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추워질수록 따끈한 국물이 더 생각납니다. 오늘따라 큼직하게 썰어낸 깍두기와 함께 마시는 설렁탕 한그릇이 간절하군요. 저는 뼈 국물을 좋아해서 한국에 있을때 설렁탕을 되게 자주 먹었답니다. 여기와서 자취생활을 하면서 설렁탕에 도전을 해보았습니다. 아무리 오래 끓여도 맑은 멀국이더군요. 몇번 해보고 포기한 후 설렁탕을 잘 하는 식당을 찾아나서기로 했죠.
시애틀에도 조미료를 넣지 않고 정성껏 국물을 고아내는 설렁탕 집이 있었습니다. 이름하여 삼보 설렁탕. 물론 한국에서 최고로 소문난 설렁탕집의 맛과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외국에서 설렁탕다운 설렁탕을 맛보는 것이 쉬운게 아닙니다. 그러니 이빨사이마다 고춧가루가 끼도록 게걸스럽게 먹곤 했지요. 먹을때마다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설렁탕이라고 느꼈습니다.
몇년 전 학교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일하던 편의점을 그만두게 됐어요. 사장이 저 대신 일할 사람을 구했는데 나이가 좀 많다고 귀뜸을 해주더군요. 첫 인사를 나누는데 낯이 익었습니다. 삼보설렁탕 주인아저씨더군요. 자녀들은 대학에 들어갔는데 때마침 불경기가 와서 장사도 잘 안돼서 세컨드 잡을 뛰러 나오신 겁니다. 요즘엔 다들 조미료 입맛에 길들여져서 삼보설렁탕에 가느니 다른 메뉴많은 식당가서 설렁탕 시켜먹고 만다는거죠. 암튼 그분을 제가 트레이닝을 시켜드려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무척 걱정이 되더군요. 일단 너무 착하셨어요. 계산대 뒤에서서 캐셔를 볼만한 얼굴두께가 안 돼셨습니다. 손님들한테 휘둘리시더군요. 무엇보다도 큰 수퍼마켓보다 빠른 체크아웃 속도로 경쟁하는 게 편의점인데 나이가 있으시니 그렇게 동작이 빠르지도 않으셨구요. 담배라도 태우시면 당황하셨을때 바람좀 쐬고 오시라고 말씀이라도 드리겠는데 신앙이 깊은 기독교인(집사)이라 술담배를 안 하시더군요.
그날 밤 가게 밖에서 담배를 태우고 있는데 아저씨가 따라나와서 말을 거십니다. 웬만하면 참을라 그랬는데 사장이 너무한다고. 저를 그렇게 욕을 하더랍니다. 그만둘 때가 다 돼서 그런지 계산기 돈이 잘 안맞는다는둥 별 이상한 소리를 다 했다더군요. 저도 일하기 시작할때 들었던 "깜둥이들이 들어오면 시선을 떼지 말라"는 당부도 물론 잊지 않았더군요. 교회에서 만나던 번듯한 교인들이 일터에서는 그냥 그렇고 그런 사람들이라는것을 몰랐던 것이죠.
삼보 아저씨는 자신이 국물을 내듯 사람들이 각자의 노동에 임할 거라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그것이 그가 믿는 신앙의 가르침이기도 하구요. 이때다 싶어 제 스타일대로 개똥철학을 오만방자하게 쏟아내기 시작했죠. 그렇게 일주일을 같이 트레이닝을 하면서 많은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물론 집에서 뼈국물을 제대로 내는 방법도 배웠죠.^^ 무신론자라는 것을 단단히 티를 냈는지 단 한번도 교회에 나와보라는 말씀 안하셨습니다.
그런데 마지막날 헤어지기전에 부르시더니 부탁이 있다고 하셨습니다. 자신이 저를 위해 기도를 좀 해도되겠냐고 물으시더군요. 물론이죠. 제 두손을 잡으시고는 제 건강과 성공을 비는 기도를 해주셨습니다. '지금은 인정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나 성원형제가 언제라도 주님을 찾을때 따스하게 품어주시옵소서'하는 대목에서는 유물론자의 눈에서 인민의 아편이 눈물이 되어 흘러내렸습니다.
몇달 후 그 앞을 지나다가 들려봤습니다. 사장이 일하고 있더군요. 삼보아저씨는 짤랐답니다. 나이가 들어서 빠릿빠릿하지도 않은데다가 계산기 돈이 잘 안맞는 거 같아서. 그 몇달 후 삼보설렁탕에 갔더니 이미 그 자리에 다른 식당이 생겼더군요. 그리운 삼보 설렁탕.
그나저나 미국산 쇠고기 어쩌고 한 이후, 정말 거짓말처럼 딱 안먹게 된게 설렁탕을 비롯한 뼈국물입니다. 아마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보설렁탕이 있었다면 거긴 계속 믿고 갔을거에요. 삼보 아저씨는 어떻게 해서라도 안전한 뼈와 고기만을 썼을 것만 같습니다. 그리운 삼보 아저씨. 누구 아시는 분 없나요? ㅠㅠ
시애틀에도 조미료를 넣지 않고 정성껏 국물을 고아내는 설렁탕 집이 있었습니다. 이름하여 삼보 설렁탕. 물론 한국에서 최고로 소문난 설렁탕집의 맛과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외국에서 설렁탕다운 설렁탕을 맛보는 것이 쉬운게 아닙니다. 그러니 이빨사이마다 고춧가루가 끼도록 게걸스럽게 먹곤 했지요. 먹을때마다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설렁탕이라고 느꼈습니다.
몇년 전 학교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일하던 편의점을 그만두게 됐어요. 사장이 저 대신 일할 사람을 구했는데 나이가 좀 많다고 귀뜸을 해주더군요. 첫 인사를 나누는데 낯이 익었습니다. 삼보설렁탕 주인아저씨더군요. 자녀들은 대학에 들어갔는데 때마침 불경기가 와서 장사도 잘 안돼서 세컨드 잡을 뛰러 나오신 겁니다. 요즘엔 다들 조미료 입맛에 길들여져서 삼보설렁탕에 가느니 다른 메뉴많은 식당가서 설렁탕 시켜먹고 만다는거죠. 암튼 그분을 제가 트레이닝을 시켜드려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무척 걱정이 되더군요. 일단 너무 착하셨어요. 계산대 뒤에서서 캐셔를 볼만한 얼굴두께가 안 돼셨습니다. 손님들한테 휘둘리시더군요. 무엇보다도 큰 수퍼마켓보다 빠른 체크아웃 속도로 경쟁하는 게 편의점인데 나이가 있으시니 그렇게 동작이 빠르지도 않으셨구요. 담배라도 태우시면 당황하셨을때 바람좀 쐬고 오시라고 말씀이라도 드리겠는데 신앙이 깊은 기독교인(집사)이라 술담배를 안 하시더군요.
그날 밤 가게 밖에서 담배를 태우고 있는데 아저씨가 따라나와서 말을 거십니다. 웬만하면 참을라 그랬는데 사장이 너무한다고. 저를 그렇게 욕을 하더랍니다. 그만둘 때가 다 돼서 그런지 계산기 돈이 잘 안맞는다는둥 별 이상한 소리를 다 했다더군요. 저도 일하기 시작할때 들었던 "깜둥이들이 들어오면 시선을 떼지 말라"는 당부도 물론 잊지 않았더군요. 교회에서 만나던 번듯한 교인들이 일터에서는 그냥 그렇고 그런 사람들이라는것을 몰랐던 것이죠.
삼보 아저씨는 자신이 국물을 내듯 사람들이 각자의 노동에 임할 거라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그것이 그가 믿는 신앙의 가르침이기도 하구요. 이때다 싶어 제 스타일대로 개똥철학을 오만방자하게 쏟아내기 시작했죠. 그렇게 일주일을 같이 트레이닝을 하면서 많은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물론 집에서 뼈국물을 제대로 내는 방법도 배웠죠.^^ 무신론자라는 것을 단단히 티를 냈는지 단 한번도 교회에 나와보라는 말씀 안하셨습니다.
그런데 마지막날 헤어지기전에 부르시더니 부탁이 있다고 하셨습니다. 자신이 저를 위해 기도를 좀 해도되겠냐고 물으시더군요. 물론이죠. 제 두손을 잡으시고는 제 건강과 성공을 비는 기도를 해주셨습니다. '지금은 인정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나 성원형제가 언제라도 주님을 찾을때 따스하게 품어주시옵소서'하는 대목에서는 유물론자의 눈에서 인민의 아편이 눈물이 되어 흘러내렸습니다.
몇달 후 그 앞을 지나다가 들려봤습니다. 사장이 일하고 있더군요. 삼보아저씨는 짤랐답니다. 나이가 들어서 빠릿빠릿하지도 않은데다가 계산기 돈이 잘 안맞는 거 같아서. 그 몇달 후 삼보설렁탕에 갔더니 이미 그 자리에 다른 식당이 생겼더군요. 그리운 삼보 설렁탕.
그나저나 미국산 쇠고기 어쩌고 한 이후, 정말 거짓말처럼 딱 안먹게 된게 설렁탕을 비롯한 뼈국물입니다. 아마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보설렁탕이 있었다면 거긴 계속 믿고 갔을거에요. 삼보 아저씨는 어떻게 해서라도 안전한 뼈와 고기만을 썼을 것만 같습니다. 그리운 삼보 아저씨. 누구 아시는 분 없나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