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평]
어머님 전 상서
- 3.8 여성의 날을 맞아
어머니 죄송합니다. 제가 죄인입니다. 우리들이 죄인입니다.
한 평생을 집이라는 좁은 감옥에 수형생활을 강요한 우리들이 죄인입니다.
당신께서는 저와 저의 형제를 낳아 기르시며 젊은 날을 다 바치셨고 늙어서는 손자, 손녀를 맡아 기르느라 여생마저 희생하셨습니다.
그 오랜 수형생활에서 어머님의 사소한 낙은 쥐꼬리같은 영치금으로 TV 홈쇼핑에서 싸구려 주방기구를 사는 것이었으며, 그것만이 당신께서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이었습니다. 모처럼의 계모임 나들이가 어머님 개인의 존재를 확인하는 소중한 귀휴였습니다.
2만 달러 시대에도 공보육을 회피하는 이 나라에서 비정규직 맞벌이로 하루 벌어 하루를 살아야 하는 당신의 자식들은 어쩔 수 없는 죄인입니다.
3.8 여성의 날을 맞는 아침, 백 년 전 “우리에게도 빵과 평화를 달라”며 외치던 여성의 외침을 떠올립니다. 고도로 발전했다는 이 땅의 자본주의는 가난한 노인에게 여전히 생존 그 자체를 위협하는 흉기입니다. 나아가 평화롭게 여생을 보낼 자유마저 앗아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어머니, 이제 얼마 남지 않은 당신의 소중한 여생을 돌려드리기 위해 싸우겠습니다. 당신이 생애를 바쳐 일구어 온 우리 사회의 부(富)가 당신 앞에 경의와 감사를 표할 수 있도록 말입니다.
어머니 내내 건강하십시오.
2008. 3. 8. 진보신당 창당준비위원회 대변인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