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1(월) 오전 11시 프레스센터 기자회견장에서 진행된 ‘독일 좌파당 카티야 키핑 공동대표 + 노동당 구교현 대표 공동 기자회견’의 후속 보도자료입니다. 청중과 기자들로부터 질의에 대한 두 대표의 답변을 정리했습니다. 손님으로 한국을 방문한 카티야 키핑 대표에게 질문이 집중됐습니다. 

 

“기본소득은 높은 최저임금과 결합되어야 한다”

독일 좌파당 카티야 키핑 공동대표 + 노동당 구교현 대표 공동 기자회견 

질의응답 정리

질문

최근에 스위스에서 기본소득 도입을 묻는 국민투표가 찬성 25%로 부결됐다. 스위스에서의 실패를 유럽 사회와 독일이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답변

스위스는 국민투표를 많이 하고, 또 부결되는 경우가 많다. 스위스에서 보수적 언론이 여론을 주도한다. 그래서 처음에는 가결될 것 같다는 분석이 나오다가도 부결되는 게 관례처럼 되어 있다. 그러나 국민투표를 했다는 것 자체로 성과가 있었다. 기본소득에 대한 전유럽적 관심 일으키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질문

한국에서 알파고라는 인공지능과 이세돌의 바둑 대결이 있었다. 인공지능이 승리했다. 인공지능의 시대에 독일 좌파당의 대응은 무엇인가?

 

답변

저는 기술혁신이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 인류 모두에게 중요하다. 옛날에는 소식을 전하려면 말을 타고 가서 전하든가 아니면 심부름꾼을 시켰다. 그런데 지금은 이메일 보내면 된다. 그래서 심부름 일꾼이 없어졌다. 만약 기술혁신이 현재와 같은 조건에서 진행된다면 인간에 기여하기 어렵다. 일자리 가지고 있는 사람은 초과노동을 계속해야 하고, 일자리가 없는 사람은 삶에 대한 염려를 갖는다. 모두 스트레스를 받는다. 만약 기본소득을 받으면 자유시간을 갖게 될 것이다. 이 시간을 가지고 정치에 참여할 수 있다. 물론 기본소득은 화폐로 지급되지만,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자원은 삶의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질문

최근 영국의 브렉시트 국민투표가 찬성으로 가결됐다. 세계화에 대한 반발, 영국의 금융정책에 대한 반발이라는 견해가 있는데, 어떤 견해인지 궁금하다.

 

답변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유럽연합이 있고 제가 생각하는 유럽이 있다. 실질적으로 존재하는 유럽은 긴축에 입각한 반복지의 유럽이고, 이민자를 차별하고 장벽을 치는 유럽이다. 제가 생각하는 유럽은 민족적, 국민국가적 경계선을 넘어서고 모든 거주자에게 사회보장을 제공하는 유럽이다. 좌파적 입장에서 브렉시트에 대해 살펴 보겠다 잔류파는 신자유쥬의자이다. 탈퇴파는 사실 극우 포퓰리즘이다. 큰 악이냐 작은 악이냐의 선택이다. 우리는 브렉시트 축하하지 못하지만, 그렇다고 잔류를 주장하지 않는다. 아래로부터의 사회적 유럽을 만들어야 한다. 선거 결과 청년층은 잔류를, 노년층은 탈퇴를 선택했다. 청년층 다수는 경계가 없는 사회에 살고 싶어 한다는 사실이다. 사실은 유럽은 엄청난 담장과 경계에 둘러싸여 있다.

 

질문

지난해 독일에 최저임금제를 도입했다. 독일에 최저임금제 도입이 늦은 이유는 무엇이고, 도입 이후의 영향은 무엇인가?

 

답변

저희 좌파당은 20년 전부터 최저임금제의 도입을 위해 싸웠다. 최저임금제에 대해 보수정당만 아니라 일부 노조도 반대했다. 결국 보수당인 기민당 수상도 찬성함으로써 최저임금제가 도입되기에 이르렀다. 20년의 싸움을 생각해보면, 저는 기본소득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본다. 노조에서 처음 기본소득을 반대하더라도 나중에 찬성하게 될 것이다. “내가 처음부터 찬성했다.”라고 말하면서. 지금 서서히 찬성으로 돌아서고 있는 것으로 보면 저는 그럴 것이라고 본다. 최저임금제는 빈곤 퇴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중요한 것은, 최저임금제 도입에 대해 일자리 축소 염려가 많았는데 일자리는 전혀 줄어들지 않았다는 것이다.

 

질문

구교현 노동당 대표에게 질문하겠다. 보수 정당에서 기본소득 의제가 퍼져 나가는 이유를 뭐라고 생각하는가. 한국의 기본소득 도입을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답변

지난 국회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새누리당까지도 소득불평등을 얘기했다. 물론 소득불평등이라고 하지 않고 ‘양극화’라고 표현하는데, 어쨌든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새누리당은 중향 평준화를 얘기하고, 야당은 양극화 해소를 말한다. 그런데 양극화 해소를 위한 수년 간의 논의들과 실행들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근본적인 처방이 없었다. 다른 정치적 기획이 필요한 것 아니냐로 자연스럽게 생각이 옮겨갈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그런 포지션이다. 다만 기본소득 얼마나 진지하게 접근하는지 알 수 없는 문제다. 기본소득 논의가 확산되는 것, 현실의 안건으로 상정됐다는 것은 중요한 의미가 있다.

기본소득은 노동시간 단축, 불안정한 일자리 없애는 방향으로 자리를 잡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국의 노동운동이 기본소득 의제를 받아 안을 수 있어야 한다. 노동운동이 자신의 이익만 쫓는 집단으로 사회적, 정치적 낙인이 찍힌 상태이다. 전 국민의 보편적 요구로 기본소득을 제시하고 도입을 요구하고, 이를 위해 재벌증세 등 조세개혁을 요구해야 한다.

최저임금 1만원 의제도 애초에 노동운동 진영에서 초반에서 부정적 인식이었다. 이것이 변화하는 과정이다. 더 보편적인 요구, 말 하지 못하는 비정규직의 요구를 받아 안아야 한다는 고민에서 채택된 것이다. 기본소득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노동당은 노조 활동가들이 함께하는 정당이니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

 

질문

설문조사 보면 기본소득 도입하더라도 노동을 하겠다는 사람이 더 많다. 그래서 자본가 입장에서 기본소득 지급하면 임금 동결 또는 인하를 주장할 것 같다. 이에 대한 의견은?

 

답변

기본소득 도입된 사회에서도 생계노동은 있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사람들은 나쁜 노동을 거부할 권리를 가질 것이다. 노사 공동결정 권한의 사회가 될 것이라고 본다. 임금저하 일어나지 않을까 우려가 있는데, 제 생각에는 그렇지 않을 것이다. 이유는 노동자들이 개별적으로 더 많은 협상력을 갖기 때문에 그렇다. 두 번째는, 노동 중독으로부터 해방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사람들은 더 많은 노동 소득을 원하는데, 이 문제는 높은 최저임금과 기본소득을 결합시키는 것으로 해결할 수 있다.

사람들은 기본소득과 높은 사회보장이 임금을 떨어뜨릴 것이라는 생각이 있는데, 오늘날 높은 임금을 지급하는데 낮은 사회보장을 제공하는 나라가 있는가? 또는 낮은 임금이 높은 사회보장과 결합된 걸 본 적이 있는가? 일례로 방글라데시는 사회복지도 없고 여성들은 기아임금에서 일한다. 극도로 열악하다. 이 얘기는 사회복지 수준 낮으면 낮을수록 임금도 낮더라는 것이다. 기본소득도 그렇게 생각해야 한다. 다른 예를 들면, 기본소득은 전투적 노동조합의 활동력을 강화시킨다. 그래서 기본소득은 약자들의 힘을 강화시킨다고 저는 생각한다.

질문

한국에서 기본소득운동은 10년이 넘었다.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는 7년 됐다. 지난 10년 동안 거의 주목 받지 못했다. 녹색당과 노동당이 총선 공약으로 기본소득 내걸었지만 크게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제1야당 대표가 언급하면서 이슈가 되고 있다. 이 시점에서 ‘진짜 기본소득 감별법’이랄까, 진정한 기본소득과 신자유주의적 기본소득을 구별하는 방법에 대해 얘기해달라.

 

답변

유명해지면 상표권 도용이 생기는 법이다. 그리고 기본소득이란 이름 속에서 적지 않은 경우에 억압적 장치들을 숨겨놓는 그런 정책들이 있다. 저는 4개의 기준을 들겠다. 1. 개인에게 지급하는 것이어야 한다. 2.일체의 자산심사가 없어야 한다. 3.기본소득 지급에 대한 대가를 요구하지 않아야 한다. 4. 가장 중요한 것인데, 최소한 빈곤선 이상으로 빈곤 퇴치 효과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사회정치적 참여를 가능하게 해주는 수준이어야 한다.

모든 나라에서 소득격차가 커졌다 그런데 기본소득 도입되면 하위층 소득이 증가하고 중산층도 그렇다. 그래서 소득격차 줄어들 것이다. 이것이 중요하다. 저는 소득의 개인적 격차 있을 수 있다고 본다. 그런데 소득격차가 생산적 격차인가는 회의적이다. 예를 들어 아이를 세 명 가지고 있고, 간호사로 일하고 있는 여성이 있다고 하자. 이 여성의 임금과 기업의 매니저 임금이 400배 차이가 난다. 매니저가 400배 생산적인 일을 하고 있을까?

 

질문

기본소득 세계대회에 와서 많은 걸 배웠다. 기자회견 중에 ‘유럽민주주의 25’ 이게 뭔지 모르겠다.

 

답변

2025년까지 유럽을 민주화해야 한다는 뜻으로 지은 이름이다. 이 운동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은 그리스 시리자 정부의 전 재무부장관 야니스 바루파키스이다. 그는 유럽 전역을 오토바이로 여행하면서 사람들과 대화를 나눴다. 중요한 점은 각료들이 뒷방에서 논위하던 것을 바루파키스는 재무부장관으로 유럽의회에서 협의 사실을 다 털어놨다는 것이다. 이게 민주주의다. 유럽의 향방은 아래로부터의 민주주의에 달려 있다. 바루파키스 자신도 이 운동의 회원인데, 회원은 웹사이트에 들어가서 선언 동의하면 가입한다. 별로 위계적이지 않다. 누구나 지역조직 만들 수 있다. 전 유럽에 걸쳐 좌담회와 토론회 지속적으로 개최하고 있다. 좌파 풀뿌리 운동이라고 말할 수 있다.

 

질문

한국은 지금 최저임금 1만원 논쟁이 활발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기본소득이라는 새로운 의제 던져야 하는 이유에 대해 얘기 해달라.

 

답변

저희 당의 입장에서는 최저임금과 기본소득이 굉장히 잘 어울리는 한 쌍이라고 생각한다. 기본소득지구네트워크 16차 대회 갔을 때 젊은 알바노조 조합원들이 최저임금 1만원 요구하면서 기본소득도 지지한다고 했다. 저의 생각과 완전히 일치한다. 한국의 경우는 최저임금 인상과 기본소득 도입이 동시에 진행되는 것이 좋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제가 기본소득지구네트워크 가서 최저임금 1만원 조합원 사진 찍어 트위터에 올렸다. 이유는 기본소득 운동과 최저임금 운동은 동일한 뿌리를 갖고, 반드시 결합되어야 한다. 최저임금 도입해놓고 기본소득 나 몰라라 하는지 경고의 의미도 있다.

 

질문

왜 최저임금과 기본소득이 잘 어울리는 한 쌍인가?

 

답변

최저임금은 노동시간에 대한 소득이다. 기본소득은 노동 외 시간에 대해서도 소득을 부여하는 것이다. 둘은 결합되는 방식이다. 여기에 덧붙이고 싶다. 노동시간 단축이다. 매우 잘 만들어진 트라이앵글이다. 최저임금-노동시간 단축-기본소득이라는 트라이앵글이 이뤄지면 모두에게 좋은 삶을 가져다 줄 것이다. 신자유주의자들은 아시아의 임금이 얼마나 낮은 줄 아냐며 최저임금 올릴 수 없다고 한다. 거꾸로 우리가 ‘아시에서도 최저임금 1만원 투쟁이 일어나고 있다’ 이렇게 말하면 우리도 한국 예를 들면서 최저임금을 더 올려라 얘기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