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드뎌 이쪽 홈피로 이사 왔습니다.
대충 대충 살았다고 생각하는데, 살다보니 창당당원이 되는 사태도 당하네요...
뭐, 100년 가는 당을 만들자 어쩌자는 이야기는 할 생각 없습니다.
다만, 지금 맞겨진 일은 확실하게 해내고, 그 결과 위에서 자자손손 물려주던, 발전적으로 분화하던 하는 당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것입니다.
구 민노당은 자기 소임을 절반 정도 하고 역사의 퇴물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진보정당이 대중에게 낯 도장을 받는것, 진보정당이라는 물건을 그런데로 일상적인 사물로 만드는 것, 그것은 어찌 어찌 해 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민노당은 결국 진보정당이 무엇에 쓰는 물건인지는 대중에게 알리지 못했고, 사실은 스스로도 망각해 버렸다고 생각합니다.
최고로 잘나갈 때 조차 정치의 소금이니, 청량제니 하는 이야기 까지 밖에 못 들었습니다.
한마디로, 잘해봐야 '양념'이었다는 것입니다. 한국 제도정치가 나름 멀쩡함을 입증하기 위한 구색용 정당을 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저는 1단계이건, 2단계이건 그런 정당을 다시 만들고 싶지 않습니다.
지금 부터, 이른바 '실질적 창당' 까지, 만들어야 할 새 진보정당은 자신의 쓸모가 무엇인지 서민대중과 사회적 약자 앞에 분명히 밝힐 수 있는 당이어야 합니다.
양념의 당, 한국 제도정치의 정상성을 장식하는 구색이 아니라,
대중의 밥벌이와 삶에 얼마라도 도움이 되는 당, 처우개선을 압박하기 위한 협박용 '연장'의 가치라도 인정받는 당이 되어야 합니다. 옛 당은 결국 그걸 '광화문'에 일반적으로 4-5000, 좀 잘되면 8000~10000, 아주 잘되면 2~30000 모으는 걸로 바꿔치기 하는 옛버릇으로 퇴행하고 자멸했습니다.
근데, 그게 정말 '무서븐 당'의 면모일지 아니면 당랑거철의 귀찮은 집단의 면모일지는 거의 아무도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민노당이 2007년에 질러버린 것 같은 결정적 패착을 겪기 전 까지는 사실 어느 정도 말이 되는 포지션을 잡은 모든 정당에게는 한 두 번의 기회는 돌아 옵니다.
꼭 불타는 희망과 기대 속에 표를 받아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딱히 달리 찍을 것도 없다는 이유로 주는 표, 그 표를 빼먹지 않고 받는 것도 중요한 일입니다.
아니, 사실은 그게 '주요정당'이 되는 길입니다. 딱히 대단한 실존적 결의나, 사상적 고찰 없이, 최소한의 기준을 따라, '차라리/적어도/그나마...' 등등의 이유로 쉽게 선택될 수 있는 다지선다형 문항의 하나가 되는 것.
그러나, 아마도 사회에 실제 영향을 주는, 현실의 삶에 실제 영향을 주는, 진짜 무서운 좌파정당은 대중에게 그런 선택지가 될 수 있는 당일 것입니다.
우리가 민노당을 황급히 탈출해야 했던 이유는, 그 당은 결정적 시기의 결정적 삽질을 통해 그것이 반영구적으로 불가능 한 존재가 되어 버렸기 때문입니다.
대중은 표를 그냥 버릴 지언정, '옛다 너라도'라고 주지도 않았습니다. 당당히 스스로를 네거티브 리스트에 올려버린 당이 된 것입니다.
이번에도 객관적 구도는 아주 나쁘지는 않습니다.
하다 못해, 그냥 심상정, 노회찬 얼굴 팔고, 아주 신선하지는 않지만, 이래 저래 중고참 신인의 이미지로 밀어도, 이후 실질적 창당을 위한 종자돈은 건질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예, 그래도 잘 하려면 옛 당의 삽질에 의한 반사이익이 아니라, 포지티브하게 대안을 만들 생각을 많이 해야 하겠지요. 그러다 보면 실제로 뭔가 잘 해낼지는 모르지만, 최소한 삽질은 하지 않게 되니까요.
하지만, 어쨌거나 크던 작던 왼쪽의 허전함을 느끼는 대중이 있고, 잘나지는 못해도 멀쩡하기라도 하라는 그들의 최소의 요구라도 충족하면 대충 발판은 마련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발판을 마련하는 것은 앞으로 더 근본적인 사항들을 논할 근거가 될 것입니다.
당연한 일이지만 제대로 시동을 걸지 못하고서는, 보다 심도 있는 성찰이든, 본격적인 진보의 재구성이든 제대로 논할 수 없을 것입니다. 정치적 논의가 '제대로' 돌아갈 근거는 현실적 유효성과 맞닿는 곳에서, 조직활동가들 이상의 청중의 시선과 함께 할 때입니다.
지금이야 골방사상투쟁이니 뭐니 말하지만, 사실 옛날 전성기 시절에는 NL-PD 논쟁도 완전히 운동권끼리만 하는 골방사투는 아니었습니다. 근처를 지나는 사람들이 대충 한 두번씩 들어본 이야기였고, (그래서 '운동권'이라 알려지면, 간간히 '넌 뭐냐'고 질문도 받고) 운동조직은 물론 학자들이 개입했을 뿐 아니라, 가끔은 일간지의 지면을 장식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정교한 이론적, 정치적 작업도 있어야 할 것이고, '활동가'들의 심각한 자기평가도 있어야 할 겁니다만... 대중정당에 어울리는 심도있는 성찰과 진보의 재구성이라면, 그런 범위를 넘는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당길 때 정치적 실체가 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학생운동권의 논쟁이었다면, 대충 관심있거나 우호적인 '일반학우'의 한 두번 입담꺼리는 되어 주었어야 한 시대를 획한 논쟁이 될 수 있었다면, 대중적 진보정당에 어울리는 수준은 말 안해도 이해 될 것입니다.
그래서, 기술적인 이유로 분리하기는 하지만, 지금 총선에서 가능한 넓은 플랫폼을 얻은 것은, 사실은 '실질적 창당'이, 그리고 그것이 함의하는 진보의 내적 혁신, 진보의 재구성이 지닐 심도와 현실성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한마디로... 잘 해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