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스카이라이프에서 영화 '너는 내 운명' 을 보았다.
처음에는, 촌스런 신파 영화라는 생각이 들어 지루해하면서 무심하게 보았다.
가끔 창 밖을 보니, 海霧가 몰려오고 있었다.
방안에 불을 꺼 놓고 영화를 보는 둥 마는 둥 해무를 감상하는데,
후반부에 가면서 영화는 점점 더 촌스런 신파에서 지독한 신파로 변하고 있었다.
신파란, 뻔한 줄거리, 누구나 결말을 예상할 수 있는 천박한 스토리를 말한다.
지독한 신파란, 뻔한 줄거리지만 지독한 현실과 강한 리얼리티가 살아 있는 진정성 있는 이야기.
전도연의 에이즈가 황정민과의 사이를 갈라 놓을 뻔 했지만,
두 연인은 앞으로 세상에 숨어서, 혹은 세상 사람들에게 지탄들 받고 살아 가겠지만
두 사람은, 세상 사람들이 속에 숨어 있는 에이즈 보다 더 무서운 편견과 억압된 사회적 가치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살 것이다.
두 사람은, 오히려 세상 사람들 보다 더 자유롭게 살아 갈 것이다.
에이즈는 두 사람을 속박하기는 커녕, 그들을 더 황홀한 사랑으로 몰고 가는 촉매제가 될 것이다.
사람들은 속고 살고 있다. 사회가 만들어 놓은 제도와 도덕이 그들을 얼마나 불행하게 하는 지 모른다.
에이즈가 더럽다고 해도, 그들 속에 전염병 보다 무섭게 도사리고 있는 사회적인 통념들 또한 그보다 못지 않다는 것을.
해무가 점점 더 밀려 온다.
전도연이 애처롭다.
황정민이 너무나 순박하다.
"너는 내 운명이다! 은하야!
오빠! 사랑해!"
지독한 신파다.
건너 방에 곤히 잠자고 있는 내 운명들이여!
해무가 방안으로 가득차 들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