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과녁을 똑바로 조준하라
과녁은 김용철 아니라 삼성-김성호-재계 의혹의 끈
한나라당과 통합민주당은 김성호 국정원장 내정자 인사청문회의 방향이 김용철 변호사의 출석에 달려 있다고 주장한다. 특히 한나라당은 김용철 변호사의 주장이 허위이기 때문에 대질을 통해 진실을 밝혀내겠다고 벼르고 있다.
그러나 김용철 변호사의 증언이 지금까지의 수사에서 점점 확인되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그런 발언은 질문을 빌미삼아 김용철 변호사와 사제단이 더 이상의 비밀을 밝히지 못하도록 으르겠다는 말로만 보인다.
통합민주당도 마찬가지다. 서면진술이나 다른 방법으로 증언을 확보할 수 있는데 굳이 김용철 변호사의 출석을 요구한다는 것은, 김용철 변호사 자체를 ‘살아있는 증거’로 삼아 한나라당에 공격의 화살을 돌리려는 의도로 보인다.
어려운 내부고발의 결단을 하고도 감사와 격려의 말 한 마디 받기는커녕 말 한마디 한마디를 의심받아 왔던 김용철 변호사가 이런 상황에서 공개청문회 불참을 선언한 것은 아쉽지만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김성호 내정자와 삼성간의 관계를 밝혀야 할 인사청문회에서 여야가 정작 자신을 표적으로 공방을 벌일 것이 뻔히 보이는 와중에 그 자리에 나가야 할 이유를 찾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니 여야는 과녁을 똑바로 조준하라. 지금 맞추어야 할 과녁은 김용철 변호사가 아니라 삼성과 김 내정자, 나아가 재계와 정치권을 잇고 있는 의혹의 끈이다. 그 끈을 속 시원히 잘라낼 때에야 김용철 변호사도 위협을 느끼지 않고 당당하게 청문회에 나올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특검의 어깨가 더욱 무겁다. 특검은 성역 없는 예리한 수사로 진실을 낱낱이 파헤치라는 국민의 기대와 명령을 짊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이나 재계, 그 어떤 곳에서 오는 외압에도 굴하지 않고 꼿꼿하게 제 할 일을 하는 특검만이 청문회를 둘러싼 의혹과 곤란을 속 시원히 풀어줄 수 있을 것이다.
2008년 3월 7일
진보신당(준) 대변인 송 경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