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지를 띄우며 -
녹색이라는 또 다른 이름의 왼쪽
스산한 베를린의 가을, 거리에 등장한 독일녹색당의 슬로건에 유권자들은 자신의 눈을 의심해야만 했다. 전조(前兆)조차 없이 베를린의 장벽이 무너지고, 독일은 오로지 ‘통일’이라는 단어를 중심으로 돌고 있을 때였다. TV에 등장한 경제학자들은 시시콜콜한 수치들을 들이대며, 통일에 드는 단기적 비용과 장기적 비용이 얼마인지를 놓고 입씨름을 했고, 기민당이든 사민당이든 정치인들은 온통 동독으로 몰려가 장밋빛 공약들을 유권자들에게 쏟아냈다. 통일독일 선거는 오로지 ‘경제’라는 공약만이 존재할 뿐, 나머지는 필요하지도 않았다. 그런데 이렇게 통일과 경제, 두 단어가 지배하는 통일독일선거의 한복판에 녹색당은 ‘기후’를 꺼내놓은 것이다. 이런 자신감의 대가는 컸다. 녹색당은 7년 만에 원외정당으로 밀려나는 참담한 성적표를 받아야 했다.
독일녹색당이 1990년에 전면에 내세운 선거슬로건은 무모한 측면이 있었다. 독일의 선거제도 아래에서 녹색당의 지역구 당선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녹색당은 정당비례를 통해서만 원내에 진출해온 정당이다. 정당득표를 통해 5퍼센트 이상을 득표할 때는 수십 명의 연방의원을 배출하지만 그 반대일 경우 의석수는 ‘제로’가 된다. 도박이라면 이런 도박도 없다. 실제로 녹색당은 1990년의 차가운 베를린을 경험한 이후 훨씬 더 영악하게 움직였다.
좌파정당이라면 그 규모가 작을수록 ‘백화점식 정치’보다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진지를 강화하고 앞으로 나가는 것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노동이 우리가 여전히 집중해야 할 과제라 하더라도 녹색을 하나의 사업으로 전락시키는 것은 옳지 않다. 시대는 동네슈퍼 수준의 좌파정당에게도 노동과 녹색이 동시에 집중해야 할 과제라고 신호를 보내고 있다. 우리는 이 당연한 신호를 놓치고 있다는 사실을 다시 깨달아야만 한다.
최근 국제유가가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지만 국내유가는 내리지 않는다고 언론조차 호들갑이다. 교통세, 교육세, 주행세로 대표되는 이른바 유류세 3종 세트 때문에 국내유가는 구조적으로 내리기 어렵다고 말한다. 심지어 일부 시민단체는 유가에 포함되어 있는 과도한 세금 때문에 ‘계급의 역진성’이 발생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는 유류에 더 광폭한 에너지세를 도입해 그 재원을 재생가능에너지에 쓰는 목적세로 사용하자고 말해야 한다. 싼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자동차는 “이제 그만”이라고 말해야 한다. 게다가 우리는 수십 명의 의원을 허공으로 날려버릴 원내정당도 아니지 않은가.
- 차례 -
1 미래에서 온 편지
4 편지를 띄우며 | 녹색이라는 또 다른 이름의 왼쪽 | <미래에서 온 편지> 편집팀
5 구독자모집
6 지금+여기 노동당 ■ 서울시당 신입당원 환영회를 기획하다
신에게는 아직 열두 명의 당원이 남아있습니다 | 백상진
특집 ■ 미래가 있다면, 녹색
12 녹색이 된다는 것의 의미 | 장석준
18 녹색과 성장: 성장주의와 진보정치는 동행 가능한가? | 김성훈
23 에너지 시스템 전환과 에너지시민성의 가능성 | 이정필
28 자본주의를 뛰어넘는 녹색 세상, 우리가 만들자! | 김재호
33 “미래의 시간은 녹색의 편” | 장석준
기획 ■ 스포츠, 상품이 되다
46 돈놀이가 된 공놀이 | 윤현식
52 총파업, 멈춰선 메이저리그 | 최백순
58 청소년 진보정치 열전2 | 세월호 활동가 최승원
“어느 활동가의 탄생” | 한민성
67 노동르포 |콜트콜텍을 읽는 열두 개의 시선⓽
기타가 맺어준 아름다운 인연1 : 노동이 문화를 만나다
75 쟁점토론 ■ ‘진보정당을 평가해 보자’ 모임 후기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 정상은
82 정책포럼 | 직접세로 증세하라 | 홍원표
88 지역에서 현장에서 | 멈출 수 없는 시간 | 김성윤
91 구라파 통신 | 더 많은 연구자에게 학문의 즐거움과 자유를! | 김은정
96 동아시아 시민운동사 | 다시, 일본은 미국의 ‘속국’이 되는가? | 임경화
100 빨간 도시교통 이야기 | 말로만 ‘보행친화도시’, 미안하지만 보행자를 위한 도로는 없다 | 김상철
삶과 문화
108 오보로 보는 한국언론 | ‘업계 1위’ 신문도 굴복시키는 삼성의 힘 | 조윤호
112 숨은 문화예술 당원찾기 | 국가보안법 위반사범이 되어야 했던 사진가, 박정근
“상실감을 어떻게 채워나갈지가 중요하겠죠” | 나도원
118 불온한 서재 | 아이들과 함께 세상 읽기 | 양솔규
122 노래의 꿈 | 조성만 | 민정연
126 만화 | 파견의 품격? | 공기
128 편지를 접으며 | ‘진보 국뽕’의 추억 | 박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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