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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대선,
노동자·민중의 독자후보 전통을
노동당이 책임집시다
당원 동지 여러분 반갑습니다. 신년 인사가 늦었습니다. 정유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설 연휴 평안한 명절 되십시오. 당 대표 이갑용입니다.
당원 여러분께 드리는 2017년 저의 신년 인사는 급박하게 돌아가는 박근혜 게이트 정세에 대한 노동당의 대응이 중심일 수밖에 없습니다. 저는 2017년 1월 말 현재 예상되는 조기 대선에서 노동당의 독자후보 전술이 필요하다는 점을 주장합니다.
그렇게 주장하는 근거는 아래와 같습니다.
첫째, 노동당만이 독자 대선후보 운동의 역사를 계승하고 책임질 수 있는 세력입니다.
고인이 된 이재영 전 진보신당 정책위 의장은 진보세력의 독자적 대선후보 운동을 87년 6월 항쟁 이후 25년 넘게 “현실적인 준비 정도를 초월하는 역사적 조류”로 규정했습니다. 독자 대선후보 운동이 역사적 조류가 된 이유는 분명합니다. ‘노동자·민중이 주인 되는 세상’으로 표현되는 노선과 가치는 결코 정권교체론이나 연립정부론 등으로 표현되는 보수정치운동을 통해 성취할 수 없다는 자각입니다. 이러한 자각은 노동당의 강령에 “자유주의 정당 의존에서 벗어나지 못한” 기존 진보정당운동의 오류와 한계를 지적하는 것으로 분명히 표현되어 있습니다. 이 교훈으로부터 벗어나는 길은 어떤 수사를 동원하여 포장한다고 해도 역사적 퇴행입니다.
그렇다면 이제 누가 독자 대선후보 운동을 감당해야 하고 할 수 있습니까? 역대 대통령 선거에서 민중후보 전술은 계속돼 왔지만 후보가 완주를 하거나 후보를 세운 세력이 조직적 책임을 다하는 선거들은 많지 않았습니다. 민주노동당 시절 핵심 당직자가 “민주노동당 후보가 100만 표를 받고 대통령은 노무현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스스럼없이 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그들은 민주노총과 함께 한다는 명분을 내세우지만 그 속내는 자기 세력의 부활이나 유지 강화일 뿐입니다. 민주노총 안에는 민주연합정부론의 형태로 독자적 진보정치노선과 완전히 궤를 달리하는 세력들이 주도권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또한 범좌파 진영으로 분류되는 여러 정치사회세력 중에서도 민중 독자후보 원칙을 지키면서 대선을 완주할 수 있는 세력은 사실상 없다고 저는 주장합니다.
물론 노동당의 처지를 완전히 무시하고 민주노총의 민중독자후보 논의를 무조건 거부하자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지난 1월 4일 노동당을 찾은 민주노총 인사들이 민중 단일 대통령 후보 운동에 노동당의 참여를 요청했을 때 저는 “함께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조건부였습니다. 대선 완주, 재정과 조직적 지원에 대한 확답을 요구했습니다. 후보를 뽑아 놓고 완주를 하지 않거나, 재정과 조직적 지원의 책임을 지지 못하면 노동당 같은 좌파정당에 대한 운동적 폭력을 행사하는 것일 뿐이라고 전달했습니다. 저는 이에 대해 믿음을 주는 답변이 없이는 노동당이 민주노총이라는 외피를 두르고 정파적 이해를 관철하려는 세력의 정략에 들러리 서주는 일은 결코 하지 말아야 한다고 거듭 강조합니다.
둘째, 노동당만이 진보좌파적 체제 전환의 요구를 정식화하여 대중에게 일관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세력입니다.
박근혜 게이트 정국에서 촛불광장의 시민은 “재벌도 공범이다”고 외치는 상황까지 의식이 진전되었습니다. 하지만 오늘의 사회경제 위기를 불러온 재벌체제의 문제와 그 대안에 대한 인식으로 까지 나아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금의 위기는 단순한 복지강화, 경제민주화로 표현되는 부분적인 재벌 규제로 해결될 수 없는 장기적이고 구조적 위기입니다. 수출주도성장-부의존소비로 표현되는 신자유주의 재벌체제는 장기 저성장 국면에서 해체와 전환을 요구받고 있습니다.
노동당은 지난 총선에서 노동시간단축과 일자리 공유, 불안정 노동의 철폐, 전면적 기본소득 등을 핵심으로 아는 사회경제 체제 전환의 청사진을 제시하였습니다. 사회경제체제 전환의 핵심 고리 역할을 했던 노동당의 전면적 기본소득 정책은 지금 유력 대선 주자들이 청년, 노인, 아동 등에 계층별 보편수당 정책을 경쟁적으로 내세우는 것으로 진전되었습니다. 노동당은 전면적 기본소득에 필요한 고부담 누진직접세 위주 조세체계 개편을 좌고우면하지 않고 내세울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정치세력이기도 합니다.
재벌 체제의 위기가 임계점에 이른 상태에서 치러지는 이번 대선에서 노동당은 ‘생산수단 사회화 강령’을 전면화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재벌 자본에 대한 다양한 사회적 소유 및 통제 정책을 과감하게 내세울 때이고, 그 전위적 역할은 노동당의 몫이고 노동당의 몫일 수밖에 없다고 저는 감히 주장합니다. 그것뿐만이 아닙니다. 독자 후보로 완주하면서 탈핵과 성평등, 분명한 북핵 반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등 진보좌파적 가치에 부합하는 일관된 체제전환적 정책을 제시할 정당도 노동당입니다.
셋째, 독자후보의 완주 없이 2018년 지방선거에서 유의미한 결과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대통령선거는 총선이나 지방선거와 다릅니다. 총선에서는 250개 지역구에 4배수 후보로 1,000명 정도의 후보가 움직입니다. 지방선거는 5,000개의 공직을 두고 수 만 명의 후보들이 움직입니다. 그러나 대선에는 최대 10명 이하 후보들이 나섭니다. 총선과 지선은 정당 못지않게 인물의 영향력이 크지만 대선은 비교적 적은 수의 후보들이 집중을 받으며 정책과 비전이 상대적으로 크게 부각되는 선거라는 뜻입니다. 이런 선거에 후보를 내지 않고 2018년 치러지는 지방선거에서 유의미한 결과를 기대한다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습니다. 대선 과정을 거치면서 지방선거에 나설 주요 후보군을 미리 준비할 수 있고 그렇게 해야 합니다. 그렇게 해서 이번 대선을 2018 지방선거의 초석을 다지는 선거가 되어야 하고 그렇게 만들어야 합니다.
당원 여러분, 노동당의 대선 후보를 냅시다. 주어진 시간이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설 연휴가 지나고 5기 전국위원회 첫 번째 회의를 치를 때쯤에는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대선에 대한 당원들의 의견 개진과 토론이 최대한 빨리 본격화되어야 하고 노동당의 대선 방침이 당의 공식 절차를 통해 서둘러 단계를 밟아나가야 합니다.
민주노총에서 민중단일후보 추진을 위한 의견이 있기는 하지만 넘어야할 산이 많습니다. 민주노총과 우리당의 면담에서 저는 후보선출의 기준이 모호하고 현행법상 여러 조직이 함께 경선을 할 수가 없다는 의견을 전달했습니다. 또한 완주를 담보하지 못하는 후보를 낼 수는 없고 당의 이념과 당명 없이 치르는 선거에 답을 주어야 함께 할 수 있다는 의견을 냈습니다. 그래서 민중후보의 준비와 별개로 노동당의 후보를 준비한다는 의견을 전달했습니다.
노동당 같은 작은 정당이 대선을 치르기에는 만만치 않은 비용이 들어간다는 점은 미리 말씀드려야겠습니다. 2012년 대선에서 김소연 후보가 4억2천만 원의 비용을 썼다고 합니다. 기탁금만 3억 원입니다. 공보물 등 최소 선거운동에 필요한 최소 자금을 7억 원 정도로 예상합니다. 만약 돈이 없다고 주저앉는다면 2018 지방선거에서도 재정 지원이 가능하고 인지도가 있는 극소수 후보만 출마해야 한다는 결론이 불가피합니다. 오랜 침체와 무력감을 딛고 변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재정 마련과 대선운동 참여에 대한 당원과 활동가들의 특단의 결의가 필요하다는 점을 간곡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2012년 대선은 노동당에게 상처를 안겨 주었습니다. 2012년 대선에서 노동당의 후보는 없었습니다. 정당 2년여 동안 대표가 3번 바뀌고 당의 대표가 당원의 결정에 불복하고 탈당하여 당의 가치와 노선에 부합하지 않는 다른 정치세력과 통합을 한 역사를 가진 노동당입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우리는 무엇을 지키기 위해 이 배신과 수모, 악조건을 견디며 지금까지 왔습니까? 진보좌파정치의 독자적 발전 노선을 지키기 위해서였습니다. 저는 이번 대선에서 노동당 독자후보를 통한 대선 돌파가 그 노선을 지키는 길임을 주장합니다. 제 제안이 공론의 장에서 활발하게 논의되기를 기대합니다.
노동당 대표 이갑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