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민중의 정치세력화'를 기치로 97년 대선에 권영길 후보(그때만 해도 참 멋진 분이었지요!)를 내세워 선거를 치뤄낸 후 당시 선거본부가 진보정당 준비조직으로 바뀌어졌던 '국민승리21'에 회원가입을 할 때가 떠오릅니다. 비록 이름은 맘에 안들었으나 제가 7번째로 자동이체신청을 했었고 그 덕분에 (어떤 정말 훌륭하신 분께서 국민승리21이 민주노동당 전신이므로 그 회원번호를 당번으로 승계해주도록 제안하셔서) 제 민주노동당 당원번호는 7번이었습니다. 늘 그 번호를 주위사람들에게 자랑하며 민주노동당의 창당 주역(?)이었노라고 어깨를 으쓱할 수 있었던 시절이 있었드랬지요. 아... 그때까지는 삶이 참 행복하고 즐거웠는데...
진보신당 연대회의. 오늘 다시 새로운 정당 준비조직에 회원가입을 하게 되네요. 그러나 10년전 그 때, 그 열기와 희망의 기운과 달리 저는 조금은 두렵고 답답하고 서글프기까지 합니다. 두가지 때문인것 같습니다. 하나는 지난 10여년간 진보정당운동이 총체적으로 실패함으로써 '진보정당'이라는 이름에 담는 뜻과 가치가 어떤 방향, 어떤 내용으로 채워져야 할 지 답을 하기가 훨씬 어려워졌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그 10년을 함께 해왔던 동지들을 (자의반 타의반으로) 부정하거나 혹은 낙인찍으며 내딛는 걸음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너는 왜 오늘 그딴 맘가짐으로, 또 바쁘단 핑게로 별 활동도 하지 않을 거면서 이 조직을 기웃거리고 있는 거냐?라고 제 자의식이 질문을 해오네요. 또 당번호 앞번호 받을라고 그러냐? 커억~
잘 아실겁니다. 제가 왜 그러는지. 여러분들도 적어도 한번은 (어떤 분들은 수도 없이 많이) 맛 보셨쟎아요. 진보가 승리할때의 그 기분을~ 그 행복감을... 그 충만함을... 비록 내가 직접 그 자리에 있지 않았어도 늘 맘속에 자리했던 나의 당이 멋진 진보의 발자취를 보여줬을때 그건 내가 쟁취한 것이었고, 내가 당선된 것이었고, 내가 세상을 바꾸는 법을 만들어낸 것이었으니까... 적어도 몇년전까지는 당이 곧 나였었고, 내가 바로 당이라고 느껴졌었으니까... (사실 당비낸거 말고는 한게 없는 사람이 이렇게 말하니 좀 쑥스럽긴 하네요)
10여년의 도전속에 결과지워진 명백한 실패, 그것으로도 결코 지워지지 않는 그 느낌을 다시 되살리고 싶어서 입니다. 이제 이당 '진보신당'은 새로운 틀에서 새로운 사람들과 새로운 과제들을 녹여내는 "진보의 용광로"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비록 오늘 우리의 체온은 그리 높지 못하지만, 아니 싸늘하기까지 하지만, 세상의 주인공들(우리 민중들)의 삶을 향하는 진보의 열정은 살아 숨쉬고 있고, 그러한 열정이 결국 그들을 일어나게 할 것이며, 그 열기로 인해 우리가 다시한번 로(爐)안에서 서로를 부둥켜 안으며 녹아내릴 수 있게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어쩌면 정말... 예전에 함께했던 동지들까지도 말이지요...
길고 너른 호흡으로 한 걸음 한 걸음 내딛으시지요. 아자 아자 외치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