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야, 이 말을 기억하렴. 한국군이 우리를 폭탄구덩이에 몰아 넣고 다 쏘아 죽였단다. 아가야 너는 커서도 꼭 이 말을 기억하렴"
베트남 중부 빈호아 마을에서 부르는 자장가 가사입니다. 이들에게 50년 전 한국군 청룡부대가 저지른 학살은 씻을 수 없는 상처였습니다. 대를 이어 학살을 기억하게 할 만큼 증오를 남겼지만, 학살의 당사자는 사실을 부정하며 증오를 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국방부 앞에 섰습니다. 50년 전 대한민국이 저지른 괴롭고 고통스럽고 인정하고 싶지 않은 기억을 끄집어냈습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노동당, 병역거부자 모임 <도망자들>, AWC 한국위원회가 주최했습니다. 국방부 정문입니다. 사회는 박정훈 알바노조 위원장(2013년 병역거부)이 봤습니다.
50년 전 학살당한 베트남 빈호아 마을의 희생자들을 생각하며 추모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노동당 이경자 부대표는 노동당이 왜 베트남에 가는지, 베트남 이야기를 해야 하는지 밝혔습니다. 이경자 부대표는 목화균 당원과 함께 베트남 현지를 돌아보고 있습니다.
민변 아시아인권팀 김남주 변호사는 사실 확인 작업과 국가 배상을 위한 입법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김남주 변호사가 들고 있는 피켓은 베트남어로 "국방부는 베트남전 한국군 학살 사실을 인정하라"는 문장입니다.
노동당 허영구 대변인은 동아시아 평화의 관점에서 베트남 민간인 학살 문제가 해결되어야 한다는 발언을 했습니다. 허영구 대변인은 일본 내 미군기지 증설을 반대하는 운동에 긴밀히 연대하고 있습니다.
최기원 알바노조 대변인(2011년 병역거부)이 기자회견문을 낭독했습니다. 누구나 피해자이면서 동시에 가해자일 수 있습니다. 평화의 시작은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것에서부터입니다.
국방부는 2013년 8월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베트남에서 어떤 비인도적인 행위도 없었다고 단정했습니다. 국방부가 사실을 인정할 것을 요구하는 퍼포먼스를 진행했습니다. 아래에 적힌 번호는 무시해 주시기 바랍니다 ㅠㅠ
멀리 보이는 국방부 정문을 지키는 군인들의 모습이네요. 언제까지 그들은 두텁고 높은 벽을 쌓고 총구를 겨눈 채 평화의 목소리를 무시할 수 있을까요?
29일자 한겨레신문 13면에 실렸습니다.
베트남 학살이 한국에서 외면당하는 것처럼, 베트남 당국도 한국과의 외교관계와 기업들의 투자 문제로 학살 문제를 다루기 꺼려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립니다. 누구에게도 환영받지 못하는 병역거부자들이 이런 처지가 아닐까요? 양쪽에서 외면당하는 이들이 연대하기 시작할 때 세상은 달라질지도 모릅니다. 베트남에 잘 다녀오겠습니다.
[기자회견문] 반성과 성찰이 필요합니다.
- 50년 전 대한민국은 학살자였다
우리나라의 국민들은 우리가 평화를 사랑하는 민족이라고 믿는다. 그리고 늘 강한 나라들로부터 침략을 당했다. 이 땅에 사는 사람들이 평화를 사랑한다는 것, 아니 모든 사람이 전쟁보다는 평화를, 갈등보다는 평화를 원한다는 것을 믿는다. 일본군 위안부처럼 이 땅에 사는 사람들이 외세의 침략에 의해 고통받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개개인의 사람이 아니라 국가가 평화를 사랑했는지, 국가의 지배자들이 고통받았는지는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대한민국에 사는 국민들은 피해자였지만 대한민국 국가는 늘 피해자였을까?
50년 전 베트남에서 대한민국은 학살자였다. 베트남전쟁에서 대한민국에 의해 살해당한 베트남 사람의 숫자는 무려 9000명. 강간과 잔혹행위는 제대로 파악조차 되지 않는다. 오죽했으면 학살이 벌어진 마을에 한국군 증오비가 세워졌을까.
우리는 개개인에게 학살 책임을 돌리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대한민국의 명령의 의해 사람을 죽이는 경험을 갖게 된 한국군인들, 미군이 뿌린 고엽제에 노출된 군인들은 가해자이자 전쟁의 피해자이기도 하다.
무엇을 위한 전쟁, 아니 누구를 위한 전쟁인가? 베트남의 평범한 국민들과 대한민국의 평범한 국민들이 서로 죽고 죽이는 사이에 웃고 있는 자는 누구인가?
박정희 정권이 국민들을 미국의 용병으로 팔아넘긴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박정희는 이 돈으로 산업화를 이루었다고 하지만 그 산업화는 재벌의 나라를 만들었고 지금 박근혜의 나라로 이어졌다. 이것은 베트남과 한국 국민들의 피의 대가였다.
노동당과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 모임 <도망자들>은 이 진실을 외면하지 않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 대한민국은 살인자였고 전쟁범죄국가다. 사드가 아니라 사과와 반성이 이행될 때 동아시아 평화의 연대가 비로소 시작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11월 28일,
“대한민국은 학살자였다” 기자회견 참가자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