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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살인범의 핑계, 대통령의 핑계

통행금지 부활하면 범죄율이 줄어드나?


안양 초등생 살해범 정씨는 이혼가정의 자녀로 사귀던 여성에게 실연당한 경험이 있고, 그로 인해 여성에 대한 혐오와 자괴감을 갖게 되어 살해했다고 진술했다. 경찰과 언론은 정씨의 발언을 비판이나 여과 없이 발표했다.


그러나 이혼 가정이니 실연이니 하는 것은 전부 살인범의 핑계에 지나지 않는다. 이혼가정의 자녀이고 실연당한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고 모두 살인을 저지르지는 않기 때문이다. 더구나 혐오와 자괴감의 원인이 여성이고 그로 인한 폭력 대상이 아동이라는 것은 자신을 피해자라고 강변하는 자기변호에 지나지 않는다. 연쇄살인범 유영철도 똑같은 핑계를 대지 않았던가. 살인범 유영철이 여자를 살해하고, 살인범 정씨가 아동을 살해한 이유는 그저 그들이 저항할 힘이 없고 살해하기 쉬웠기 때문이다. 일단 폭력을 휘둘러 놓고 모든 악의 근원이 사회적 소수자에 있다고 말하는 것은 가장 쉽고 흔한 핑계이다.


그런데 대통령의 태도도 이와 별로 다르지 않아 보인다. 대통령은 여성부 업무보고에서 ‘우리나라만큼 어린 여자아이부터 청소년까지 밤낮없이 혼자 마음대로 다니는 나라가 없다’, ‘(학교가 끝나도 동네를) 빙글빙글 돌다 가니까 문제가 된다’는 등의 발언을 했다. 이것은 ‘여자가 짧은 치마를 입으니 성폭력이 일어난다’는 말처럼 사건의 원인을 피해자의 잘못으로 돌리는 전형적인 행태이다.


아예 통행금지를 부활시키면 범죄율이 줄어든다고 말하는 건 어떤가. 전 국민이 인터넷 뱅킹을 쓰지 않으면 금융범죄가 줄어든다고 말하는 건 어떤가. 아이들이 밤낮없이 혼자 마음대로 다니고 싶어 다니겠는가? 그런 말을 하려면 노동시간을 줄여 부모가 아이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을 만들어주고 해야 한다. 청소년이 안전하고 즐겁게 시간을 보낼 장소를 마련해 준 다음에 할 수 있는 말이다. 국민들이 대통령에게 바라는 것은 늦게까지 청소년들이 마음대로 다녀도 안심할 수 있는 나라지, 그런 고리타분한 구시대적 사고방식이 아니다.


정부는 범죄의 책임을 피해자 계층에게 돌릴 것이 아니라, 허점투성이 치안 상태와 부실한 늦장 수사에 사과해야 한다. 아울러 언론에게도 반사회적 범죄자의 비뚤어진 시각을 보도할 때는 비판적인 해석을 덧붙이기를 부탁하고 싶다. 사실 보도는 언론의 중요한 역할이지만, 사실을 뛰어넘는 진실을 전하는 것 또한 언론의 사명이 아닌가.


우예슬 양과 이혜진 양의 명복을 빌며, 다시는 이런 범죄가 발생하지 않기를 바란다.


2008년 3월 26일

진보신당 대변인 송 경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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