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원게시판

당원광장 / 당원게시판
2009.03.07 02:08

희한한 피해자들

조회 수 2019 댓글 2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우리 프로그램은 제보로 먹고 산다.  당연히 작가들의 아이템에 대한 탐욕(?)도 엄청나다.  스크립터들은 퇴근할 때에도 자기 핸드폰을 제보전화와 연결시켜 놓는다.   애인이랑 크리스마스 파티를 하다가도 "아 네, 맞으신다고요. 누가 때리세요?  상처는 있으세요?"하면서 수첩을 꺼내들어야 하고 어떤 작가는 선 보러 간 자리에서 도끼 휘두르는 남편에 관한 제보전화를 받기도 했다.   선의 결과가 어땠는지는 아무도 물어 보지 않았다.


단순히 제보만 받고 연락처만 적는 것이 아니다.   망설이는 제보자를 설득해야 하고 겁에 질린 피해자를 위로해야 하며 엉뚱하게 옆집 마트 아저씨에게 전화해서 이러이런 제보가 있는데 사실인지 알아봐 달라고 아양도 떨어야 한다.  길면 2-3시간까지도 늘어지곤 하는 통화를 끝내고 나면 작가들은 파김치가 된다. 그런 과정 속에서 제보의 내용은 일목요연하게 정리되고 아이템으로서의 생명력을 확보해 나간다.   그런데 이렇듯 팍팍하게 제보전화와 씨름하는 작가들이 "그냥 철퍼덕 주저앉아 울고 싶게 만드는"  그런 분들 꼭 계시다.  


"엉엉...... 좀 도와 주세요 엉엉.... 사람이 이럴 수가 없어요."
"어머니..... 진정하시고 무슨 일인지 말씀해 주셔요.  
"어떻게 저 인간이 나한테 이럴 수가 있냐구요. 어딜 손을 대......"
"네... 네.... 얼마나 가슴이 아프시겠어요.  남편이 어떻게 하셨는데요?"
"내가 결혼 18년짼데요......."
"네 신혼 때부터 그러셨어요?"  

"어제 처음 때렸어요.  주먹으로.... 세상에...."


작가에 따르면 그 아주머니처럼 서럽게 울어 대는 제보자는 일찌기 없었다고 한다.  한이 맺혀도 오뉴월에 함박눈 내리게 할 정도로 진하게 맺힌 것 같았고 남편에 대한 분노는 하늘을 찔러 관통하고도 남았다는 것이다.   그런데 과연 정말로 그 아주머니는 18년만에 처음 주먹을 휘두른 남편을 방송 카메라 앞에 세우고 싶었을까?   작가는 그런 것 같다고 했다.  "본때를 보여 줘야 한다고 그러데요."    


  한 불쌍한 할머니를 취재할 때의 일이다.  그 할머니는 시장의 순대국밥집에서 밥을 얻어먹는 일이 잦았는데  유감스럽게도 그 집은 동네 알콜릭 환자들의 집결지와 같은 곳이었다.   그 중 웬지 나를 밉게 보던 한 남자가 할머니를 납치하려 한다며 내 멱살을 잡고 늘어졌다.   급기야 제 손으로 경찰에 신고를 더럭 해 버리고는 의기양양하게 나를 '체포'해 두고 있었다.    경찰이 왔을 때 그는 기세 좋게 납치 용의자(?)를 경찰에게 인계했고 경찰이 말려 주고서야 나는 자리를 떠날 수 있었다.    그런데 잠시 후 희한한 문자가 뾰로롱거리면서 액정 위에 떴다.


"전치 6주의 부상을 입었음.  연락 바람."    연락해 보니 아까의 그 남자였다.    안그래도 혹 넘어지기라도 하면 허리 풀쳤다고 아우성을 칠까봐 강하게 뿌리치지도 못했는데 이 팔 놓으라고 팔을 툭툭 쳤던 것이 글쎄 전치 6주의 중상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아 나도 깨닫지 못했던 내 속의 심후한 내공이라니.   빨간 망토와 팬티를 사서 몸에 두르고 지구 수호에 나서야 하는 게 나의 숨겨진 운명이 아닐까 싶었다. 아들아~ 지구는 내가 맡으마.    


이번엔 경찰이 전화가 왔다.  남자가 집단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니 해명해 달라는 거였다.  우리 팀이래야 여관에서 주무시고 있던 기사 아저씨랑 나랑 조연출 달랑 셋이었는데 그 남자는 여섯 명의 장정들이 자기를 짓밟았다고 주장한다는 것이다.   대체 어디서 들었는지 모를 멍자욱까지 들이댄다고 하니 이거 조금 난감해진다 싶었다.  고발이 들어오면 무조건 조서는 꾸며져야 하고 결국은 경찰서에 출두하고 어쩌고 귀찮아지는 건 나다.  그때 옆에 있던 조연출이 소리를 질렀다.  "다 찍고 있었으니까 가서 보여 드릴께요.   어떻게 전치 6주가 나왔는지 보시면 될 거 아닙니까."  


  혹시 방송에 쓸만한 재밌는 상황이라도 발생할까 하여 선배의 봉변을 말리는 대신 열심히 찍어돌리고 있었던 얄미우나 직업의식 강한 후배에게 박수를......    혹시나 나도 모르는 사이에 그 사람을 밀치지나 않았나 내심 불안하던 우려는 그 선명한 화면과 함께 흔적도 없이 날아갔다.  손가락 이외의 내 신체가 그의 몸에 닿은 적은 한 번도 없었던 것이다.


피해자들의 증언은 대개는 과장되게 마련이다.  그건 그들이 성정이 요란해서가 아니라 그만큼 피해에서 오는 고통이 크기 때문이다.   그리고 고통이 닥치기 전까지의 두려움의 시간이 그만큼 길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피해자를 대할 때 한층 냉정해지고 개입해야 할 상황인지 아닌지를 좀 까다롭게 판단하게 된다.  


18년만에 처음 남편이 주먹을 들었다면 그건 중대한 사태다.  초장에 수수깡 꺾듯 그 버릇을 고쳐놓지 못한다면 그 남편은 주먹의 쾌감을 계속 즐기려 들 것이기에 그렇다.  하지만 그 '본때'를 보여 주기 위해 방송사 전화번호를 누르는 것은 그렇게 합리적이지 않다.   물론 나이 예순 아홉 할머니의 테러(?)에 곰같은 형사 50명을 동원해 대고 CC TV에 포착되지도 않은 정황으로 체포영장을 신청하다가 퇴짜를 맞고 끝내 관광객이 잡아낸 동영상에서도 집단폭행이 드러나지 않자 실제 행동보다는 '공모여부'가 중요하다고 우기는 대한민국 경찰보다야 훨씬 이해해 줄만하긴 하지만.  


전여옥 의원이 전치 8주의 중한 부상을 입었다고 한다.   삼가 유감의 뜻을 표하며 만약 할머니가 흥분하여 휘두른 손톱이 그녀의 각막을 타격한 것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나이의 고하를 막론하고, 행위의 명분에 관계없이 그녀는 구속되어 마땅하다.   거기에는 일말의 유감도 이론도 없다.  헌데 사건 이후 전여옥 의원의 피해자 진술을 돌이켜 보면서 유감스럽게도 나는 그날의 순대국집의 향기가 은근하게 코끝을 적셔오는 느낌을 피할 수 없다.  


괴한의 습격 (괴한...이란 보통 남자를 지칭한다)이니 뭐니 기본 사실부터 헛갈렸던 보도는 전여옥 의원이 아닌 다른 사람의 와전에서 비롯되었다고 치자.   하지만 전여옥 피해자가 본격적으로 쏟아내기 시작한 증언들조차 합리적으로 수용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욕설 퍼붓고 눈 빼버리겠다며  10분간 위협, 폭행을 했다" (조선일보 2월 27일자)는 보도 내용이 문학적 창작욕구가 풍부한 기자의 소설이 아니라면 관광객이 카메라도 들고 있었고 경위들도 등장하고 언론노련 위원장도 지근거리에 있던 대한민국 국회 내에서 10분 동안 여자 몇 명이 전여옥 의원을 복날 뭐 패듯이 폭행했다는 것인데 글쎄 전여옥 의원이 아무리 밉보였어도 그렇지, 대한민국 국민들 그렇게 매정한 사람들 아니다.  


전여옥 의원이 눈만 다쳤다면 차라리 이해가 된다. 사람의 손길이란 것이 항상 정제되는 것도 아니고 의도대로 따라지는 것도 아니기에 할머니가 머리채를 잡으려다가 눈을 상하게 할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그렇다면 할머니는 구속되어야 한다.  노령이니 뭐니는 처벌이 확정될 때의 참작 조건일 뿐)  그런데 전신타박상에 가슴도 아프고 어디도 아프고 갑자기 디스크도 생긴데다가 세상에 만상에 그 이름도 무시무시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까지 시달리신단다.   만약 언론노련 최상재 위원장의 증언대로 1분은 커녕 몇십 초를 헤아리는 잠깐의 충돌로 그 모든 상해를 가져왔다면 가해자 할머니는 손가락으로 전치 6주를 입힌 내가 사부로 모셔야 할 가공한 내공의 소유자라고 밖에는 생각할 수 없다.   아니라면 순대국집 아저씨와 전여옥 의원이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것인데.......   이거 그래도 대한민국의 유권자로서 대한민국 국회의원을 그렇게까지 깔아보고 싶지는 않다. 아니 그래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그럼 남는 것은 현장의 공개다. 맞은 자의 호소는 물론 기본으로 들어야 하지만 때렸다고 지목되는 사람들의 증언도 들어야 하고, 그를 목격한 국회 직원들, 관광객들, 기타 관계자들이 뭐라고 하는지를 모아 봐야 되고, CC TV도 봐야 된다.  하지만 도무지 경찰은 그 작업을 하지 않는다. 유감스럽게도 또는 다행히도 경찰 말마따나 CC TV는 찍히지 않았다고 치자.  하지만 현장을 촬영한 동영상이 접수되었는데 도대체 그건 왜 공개하지 않는다는 것인가. 


  대통령께서도 친히 전화를 주셔서 위로하시고 "힘들지만 함께 나아갑시다."라고 되받는 감동의 드라마의 주인공이시며,  전신 타박상과 외상 후 스트레스와 전치 8주의 중상을 입은 국회의원의 가슴 아픈 진실을 생생하게 담은 동영상을 대관절 왜 "전여옥 의원의 명예와 관련하여" 공개할 수 없다는 것인가.   박근혜 대표의 피습 현장을 반복해 보여 주는 것이 박근혜 대표의 명예를 더럽히기라도 했었나?  탄핵 때 울부짖는 열린우리당 국회의원들의 모습을 계속 보여 줬다고 편파보도라고 아우성친 건 바로 전여옥 의원이었는데?    폭력을 불사하는 좌파 진영의 음해에 의연히 맞서는 전여옥 의원의 모습을 공개하는 게 왜 왜 왜 왜 그분의 명예와 관련되는가?
  


괘씸하게도 선배의 봉변을 몰래 찍어돌렸던 후배 녀석이  그 영상을 경찰 코 앞에 들이밀지 않았다면 나는 꼼짝없이 가해자로서 경찰서에 지장을 찍어야 했을지도 모르고 그의 몸에 난 시퍼런 멍의 책임을 져야 했을지도 모른다.   전여옥 의원에게 향하는 "헐리우드 액션"의 누명을 거두기 위해서라도, 또는 집단폭행에 테러범으로 몰린 채 관식을 먹고 있는 할머니의 정체 규명을 위해서라도 그 동영상은 꼭 좀 보고 싶다.   아니 봐야겠다.  


  "멱살 한 번 잡았는데" 전치 8주에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라면 그 할머니는 국방부에서 스카웃하여 군 비밀 전력 증강에 투입해야 할 할 노파신공의 소유자인 셈이고  뺨 올려 부치는 와중에 눈이 상하는 모습이 찍혔다면 당연히 할머니는 죄값을 치러야 할 것이고 할머니 혼자 한 10초 정도 멱살잡이를 하는 모습만 나온다면 전여옥 의원에게는 청룡이든 대종이든 백상이든 여우 주연상을 위한 레드 카펫이 준비되어야 마땅하리라.   그때 만인의 정신건강을 위해서 등 파인 드레스같은 건 입지 않으시는 게 바람직하고 식상한 선글라스보다는 태조 왕건 때 궁예가 쓰던 황금 안대를 착용하시는 것이 그 열연을 기념할 수 있으리라.


  • 1.00.00 00:00
    여진보신당애덜식의 반응이라믄 난 말하는데 할머니 그노파의 손까락으로라도 여옥이 눈깔찔러 8주아닌 18주나오는것 영쩜영영일초만이필요할뿐이단거지
  • che 1.00.00 00:00
    전녀오크의원 존경스럽네요...최우수연기상 수상소감으로 "알음다운 뺨이에요"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공고] 충북도당 임원 및 도당 대의원 후보등록 결과 충청북도당 2019.01.05 52546
공지 [공고] 충북도당 재선거 공고 및 후보등록서류 file 충청북도당 2018.12.24 53374
공지 [노동당 후원 안내] 노동당을 후원해 주세요 노동당 2017.11.08 137892
» 희한한 피해자들 2 산하 2009.03.07 2019
76748 희생자 구제 대책도 없는 진보정당 11 윤희용 2013.01.01 2747
76747 희생양이된 심상정 후보, 선거판을 잘못 짠 결과입니다. 8 한울 2010.05.31 2197
76746 희망텐트촌에서 연행 입감된 박태준 당원과 쌍차지부 고동민 재정부장 6 file 등대지기 2011.12.09 1772
76745 희망텐트촌 1차 포위의 날 <와락 크리스마스> 오늘입니다! 당원여러분 함께 합시다! 날달 2011.12.23 3755
76744 희망텐트는 포장마차가 아닙니다 ㅎㅎㅎ 2 삼출이와 대치 2012.02.24 2234
76743 희망텐트노동자 참가단(쌍용자동차)삼성전자 중앙문 1인시위 연대방문 2 삼성부당해고자 2011.12.20 2755
76742 희망잃지 않으면 해내리라고 믿습니다 1 마키 2008.06.02 1510
76741 희망이 없는곳 5 산야초정원 2009.05.25 1844
76740 희망의 통합정당으로 3 노동해방을 위해 2011.08.31 1538
76739 희망의 정치노선 토론회 "탈핵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 2 file 김현우 2012.02.23 2713
76738 희망의 벽 3% 1 광진산하 2012.04.11 1951
76737 희망의 버스향후계획 및 송경동,정진우 입장발표 기자회견(보도자료) 2 비정규노동위 2011.11.15 1729
76736 희망의 버스타고 부산 (한진중공업)으로 달려갑시다 !!! [끌어올림 ] 3 삼출이와 대치 2011.06.09 1946
76735 희망의 버스 승객여러분과 지지해주신 시민들께 드리는 글 11 푸른달(정진우) 2011.11.15 1681
76734 희망의 밥차,진보의 희망밥차 !! 잘 되야 될텐데..... 1 삼출이와 대치 2011.10.23 1959
76733 희망의 도보행진 5 마중물 2011.07.01 1933
76732 희망을 주는 좌파 3 뿔이 2008.12.20 1700
76731 희망을 주는 좋은 글이 있어 소개합니다.[맨 밑바닥에 희망이 있다.] Julian 2012.04.15 2935
76730 희망을 잃은 10대 20대에게 드림썬 2008.05.05 1800
76729 희망을 보고 갑니다. 1 박형민 2011.07.04 1802
76728 희망을 버려. 6 노란간판 2008.10.27 2157
76727 희망은 희망이 부른다-홍세화와 함께-고양송년회2부 민주애비(최인엽) 2011.12.06 1972
76726 희망은 희망이 부른다-홍세화와 함께-고양당협송년회1부 6 민주애비(최인엽) 2011.12.06 2682
76725 희망은 있다. 9 정화영 2008.04.16 2868
76724 희망은 있다 ♪ 7 드림썬 2008.04.13 2350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2956 Next
/ 29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