 처분에 항의해 재심에 해당하는 심사청구서를 지난 6월 내놓은 상태다.
미정씨는 "삼성이 오로지 돈으로 해결하려는 것에 가족이 할 말을 잊었다"며 삼성전자 간부들이 다녀간 뒤 어머니와 자신이 신경정신과에 다니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기흥공장에서 일하다 뇌종양에 걸려 수술을 한 뒤 시력·보행·언어 장애 등으로 장애 1급 판정을 받은 한혜경(32)씨의 어머니도 "삼성 쪽이 산재신청 취소 등을 조건으로 위로금을 주겠다는 제안을 한 적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하주호 삼성전자 상무는 "(4억원은) 회사가 유족들의 아픔을 함께하는 차원에서 위로금으로 보낸 돈"이라며 "산재신청 포기 등을 종용한 일은 없다"고 밝혔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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