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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위원회 경계사진 4차 후기] 2천 년 시간의 경계 위를 걷다

by 현린 posted Jul 16,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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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둘레길 완주라는 야심찬 목표를 가지고 출발한 경계사진이 네 번째 출사를 다녀 왔습니다. 7월 5일 오후 3시 사가정공원에서 시작한 이번 출사에서는, 서울과 구리의 경계를 따라 오기만, 조봉암, 한용운, 함세덕 선생의 묘도 방문한 후 용마산과 아차산 능선을 따라 내려 왔답니다. 높이가 300m 내외인 낮은 산들이지만 능선으로 올라가는 길이 가파른 계단길이라 초반에는 살짝(?) 발이 무겁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능선에 올라선 후부터는 좌우에 펼쳐지는 서울과 구리의 풍광 덕에 몸도 맘도 가벼워졌답니다. 제 말이 거짓이 아니라는 점, 아차산 능선에서 촬영한 위 사진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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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길은 단순히 자연을 따라 걷는 길이 아니라 백년 전 심지어 이천년 전까지 이어지는 역사의 길이기도 했습니다. 일제시대 적색노조운동을 하시다 서대문형무소에서 돌아가신 오기만 선생과 해방 후 월북하여 4.3 항쟁을 주제로 한 극을 쓰기도 하셨던 극작가 함세덕 선생의 묘 앞에서는, 오늘날 심하게 흔들리고 있는 노동계와 친일잔재를 청산하지 못한 예술계 현실을 생각하며 살아남은 자들의 몫에 대한 고민도 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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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망우산과 용마산, 아차산 일대에는 3세기 백제가 지은 아차산성과 함께 이를 점령하기 위해 고구려가 지은 수십여 개의 작은 진지인 보루들의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 고구려의 장수왕이 백제의 개로왕을 처형한 곳도, 치열한 전투 과정에서 고구려의 온달장군이 전사한 곳도 이곳이라고 합니다. 서울이라는 도시가 마냥 첨단의 도시일 것 같지만, 우리가 관심을 가지지 않았을 뿐 곳곳에 이렇게 중요한 역사 유적들이 많다는 점을 몸으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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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천 년 시간의 경계마저 넘는 경계사진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갑니다. 다만 경로를 수정합니다. 예정대로라면 광나루역에서 한강을 건너 암사동으로 가서 수만 년의 역사를 거슬러 오르는 서울둘레길 3코스로 가야 합니다. 하지만 한 여름철에는 뜨거운 햇살을 피할 수 있는 숲길이 낫겠다는 판단과 서울시와 강북구가 북한산에 불법적으로 짓고 있는 파인트리콘도 반대투쟁에 연대하기 위해 8코스 일부부터 걷기로 했습니다. 해서, 5차 출사는 7월 19일(일) 오후 3시 구파발 만남의 광장(구파발역 1번 출구 뒤)에 모여 출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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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기상예보로는 일요일 오후에 비가 내릴 수 있다고 합니다만, 정확한 시간대나 강수량에 관한 정보는 아직 없습니다. 남쪽에서부터 장마전선이 올라오기는 하겠으나, 이번 길이 경계사진 출사상 가장 짧은 길이라 운이 좋으면 비가 오기 전에 마무리할 수도 있을 듯합니다. 큰 비가 아니라면 우중산책도 나쁘지 않고요. 코로나19 이후 실내 활동이 어려워지면서 등산이나 산책과 같은 야외 활동 인구가 연령과 무관하게 크게 늘었다고 하는데요, 더 많은 분들이 의미 있는 나들이에 함께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럼 일요일에 뵙겠습니다!

사진기록 : 적야, 현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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