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이슈 / 미디어
Extra Form

노동당 문화팟캐스트 '컬쳐쇼크' 14회 듣기





컬쳐쇼크_나도원.jpg



[숨은 문화예술 당원 찾기]
음악평론가 나도원의 대중음악, 그리고 대중정치


  음악실에는 두 사람뿐이었다. 바다와 강 사이를 가로 막는 둑 건설이 한창이던 30여 년 전, 이제 막 대전시에서 충남 서천군으로 부임해온 음악교사가 보기에 이 초등학교 합창단의 노래는 수준 이하였다. 코앞으로 다가온 경연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기란 불가능해 보였다. 교사는 합창단을 해산시켰고, 대신에 그 동안 눈여겨봐왔던 소년 하나만을 음악실에 남겼다. 이 소년의 실력이라면 독창부문 수상은 가능하리라 여겼고, 마지막으로 소년의 노래를 한 번 더 들어본 후에 경연 참가여부를 결정할 참이었다.
  하지만 소년의 생각은 달랐다. 만약 이 오디션에서 발탁된다면, ‘친구들 모두 집에 갈 때 나 혼자 학교에 남아서 노래 연습을 해야 하는 거잖아?’ 하필 그 때 불렀다는 노래가 <바닷가에서>였다. ‘해당화가 곱게 핀 바닷가에서 나 혼자 걷노라면 수평선 멀리…’ 혼자 남는 것이 싫었던 이 소년은, 일부러 노래를 망쳤다(적어도 소년은 그렇게 기억한다). 교사는 매우 낙담했고, 하는 수 없이 합창단을 다시 구성했다. 그리고 수준 이하였다던 그 합창단은 그해 서천군 예능발표회 합창부문에서 우승을 차지한다!


사진 1-송석초등학교 합창단 공연.jpg

 재건된 송석초등학교 합창단의 공연 모습. 앞줄 좌측에 소년 나도원이 보인다. (사진 : 나도원 제공)


“제가 이런 사람입니다!”


  색 바랜 성장영화를 연상시키는 이 이야기 속의 색다른 소년을 《미래에서 온 편지》가 만났다. 서천까지 찾아갈 필요는 없었다. 지난달까지 이 꼭지의 연재를 맡아온 나도원이 바로 그 주인공이기 때문. ‘숨은 문화예술 당원’이라고 하기엔 나도원은 너무 많이 드러난 당원인 게 사실이다. 하지만 정작 음악인으로서의 나도원을 당원에게 드러낼 기회는 별로 없었다는 점에서 그 역시 ‘숨은 문화예술 당원’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오랫동안 맡아왔던 문화예술위원장직에서 물러났다. 그 동안 수고했다며 어깨도 다독여줄 겸 자리를 마련했다.


미래에서 온 편지(이하 미) : 음악에는 어떻게 빠지게 됐는가?

나도원(이하 나) : 중학교 1학년 때 서울로 이사를 왔다. 처음으로 나만의 방과 라디오를 갖게 되었다. 당시 한국이나 외국이나 좋은 음악들이 많았다. 주로 뉴에이지나 프로그레시브, 헤비메탈 같은 음악에 푹 빠지게 되었다. 그런데 음악을 듣다보면 음악을 하고 싶어지지 않나? 고등학교 졸업할 무렵에 오카리나를 샀고, 그걸 가지고 곡을 만들기 시작했다. 일본의 오카리나 연주자 노무라 소지로를 능가하는 뉴에이지풍의 아름다운 곡을!


: 가요 듣는 친구들을 무시하면서 헤비메탈 같은 장르를 듣는 친구들이 꼭 있었다. 요즘 팬덤 문화와 차이점이 있는가?

: 메탈 안에서도 갈린다. 메탈리카 좋아하는 친구들은 본 조비 좋아하는 친구들 무시했다. 나는 다 좋아했다. 파고들고 찾아 듣고, 탐구형 마니아나 수집가형 마니아들이 많았다. 집에 음반이 몇 장 있다는 걸 자랑하기도 하고, 빌려주기도 하고 그랬다. 반면에 요즘은 음반을 수집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 대신 참여형 마니아들이 많다. 음반을 찾아 듣고 수집하기 보다는 페스티벌이 열리는 장소에 직접 가서 즐기는 문화로 바뀌었다.


: 음악평론은 언제부터 어떻게 시작했는가?

: 소위 인디밴드 생활을 2천 년대 초반까지 10년 가까이 했다. 하지만 90년대 후반에 병역으로 공익근무를 하는 중에는 다른 활동을 할 수 없었다. 그런데 PC통신이 있었다. 음악을 많이 들었고 그만큼 하고 싶은 말이 많으니까 음악동호회에서 음악에 대한 글을 썼다. 그러다 동호회 관리자가 되고, 내 글을 좋아하는 사람도 생겨나고, 그래서 더 열심히 썼다. 그러다보니 2000~2001년 즈음에는 음반해설집부터 시작해서 돈을 받고 글을 쓰게 됐다. 나뿐만 아니라 30대, 40대 평론가들 대개는 PC통신에서 글을 쓰며 평론을 시작했고, 그렇게 새로운 사람들이 평론계에 수혈됐다. 물론, 다른 장르도 마찬가지지만 전업으로 음악평론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다. 내가 그 중에 하나다.(웃음)


re_20150714-_MG_7535.jpg


음악의 대중성과 정치의 대중성


: 음악평론을 하다가 정당활동을 하기로 결정한 계기는 무엇인가?

: 중학생 시절부터 소위 의식화된 학생이었다. 집에 운동권 대학생 형들이 하숙을 하고 있어서 많은 책들을 읽었다. 그리고 중고등학교 시절 친했던 친구들 대부분이 어려운 형편의 친구들이었다. 나도 넉넉하지 않았고 해서, 모이면 세상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를 놓고 얘기를 많이 했다. 사람들은 내가 귀공자 타입이라며 고생 안 하고 살았을 거라 생각하지만, 고등학교 졸업한 이후에 안 해 본 일이 없다. 편의점 아르바이트, 술집, 막노동, 방송국 보조 스태프, 음악 틀어주는 클럽에서 디제잉, 청소, 설거지, 서빙을 다 했었다. 이런 일들을 하면서 느낀 게 꽤 많았다. 언젠가는 우리나라에도 제대로 된 진보정당이 세워지길 바라며 기다렸다.
  그래서 민주노동당 세워질 때 응원했고, 사회당도 관심 있게 지켜봤다. 대학시절에는 총장실 점거에 동참하기도 했고, 2008년에는 과격하게 저항하다 경찰에 두들겨 맞기도 했다. 그러다 진보신당에 입당했다. 진보신당이 잘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다만 당시 밖에서 진보정당에 대해 비판조의 평론만 하는 분들이 많았는데, 나도 당원이 돼서 욕을 먹겠다고 마음먹었다. 또 당원이 된 후에도 평론만 하는 분들이 많았는데, 나도 열심히 활동하면서 욕을 먹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리고 지금 욕을 많이 먹고 있다.(웃음)


: 음악평론 자체와 정치활동 사이의 접점은 없었던 것인가?

: 내가 음악에 대해서 얘기하는 대중성이라는 것과 진보정당의 대중성이라는 것은 상통하는 면이 있다. 사람들은 대중음악을 상업음악과 등치시킨다. 그래서 보통 상업적이고 잘 팔리는 것이 대중성 있는 것이라고 말하는데, 그건 틀린 말이다. 대중음악은 아이돌 음악처럼 많이 팔리고 텔레비전에 자주 나오는 음악만을 이야기하는 게 아니다. 우리들의 이야기를 잘 담아내고 녹여내는 것이 대중성이고, 그래야 역사성도 갖게 된다.
  대중음악의 황금기라고 하는 80년대 후반에는 대중성과 음악성, 상업성이 하나로 뭉쳐져 있었다. 이문세라든지 유재하라든지 변진섭 같은 사람들은 음악성도 높았고 대중성도 높았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이것이 체계적으로 분리가 되었다. 그들 정도 수준의 음악이 지금은 알려지지 않는다.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매우 훌륭한 대중성을 갖고 있는 음악들이 많다. 그런 곡들을 발굴하려고 많이 노력한다.
  대중정당이라는 말도 대중음악과 비슷하게 오해되고 있다. 대중정당이라는 것도 많이 알려지고 표 많이 받는 정당이 아니다. 전혀 그렇지 않다. 구성원들의 삶이 녹아 있는 정당이 대중정당이고, 몇몇 사람들이 아니라 당원들이 움직이는 정당이 대중정당이다. 그래서 내가 이야기하는 대중음악의 대중성과 진보정당의 대중성은 같은 것이다. 그런 가치를 지켜나가고 확산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 음악의 소비만이 아니라 음악의 생산에서도 대중성을 기대할 수 있는가?

: 태어나면서 음악인인 사람은 없다. 대부분의 음악인들, 특히 인디음악인들은 음악을 학교에서 배우거나 한 게 아니다. 컴퓨터 프로그램을 통해서 집에서 일인제작시스템을 만들었고, 그렇게 해서 지금 수천 명의 젊은 음악인들이 태어났다. 사진 같은 경우는 상당히 대중화되지 않았나. 음악의 경우도 사진처럼 자기 음악을 생활 속에서 표현하는 방법을 알아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음악뿐만 아니라 다른 예술분야도 마찬가지인데, 옛날에는 생산과 소비가 분리되지 않았다. 자기가 노래도 흥얼거리고 노동하면서 노동요를 불렀다. 동네 사람들이 잔칫날 모여서 같이 꽹과리를 치기도 했다. 그런데 자본주의 시대 들어와서 생산과 소비가 체계적으로 분리된다. 그래서 우리가 지금 회복해야 할 것이 문화예술의 주체화이다. 우리도 생산자가 되거나 생산이나 유통에 개입하는 것이 필요하다. 리뷰를 쓰는 것도 한 방법이다.


: 요즘은 일반인도 인터넷을 통해 리뷰를 쓰고 발표한다. 일반인의 리뷰와 평론가의 리뷰는 어떻게 다른가?

: 뛰어난 일반인(?) 마니아와 형편없는 전업 평론가도 많기 때문에 일반론이 될 수는 없겠지만 내 경험에 국한시켜본다면, 특정할 수 없는 독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글과 말은 충분한 설득력을 갖춰야 한다. 보통 음악을 두고 취향의 문제 아니냐고 하지만, 음악 경험의 총화가 취향이고, 취향의 체계화가 음악관이다. 때문에 체계화된 음악관을 바탕으로 설득력 있게 전달하는 글쓰기 능력이 필요하고, 둘 중 하나가 부족하면 받아들여질 수 없다. 작품 가이드는 역할의 일부일 뿐이다. 비평가는 보편의 담론을 생성하여 생산자와 소비자 그리고 사회와 산업을 연결하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 흩어진 점들을 찾아내 선으로 연결하고, 때로는 칼날 같은 차이를 발견하면서 좌표를 만들어 담론을 생성해야 한다.



11083641_1101875029838459_6512623981716847410_n.jpg

[미래에서온편지]창간 무렵부터 지금까지, 나도원은 <숨은 문화예술 당원 찾기>의 인터뷰와 글을 거의 매달 맡아왔다. 사진은 4월에 있었던 김봉현 당원과의 인터뷰 모습<사진 : 박성훈 홍보실장>


당은 흔들리지 않는다


: 문화예술위원장으로서 가장 기억에 남는 행사는 무엇이고, 바라는 점은 무엇인가?

: 문화예술위원장을 오래 하다 그만둬서 솔직히 서운함은 있다. 문화예술위원회는 당에서 내 중심이었기 때문에. 가장 기억에 남는 행사는 물론 ‘레드 어워드’다. 3회까지 올 줄 몰랐다. 부문위원회 발전을 위해서도 노력을 많이 했다. 그래서 ‘무지개 페스티벌’도 기억에 많이 남는다. 지난 몇 년 동안 무지개 기금도 마련하는 등 부문위들이 열심히 할 수 있는 조건을 갖췄다. 이제는 일상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장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레드 토크’가 그런 장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지난 레드 토크에서 오랜만에 만난 당원도 많지 않았나. 그리고 사람이 오래 일을 하다보면 지친다. 문화예술위원회도 5년차다. 초기부터 끌고 왔던 사람들은 지친 면이 있다. 새로운 분들과 함께 활기 있게 하는 것이 좋겠다.


: 앞으로 활동계획과 함께 인사를 들려 달라.

: 가까이 있는 어느 당원이 나도원의 한 활동의 시기가 정리되는 것 같다고, 다음이 기대가 된다고 했다. 당원으로서의 의무는 열심히 할 것이다. 당 밖에서는 ‘예술인 소셜 유니온’에서 기획한 일들이 많다. 예술인 소셜 유니온이 국회 일을 많이 하니까 그 활동에 집중 할 것이다. 여러 당원들이 최근 노동당 상황들에 대해 걱정을 많이 하는데, 크게 걱정할 것이 없다. 걱정하지 않도록 나도 노력하겠다. 당원 수도 크게 줄지 않았다. 겉으로 보이는 것은 크게 흔들리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1만 2천에서 1만 3천 당원 대오는 유지될 것이다. 이번에 당직선거 잘 치러서 내년 총선까지 힘 있게 돌파했으면 좋겠다.


사진 2-2015년 노동절 예술인 소셜 유니온 발족식에서 공동위원장 나도원과 이선옥.jpg

2015년 노동절에 열린 예술인 소셜 유니온 발족식에서. 공동위원장 나도원과 이선옥. (사진 : 현린)


인터뷰  : 백연주, 현린 문화예술위원회 운영위원

정리 : 현린
사진 : 박성훈 홍보실장




노동당 팟캐스트 듣기

iTunes : http://goo.gl/GF9upt

팟빵 : http://www.podbbang.com/ch/1858


?

  1. 노동당 제7기 당대표단선거 공보

    노동당 제7기 당대표단선거 공보 다운로드 : https://goo.gl/tf9t44 ‘끊 어진 길’을 이어갑시다 -새로운 ‘노동당 운동’을 위해- 2015년 9월 1일 노동당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 김상철 당직선거가 시작되었습니다. 지...
    CategoryR-Book
    Read More
  2. 7기 당대표단 선거 부대표 토론회

    7기 대표단 선거 부대표 토론회
    Category비디오캐스트
    Read More
  3. 7기 당대표단 선거 특집 팟캐스트 - 당대표 후보

    본 팟캐스트방송은노동당 제7기당대표단선거와관련해출마한후보자들에대한정보를제공하고정견을공개하는용도로제작되었습니다. 진행 : 김민하 출연 : 당대표 후보 기호 1번 홍원표 당대표 후보 기호 2번 구교현 ...
    Category팟캐스트
    Read More
  4. 7기 당대표단 선거 특집 팟캐스트 - 부대표 후보 여성명부

    본 팟캐스트방송은노동당 제7기당대표단선거와관련해출마한후보자들에대한정보를제공하고정견을공개하는용도로제작되었습니다. 진행 : 김민하 부대표 후보 여성명부 기호 1번 이해림 부대표 후보 여성명부 기호 2번 안혜린
    Category팟캐스트
    Read More
  5. 7기 당대표단 선거 특집 팟캐스트 - 부대표 후보 일반명부

    본 팟캐스트방송은노동당 제7기당대표단선거와관련해출마한후보자들에대한정보를제공하고정견을공개하는용도로제작되었습니다. 진행 : 김민하 부대표 후보 일반명부 기호 1번 최승현 부대표 후보 일반명부 기호 2번 김한울 부...
    Category팟캐스트
    Read More
  6. 노동당 문화팟캐스트 '컬쳐쇼크' 14회 : 음악평론가 나도원

    노동당 문화팟캐스트 '컬쳐쇼크' 14회 듣기 [숨은 문화예술 당원 찾기] 음악평론가 나도원의 대중음악, 그리고 대중정치 음악실에는 두 사람뿐이었다. 바다와 강 사이를 가로 막는 둑 건설이 한창이던 30여 년 전,...
    Category팟캐스트
    Read More
  7. 노동당 문화팟캐스트 '컬쳐쇼크' 13회 : 르포작가 이선옥당원과 함께

    숨은 문화예술 당원 찾기 “언제 유명해지고 싶냐면요… ” 노동문제를 세상에 알리는 르포작가 이선옥 성미 급한 더위가 아스팔트와 시멘트에 뒤덮인 도시를 달구고 있었다. 2015년 6월 2일, 서울시 마포구에 위치한 한국경영자총...
    Category팟캐스트
    Read More
  8. 노동당 팟캐스트 R-Show 17회

    노동당이 만드는 정치엔터테인먼트 팟캐스트 R-Show. 김민하의 뉴스브리핑 표석의 연대펀치 - 진행 : 황종섭 노동당 언론국장 - 고정게스트 : 김민하 미디어스 기자, 표석 노동당 비정규노동실 부장 - 엔지니어링 : 박성훈 노동당...
    Category팟캐스트
    Read More
  9. 노동당 팟캐스트 R-Show 16회

    노동당이 만드는 정치엔터테인먼트 팟캐스트 R-Show. 김민하의 뉴스브리핑 표석의 연대펀치 - 진행 : 황종섭 노동당 언론국장 - 고정게스트 : 김민하 미디어스 기자, 표석 노동당 비정규노동실 부장 - 엔지니어링 : 박...
    Category팟캐스트
    Read More
  10. 2015 정기당대회 당대표 순회간담회 및 안건설명회_서울시당

    2015 정기당대회 당대표 순회간담회 및 안건설명회_서울시당 2015.6.16 사진으로 보기 http://www2.laborparty.kr/bd_photo_bbs/1590534 2015년 정기 당대회 안건 및 회의자료 공지 http://www2.laborparty.kr/bd_notice/1589182
    Category비디오캐스트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6 7 8 9 10 11 12 13 14 15 ... 39 Next
/ 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