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단하게만 쓰겠습니다.
어제 심상정 경기도지사 후보의 사퇴를 보면서, 가슴이 쓰려왔습니다.
저는 이미 처음 지방선거를 시작할 때부터, '선거연합''을 줄창 주장한 진보신당, 지방선거 전략과 판짜기부터 잘못되어 가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선거연합'은 큰 정당이 작은 정당을 흡수하거나 또는 몇가지 조건을 걸고 연합을 제기할 떄 가능한 전술입니다. 3%대 지지율을 보이는 진보신당이 선거연합을 제안할 때는 '후보단일화'를 위해 희생할 수 있다는 것을 전재하는 것입니다. 지난 1월 노회찬 서울시장후보 예비등록 이후 '선거연합'을 가장 먼저 제기한 쪽은 바로 진보신당이었습니다. 진보신당은 반MB를 위해서는 희생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끊임없이 대중들에게 설파한 것입니다.
선거연합 주장은 사실상 후보단일화 요구와 같은 것이죠.
진보신당이 가장 앞장서서 후보단일화를 요구한 것이고, 소위 민주대연합론의 입장으로 볼 수밖에 없었죠. 거기다가 5+4 회의에 참여한 이상 야권단일화 논리는 기정사실이 되었고, 진보신당 입장에서 탈퇴의 이유를 찾았다 하더라도 이미 국민들 눈에는 야권단일화가 지방선거 정치판의 주요 이슈가 되었고, 야권단일화에 대한 가능성과 민주대연합의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을 한층 높여놓았죠.
5+4회의 결렬은 당연한 것입니다.
언제 보수정당이, 민주당과 국참당이 진보신당 정책을 수용한 적이 있습니까?
지난 5-6년간의 경험을 통해 모두 확인된 사실이고, 입 아프게 다시 말할 필요조차 없습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을 경험했던 진보신당 지도부는 5+4회의 참석을 결정했고, 첫단추부터 판을 잘못 짜는데 함께 했습니다. 책임은 진보신당이 져야 합니다.
저는 심상성 경기도지사의 사퇴는 그 정치적 책임을 질 수밖에 없는 현실적 결정이었다고 봅니다.
사퇴는 지지할 의사도 없지만, 사퇴가 잘못됐다 비판할 권리도 저희에겐 없습니다. 단지 당의 정치판 짜기, 전략과 전술에 대한 평가가 우선되어야 합니다.
진보신당이 벌여놓은 선거연합을 제안하고 5+4회의에 참여하고, 이미 민주대연합론에 입각한 후보단일화가 대세가 되는 정치판이 만들어졌습니다.
진보신당의 정치적 전략과 이미 확고하게 형성된 단일화요구를 다시 뒤집기엔 이미 시간이 늦어버린거죠. 저는 5+4 회의 불참선언 이후 진보신당이 이번 지방선거 이후 유효한 정당으로 살아남을 수 있을지 참으로 걱정스러웠습니다. 그 걱정은 노회찬 후보, 심상정 후보의 낮은 지지율이 말해주고 있습니다.
후보단일화나 민주대연합론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진보신당은 어떤 형태로든 정치적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일 수밖에 없죠. 민주노동당과의 진보대연합이 잘됐으면 선거연합의 파장과 책임이 조금은 줄어들었겠지만, 정치적 파급력은 별반 없었겠죠. 하지만 진보대연합을 주장하면서도 진보신당은 실질적인 진전에 관심이 없어보였습니다. 뒤늦게 민주노동당이 4+4협의에 적극 결합하면서 진보대연합조차 무산됐습니다. 민주노동당은 진보대연합을 포기하고 죽어가는 민주당 살리기에 힘을 실어주기로 했습니다. 민주노동당은 앞으로 진보정당으로서 입지가 더욱 약화되거나 민주당과 통합을 해야 할 겁니다.
암튼 진보신당이 벌여놓은 선거연합론은 결국 당대표인 노회찬 서울시장 후보가 그 책임을 질 수 없기 때문에 심상정 전 대표가 차선책으로 사퇴를 할 수밖에 없었다고 봅니다. 현재의 선거판에서 심상정 후보의 지지율이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선거이후 정치적 책임론은 더 커질수밖에 없습니다. 한나라당 당선에 대한 정치적 책임은 더 커질수밖에 없는 일이었습니다.
지금 심상정 후보의 사퇴를 심상정 전 대표만의 책임으로 몰아부치는 분들은 그동안 선거초반에 '선거연합론'을 주장한 분들이거나 최소한 관망을 했던 사람들 아닌가요. 5+4회의 참여에 대해 당원들에 논의한 일도 없습니다. 심상정 전 대표가 후보사퇴를 논의하지 않았다고 당내 민주주의를 문제 삼는 것은 같은 맥락에서 문제제기 되어야 합니다. 당은 선거연합, 5+4회담 참석에 대해 당원들의 의사를 물어본 적이 없습니다. 이 과정을 떠올려보면 당원도 책임이 없다고 해야 합니다. 찬반을 논할 기회가 없었으니까요.
선거연합론과 5+4회담 참석을 모두 추진한 분들이 이제 그 화살을 심상정 전 대표에게 책임을 묻고 있습니다. 심상정 후보의 사퇴에 대한 책임을 묻기 전에 선거전술을 추진한 분들의 자기 평가가 있어야 합니다. 5+4회담 참가를 반대했다면 초기에 당원들과 강력하게 반대여론을 조직했어야 합니다. 심상정 전 대표의 책임을 묻는 분들은 선거연합, 후보단일화가 한참 논의될 떄는 무엇을 하고 계셨습니까?
결과적으로 진보신당은 선거연합론을 제기한만큼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합니다.
왜 희생양이라고 스스로 자청한 심상정 전 대표 혼자 책임을 져야 합니까?
또 경기도당 소속 당원들은 심상정 경기도지사 후보 선거에 일말의 도움을 주거나 참여하신 일은 있으신가요?
재정적 압박과 정치적 압박, 이 모든 것을 견뎌야 했던 심상점 전 대표의 선택을 가만히 신중하게 따져봐야 한다고 봅니다.
'선거연합'을 제기한 분들은 2004년도 덕양갑의 선거연합을 거론하시기도 하던데... 제가 볼 떄 그 당시 덕양갑은 5%대의 민주당이 먼제 제안했고, 지지율이 낮은 민주당 후보의 선거연합 제안은 사실상 후보사퇴를 전제한 제안이란 걸 국민들은 물론 저희도 그리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민주당 후보는 말도 안되는 이유로 사퇴하지 않았고, 그 결과 그 후보는 정치권에서 다시 일어설 수 없는 상태가 되었습니다.
정치는 곧 책임입니다.
한번 말하고 불리하면 다시 말바꾸기를 할 수 없습니다.
아니면 말고식의 행보가 진보신당을 위기로 몰아넣고 있습니다.
이러한 정치행태가 바로 보수정당이 하는 행보입니다.
진보신당은 진보대연합도 체결시키지 못했고, 선거연합을 제기한 주체로서 책임도 지지 않았습니다.
그동안 선거연합을 제기하는 것을 보면서, 그럼 나중에 그 댓가로 누가 사퇴할건가...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마음이 아픕니다.
진보신당의 이같은 정치행보가 진보정치 전체에 대한 국민적 불신, 무책임한 세력으로 보일까봐 그것이 더 큰 걱정이었습니다.
전 심상정 전 대표가 그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고 봅니다.
선거연합이나 후보단일화를 주장하지 않았지만, 진보신당을 바라보는 유권자들의 요구- 정치적 책임을 묻는 그 요구에 답한 것이라 봅니다. 어쩔수 없는 선택입니다. 그나마 심상정 이란 무게 때문에 진보신당이 선거이후 맞을 위기를 덜어주었다는 점에서 늦었지만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안타깝고 속상하지만, 이것이 정치다... 이런 생각이 듭니다.
심상정 후보의 결단과 판단은 선거판 전체에 대한 판단 없이 옳고 그름을 논하기 어렵다고 봅니다.
진보신당이 지금의 이 결과를 보지 않으려면, 처음부터 이명박정권의 실정을 강도 높게 비판하고, 야1당인 민주당을 비롯한 국참당에 대한 비판의 수위를 높여나갔어야 합니다.
그런데 반대로 노-심의 유명새를 업고 쉽게 표를 얻거나 쉽게 선거를 치루려던 진보신당의 전략이 파산을 맞았다고 봅니다.
저는 심상정 전 대표가 바로 그 '파산'을 그나마 막은 결단을 내렸다고 생각합니다.
유시민을 지지하는 심상정 전 대표의 심정이 어떠했을지, 그 굴욕과 모멸감을 참으며 눈물을 보이던 그 심정을 생각하면 저도 눈물이 납니다.
결국 심상정 후보의 사퇴는 진보신당을 위한 결단이었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