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일) 진행된 독일 좌파당의 카티야 키핑 공동대표 초청 강연회에서 청중의 질의에 대한 키핑 대표의 답변을 별도로 요약 정리했습니다. 키핑 대표의 재치 있는 답변에 청중으로부터 많은 웃음과 박수를 이끌어냈습니다. 속기로 정리하여 완벽하지 않은 점 양해를 구합니다.

 

카티야 키핑 독일 좌파당 공동대표의 답변

노동당 기본소득 국제연대사업 / '유럽의 좌파운동과 기본소득' 강연회

 

 

 

좌파당 안에서 기본소득에 대해 비판적인 주장은 4개의 반대 논거가 있습니다. 첫째, 재정적 부담이 크다는 것입니다. 둘째, 기본소득을 강령에 넣을 순 있는데 선거에 공약으로 하면 국민들이 이상한 소리 한다고 하지 않겠냐는 것입니다. 셋째, 정통 마르크스주의자들이 노동 중심주의 입장에서 반대가 있습니다. 넷째, 기본소득 도입하면 게을러질 것이라는 이야기가 좌파당 안에도 있습니다.

먼저 게을러진다는 주장에 대해 저는 이렇게 말하겠습니다. ‘그럼 당신은 게을러질 것입니까?’ 이렇게 물으면 ‘아니,난 게을러지지 않을 것야.’라고 답합니다. 사실 자신이 아니라 남들이 게을러진다고 생각한다는 겁니다. 그 다음에 기본소득을 주면 임금투쟁을 하지 않게 될 것이라고 반대하는 당원들이 있는데요, 이 분들게 기본소득은 파업기금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기본소득과 정반대에 있는 제도가 있습니다. 이 제도는 저임금을 주어서 일하지 않으면 안 되게 만들었습니다. 하르츠 개혁과는 다른 결과를 낳는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요? 협상력의 문제에서도 저는 기본소득이 임금 인상의 조건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 다음에는 ‘기본소득을 주면 화장실 청소는 누가 하나요?’라는 질문으로 기분소득에 반대하는 의견이 있는데요, 생각을 해봅시다. 오늘날 화장실 청소는 누가 어떤 노동조건, 어떤 임금 조건에서 하게 됩니까? 기본소득을 주면 하기 싫어하는 일은 기술혁신으로 대체하거나, 아무도 하지 않거나, 높은 임금에서만 하게 됩니다. 기본소득을 받으면 어렵고 더러운 일은 하지 않으려고 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3D 업종의 임금은 올라가게 됩니다.(박수)

(독일) 녹색당에서 기본소득에 대한 찬반 입장은 60% 반대 40% 찬성이었습니다. 좌파당은 반반으로 나왔습니다. 녹색당은 6:4라서 의회에서 누구도 기본소득은 우리 당의 정책이라고 말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와 달리 시민사회는 60%가 지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시민사회의 압력에 의해 초당적으로 진행되는 것이 훨씬 더 유리한 방법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15년 동안 이런 상황이 조금 바뀌긴 했습니다.

언제 독일 기본소득이 도입될 거냐는 질문이 있었는데요. 예언자가 아니라 함부로 말할 수는 없고 세계적 차원에서는 얘기할 수 있습니다. 만약 한국에서 먼저 된다면, “봐라, 한국에서도 하잖아.” 라는 말을 할 수 있게 됩니다. 이렇게 우리는 서로 돕는 관계가 될 수 있습니다.(박수)

장애인 운동에 대해 독일 좌파당의 입장을 묻는 질문이 있었습니다. 오늘 강연장 밖에서 장애아동을 위한 모금을 하고 있는 모습을 봤는데 굉장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좌파당 안에는 장애인 기초조직이 있습니다. 이 조직은 배제, 차별이 ㅇ벗고 모두가 포용하는 사회를 위한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장벽 없는 사회는 단순히 장애인만을 위하는 사회는 아닙니다. 만약 문턱 없는 건물을 만든다면 하이힐을 신은 사람이나 어린 아이까지도, 모든 사람들이 이익을 볼 수 있고 모두가 다니기 편한 길이 될 것입니다.

저는 협동조합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그런데 협동조합이 시장경제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기본소득이 필요합니다. 기본소득이 있을 때 사람들이 보다 공동체적인 목표를 위해 일하게 될 것이고, 농업 전기 에너지에서 생태적 전환이 있을 것이고, 자본주의지만 자본주의적이지 않은 경제적 조직이 있을 때 사회적 변화가 촉진된다고 생각합니다.

녹색당과의 차이점에 관한 질문이 있었습니다. 녹색당, 사민당, 좌파당은 청년조직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반파시즘, 반인종주의 시위는 같이 연대해서 하기도 하빈다. 여러 부문에서 협력 중입니다. 차이가 있다고 그러면 저희는 좌파당이기 때문에 자본주의가 역사의 최종 단계라고 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탈자본주의가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두 번째는, 좌파당은 평화주의 군축정당이라는 것입니다. 저희는 간디의 말을 신조로 생각합니다. 즉 평화적이지 않은 수단으로 평화를 이룰 수 없다는 것입니다.

신자유주의가 관심을 갖는 기본소득과 해방적 기본소득의 차이점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해방적 기본소득은 첫째 지급 액수가 충분히 높아야 합니다. 사회정치적, 문화적 참여가 가능한 정도여야 합니다. 두 번째는 높은 최저임금과 결합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제가 BIEN(기본소득지구네트워크) 제 16차 대회에서 최저임금 1만원 인상을 요구하는 아르바이트 노동조합의 젊은 조합원들을 만났습니다. 그들은 기본소득도 지지한다고 했습니다. 매우 감명 깊은 장면이었습니다. 셋째, 생태적인 전환에 도움이 되어야 합니다. 네 번째는 젠더 평등에 도움이 되는 것입니다. 저는 이 네 가지를 해방적 기본소득의 기준이라고 생각합니다. 신자유주의적 기본소득은 이 네 가지 중에 한 가지도 충족하지 않습니다.(박수)

독일의 보수주의 정치가가 기본소득을 주장하는데요, 자세히 들어보니 이 사람의 (기본소득 재원 마련을 위한) 조세 모델은 역진적이었습니다. 아래에서 받아서 위로 주는 건데요, 현재 조세 모델과 비교하면 부자층은 적게 내고 중산층은 더 냅니다. 중산층이 부자가 내는 것을 대신 내는 꼴이 되는 모델이었습니다. 이런 문제에 대해서 매우 조심스러워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이념이 등장하면 보통 세 가지 단계를 거칩니다. 첫 번째 단계는 무시 당하는 것입니다. 두 번째 격렬하게 공격받습니다. 이것도 괜찮습니다. 공격을 받으면서 이슈화 되는 것이니까요. 세 번째는 내용물이 뀌는 겁니다. 같은 용어를 사용하지만 완전히 다른 내용으로 채워집니다. 이게 가장 무서운 겁니다.

드디어 제가 매우 좋아하는 주제인 ‘기본소득과 페미니즘’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질문해주신 분께 감사드리고요. 초기에 페미니즘은 기본소득에 대해 매우 비판적이었습니다. 기본소득을 받으면 여성의 노동 참여가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여성 페미니즘이 점점 우호적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저는 기본소득이 페미니즘에 도움을 준다고 봅니다.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 저임금 일자리를 거부할 권리가 생깁니다. 둘째, 가정에서도 ‘나 안해’ 라고 말할 권리가 생깁니다.(박수)

페미니즘에 대해서 제가 의지하고 있는 맑스주의 페미니스트의 말을 들려드리겠습니다. 그 사람이 4 가지 관점에서 평등을 말했는데요, 가치노동에 대한 평등, 가사/재생산 노동에서의 평등, 정치적 참여에서의 평등, 삶의 여유 부분에 대한 평등입니다. 이 4가지 평등이 이뤄질 때 젠더 평등이 이뤄질 거라고 생각하고, 기본소득이 여기에 기여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좌파당의 경우 여성할당제로 모든 당직이 50:50으로 이뤄지는데요, 중요한 것은 돌봄, 재생산에서도 50:50의 할당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부분을 50:50으로 나눠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나의 기본소득’이라는 독일에서 진행된 캠페인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독일에서 어떤 기본소득 지지자가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내가 기본소득을 받게 된다면 어떨까?’ 크라우드 펀딩을 했고 1년 동안 한 사람을 정해서 기본소득을 주자는 취지로 시작됐습니다. 처음에 저는 이게 되겠냐고 생각 했습니다. 그러나 돈을 낸 사람이 굉장히 많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11번째 기본소득 받는 사람이 생겼습니다. 이렇게 되니까 이 프로젝트에 대해서 TV에서 초청도 하고 언론에서 주목받기도 했습니다. 이 과정이 저는 기본소득 확산에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어쨌건 언론이 기본소득을 이런 방식으로 다루고 알아보려고 했겠죠. 기본소득을 받은 분들 중에서, TV 앞에서 술을 마시는 사람이 없었고, 뭔가 다 생산적인 일을 했고, 1년 동안 기본소득을 받는다면 아이를 낳아야겠다고 생각한 분도 생겼습니다. 만약 그 아이가 태어난다면 기본소득 아이가 태어나는 것입니다.(박수) 유명한 혁명가가 얘기한 것처럼, 현실에서의 불가능에서부터 변화가 시작된다고 얘기하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