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페이크 러브’가 우리의 방탄막을 찢었다.
- 최저임금법 개악에 대한 문화예술노동연대 성명서
지난 29일 국회는 노동자 생존권을 위해 헌법이 보장하는 거의 유일한 방탄막이었던 최저임금을 무력화시켰다. 사람이 먼저라며, 저임금 노동자의 소득 향상과 소득주도성장을 위해 최저임금 1만원을 약속했던 자들이 상여금과 식비, 교통비 등을 최저임금에 포함시킴으로써 최저임금의 실질적인 삭감을 자행했다. 분열에 분열을 거듭하던 여야가 최저임금의 의미를 변질시키는 데에는 놀라운 단결력을 보여 주었다.
최저임금법 개악은 노동자의 노동권과 생존권만이 아니라 문화권까지 훼손한다. 우리 문화예술인의 관객이자 독자인 노동자의 실질임금이 줄고 노동시간이 늘어남으로써, 문화예술의 창작과 향유에 필요한 시간과 돈 또한 줄게 된다. 생계를 위해 자신의 작업과 무관한 부업을 병행하던 많은 우리 문화예술인들, 특히 저임금노동에 종사하는 청년과 여성, 그리고 고령의 예술인 역시, 창작을 위한 시간을 더 잃게 된다.
우리 문화예술인은 우리의 유일한 방탄막이었던 최저임금마저 찢어버린 당신들의 거짓 사랑에 분노한다. 충분한 빵과 장미를 얻기 위해, 노동자들은 도대체 얼마나 더 많은 피와 땀과 눈물을 바쳐야 하는가? 평화와 함께 우리가 얻는 것이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사이의 더 큰 분열이라면, 그 평화는 도대체 누구를 위한 것인가?
문재인 대통령은 이제 답해야 한다. 사람이 먼저라는 당신의 사랑이 거짓 사랑이 아니었음을 증명해야 한다. 소득분배 악화가 아프다는 당신의 고백이 거짓 고백이 아니었음을 증명해야 한다. 당신에게 남은 유일한 카드는, 빌보드 차트 1위 등극 소식에 대한 ‘좋아요’가 아니라 최저임금법 개정안에 대한 ‘싫어요’다. 우리의 피와 땀과 눈물을 당신들 가진 자들의 평화의 제물로 삼는 순간, 우리 못 가진 자들의 촛불은 당신을 향한 횃불로 번져 나갈 것이다.
2018년 5월 30일
문화예술노동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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