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2일 오전 11시 30반 아직 스케이트장 공사가 한창인 시청광장에 밀양어르신들과 사회단체 대표들, 노동자들, 정당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들이 모인 이유는 12월 6일 밀양 송전탑 공사에 절망하여 스스로 목숨을 끊으신 유한숙 어르신을 추모하기 위해 서울에서 집중 추모기간을 선포하는 기자회견을 위해서였다.
기자회견이 시작하기 전 접이식 탁자 두 개를 붙이고 두 개의 초와 향을 꽂은 유한숙 어르신 분향소를 만들었다. 그리고 기자회견이 시작되었다. 기자회견은 12월 22일까지 추모기간을 선포하고 그 전에 한전과 정부는 고인에게 사과하고 밀양 송전탑 공사를 즉각 중단하라는 내용이었다.
기자회견이 끝나고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분향소에 헌화하였다. 헌화가 끝난 뒤 분향소에 눈과 바람을 피하기 위한 천막을 설치하려고 하였다. 그러나 이 차가운 도시 한구석에 밀양송전탑 공사에 절망한 한 어르신의 분향소가 설치되는 것을 경찰은 허락하지 않았다. 경찰은 트럭에서 짐을 내리려는 사람을 폭력적으로 끌어냈고 강제로 인도로 밀어냈다. 남대문 경찰서 경비과장은 조금이라도 경찰 몸에 손을 대는 사람을 무조건 연행하는 엄포를 넣으며 자신이 법 위에 있는 양 설쳤다. 결국 서울시 청원경찰까지 합류하게 되고 결국 인간이라면 할 수 없는 짓인 영정이 올려 있는 분향소를 강제로 철거하였다.
기자회견장에 모인 사람들이 저항을 해봤지만 수많은 경찰과 그들의 폭력 앞에서 천막설치는커녕 분향소마저 철거당하는 것을 볼 수밖에 없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경찰에 항의를 했지만 경찰은 불법집회라 철거한 것이라는 말을 반복적으로 할 뿐이었다.
하지만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다시 모여 지치지 않고 투쟁하기로 결의를 했다. 비록 예정대로 천막을 치지는 못했지만 다시 분향소를 차려서 추모기간 일정을 이어가기로 했고 분향소 앞에서 맨몸으로라도 노숙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제 남은 것은 더 많은 시민의 참여이다. 뜨거운 연대를 다시 밀양에 서울시청광장 분향소에 보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