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4학년인 아들 우성이는 “아빠는 너무 화를 잘 내요.” 안 그러면 안돼요?” 라는 말을 자주합니다. 한번은 둘이서 택시를 타고 가는데 이 운전사 아저씨가 길을 잘 모릅니다. 길을 아무리 설명을 해줘도 잘 알아듣지를 못합니다. 이쯤 되자 우성이가 저의 손을 꼭 잡고는 나지막한 소리로 “아빠 제발 화내지 마세요.”하고 애원조로 말합니다.
이쯤 되니 지나간 날들을 되돌아보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도대체 평소에 아이 앞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줬기에 아이가 이러는지를 곰곰이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노동운동이다 진보정당 운동이다 하면서 오로지 저항하고 투쟁하는 자세만이 정의라고 여기며 살아온 짧지 않은 세월동안 피폐해진 자신을 문득 문득 발견하면서도 성찰은 없었던듯합니다.
“까칠함”을 진보의 기본 소양쯤으로 착각하면서 만인에 대해 인색하고 자신에 대해서는 너무나 관대한 그 모습을 부끄러워 할 줄 모르고 살아오지는 않았는지 뒤돌아봅니다.
내 눈의 대들보는 보지 못하면서 동지들의 눈에 있는 작은 티는 침소봉대하여 비난하고 공격하지는 않았는지도 살펴봅니다.
며칠 전에 “안해”가 읽던 책을 몇 장 넘겨보았습니다. 삼성경제연구소 등 기업체 강연에서 이름께나 날린다고 알려진 어느 대학 교수가 쓴 책인데 “뭐 이런걸 보나”하면서 보았는데 저의 시선을 잡는 한 문장이 있었습니다.
“‘문화심리학적으로 한국사회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사는 게 재미없는 남자들]이다. 온갖 사회정의를 부르짖는 구호 뒤에 숨겨진 적개심, 분노, 공격성의 실체는 [재미없는 삶에 대한] 불안이다.”
지나간 삶에 대한 보상심리, 재미없는 현재, 불안한 미래 때문에 고슴도치처럼 온몸을 가시로 무장한 채 세상을 겨냥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를 자문해봅니다.
택시노동자들이 워낙 저임금과 격무에 시달리셔서 이직이 과거보다 매우 잦습니다. 전에는 택시운전기사는 길을 찾아가는 것에 대해서만은 전문가수준이었는데 최근 몇년에는 저도 길모르는 택시아저씨를 만나 고생좀 했습니다. 다행히 요즘에는 "네비"가 대부분 달려있습니다. 문제는 그걸 그냥 악세사리로 쓰고 있다는 것이죠.
전 앞에타서 목적지를 검색해주고 전 잡니다.
물론 저도 지나치게 공격적인 모습을 자주 보게됩니다. 그러나 화날때 무조건 참을수만은 없는 노릇... 현명한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좋은글 봐서 마음이 평안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