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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수원도 녹조라떼 못 피해간다
노동당 온라인 매체 <사랑과 혁명의 정치신문 R>에서 4대강 사업의 그늘을 재조명합니다. MB는 갔어도 4대강사업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아니, 이제 시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하천 전문가이며 4대강 파괴 반대운동에 줄곧 연대하면서 다큐멘터리를 만들기도 했던 이현정 당원의 연속기고 두 번째 글입니다. 이현정 당원은 4대강사업의 문제점과 그 결과, 그리고 이에 대한 당의 대응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의제를 제시합니다.
*이현정 당원: ㈜국토환경연구소 연구원, (사)대한하천학회 이사, 진보신당 2012총선 미디어팀 참여, 4대강 다큐멘터리 ‘더블스피크’와 도시하천 다큐멘터리 ‘도시, 물길을 잃다’ 연출.
 

 
녹조라떼와 4대강 사업
 
‘녹조라떼’라는 신조어가 탄생한 것은 4대강 보들의 완공 직후인 작년 여름, 한 인터넷 매체가 음료수 컵에 낙동강에서 채취한 녹조 가득한 강물을 담아 기사에 실으며 사용한 표현이었고, 누군가 여기에 이명박 전대통령의 얼굴을 합성한 사진이 돌면서 ‘유행어’가 되었다. 이후 4대강 사업 반대진영과 정부 사이에서는 이러한 이례적인 녹조발생의 원인이 4대강 사업에 있는지, 아니면 이상고온현상으로 인한 것인지 논란이 있어왔다.
 
그러나 작년과 올해 여름, 2년 동안의 녹조 현상을 보면 4대강 사업이 녹조 현상의 책임을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물론 녹조현상은 여러 가지 조건이 갖추어 졌을 때 발생하는 것이고, 그 조건에는 긴 체류시간(느린 유속), 높은 영양염류(질소, 인 등), 높은 수온, 높은 일사량 등이 있다. 하지만 4대강 사업 완공시기에 맞춰 고도처리시설을 가동하여 4대강의 인 농도가 낮아졌음에도 오히려 녹조 현상이 심각해 졌다는 점, 녹조가 가장 심한 낙동강의 경우 기존에도 녹조현상이 심각했던 하류지역 뿐 아니라 중상류에 해당하는 대구, 구미, 상주 지역까지 녹조가 급격하게 증가한 점 등은 다른 요인으로 설명이 되지 않는다.
 
애초에 녹조현상은 하천이 아닌 호소, 즉 고인 물에서 주로 문제가 되는 현상이다. 실제로 외국에서 보고된 남조류로 인한 사망사고들은 대부분 저수지나 연못에서 발생했다. 결국 하천에서, 지금의 4대강에서, 녹조 현상이 이처럼 심각하게 발생하는 이유는 4대강 사업에 의해 유속이 느려져 하천이 호소의 특성을 가지게 되었기 때문이다. 낙동강의 경우, 4대강 사업 이전에 하구와 가까운 물금 등에서 심각한 녹조현상이 나타났던 이유는 낙동강 하구둑에 의한 정체현상 때문이었고, 지금 그 현상이 상류까지 번진 이유는 중간 중간 흐름을 정체시키는 8개의 보를 만든 4대강 사업 때문임은 더 없이 명확한 '사실'로 보인다.
 
녹조현상이 식수원에도?
 
우리가 흔히 ‘녹조현상’이라고 부르는 현상의 보다 정확한 명칭은 수화(water bloom)현상이다. 수화현상은 다양한 색을 가진 조류(藻類, algae)들이 대량 번식하여 물의 색이 녹색(녹조류), 남색(남조류), 갈색(규조류), 적색(홍조류) 등으로 변하는 현상을 통칭하는 말인 반면, 흔히 녹조현상이라고 부르는 현상은 바다에서 많이 나타나는 적조현상과 대비하여 민물에서 발생하는 나머지 대부분의 조류 번무 현상에 일반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말이지만 정확한 표현은 아니다.
 
여기서 어떤 색깔의 조류가 번성하는가는 매우 중요한 문제인데, 아이러니하게도 대표격인 녹조류는 대부분 인체에 직접적으로 해를 끼치지 않고, 남조류(blue-green algae) 중에는 극미량으로도 사망에 이를 수 있는 맹독성 물질을 포함하고 있는 종이 여럿 포함되어있다. 남조류는 지구상 최초의 생물인 시아노박테리아(cyanobacteria)의 다른 이름이기도 한데, 이름처럼 다른 조류와는 달리 세균의 일종이며, 수명이 오래되었을수록 세포파괴에 의해 생산한 독성 물질을 물로 내보내는 경향이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즉 체류시간이 길수록 독성물질 노출 위험이 커질 수 있음을 의미하며, 낙동강의 경우 4대강 사업으로 인해 체류시간이 10배정도 증가했음을 고려할 때 매우 심각한 문제의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올 들어 작년보다 한 층 업그레이드 된 녹조현상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도 바로 이 남조류이다. 원래 수질문제가 심각했던 낙동강 하류는 4대강 사업 이전에 이미 식수원으로서의 기능을 포기했으며, 그래서 유역권이 다른 진주 남강 물을 끌어오네 마네 논란이 많다. 한편, 낙동강 중상류의 경우는 수질이 양호해 대구·경북지역의 식수원으로 사용되고 있었으나, 올 해 이례적인 수준의 남조류가 검출되어 조류 관심단계를 발령하는 상황이 되었다.
 
게다가 더욱 큰 논란을 가져올 수 있는 조사 결과가 8월 26일 발표되었다. 바로 수도권 전 시민의 먹는 물 안전성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남한강에서 사상 처음으로 기준치를 넘는 유해 남조류가 발견되었다는 결과였다. 여주보, 이포보 등에서도 유해 남조류가 확인되었으며, 하류인 월계사 부근에서는 남조류 조류개체밀도가 3,469 cell/ml로 기준치인 500 cell/ml의 7배에 근접한 수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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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낙동강 중류 강정고령보 좌안에서 관측된 녹조, 2013년 8월 7일, <사진: 서풍 박용훈>
 

먹는 물 안전성과 원수의 안정성
 
이러한 결과에 대해 정부 측의 대응은 취수 위치를 변경하고, 정수 처리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먹는 물의 안전성(safety)은 기본적으로 원수의 안정성(stability) 위에서만 확보될 수 있다. 왜냐하면 해당 지역에서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수준의 조류 농도와 원수 수질에서 수많은 사람들의 생명을 담보로 시험운전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며, 다양한 정수처리 방법이나 녹조 제거 방법들은 각각 그 나름의 단점들과 부작용으로 인한 위험성을 수반하고 있기 때문이다.
 
녹조현상과 관련된 먹는물 안전성에 대해 기술적으로 처리가 가능하다는 답변이 현재 정부가 내놓을 수 있는 최선이라면, 그리고 날조된 보의 필요성이나 사태의 심각성을 받아들이고 향후의 계획을 세우지 못한다면, 결국 앞으로 매년 점점 더 심각해지는 녹조현상에 국민의 안전을 담보로 도박을 벌이는 꼴이다.
 
 
 
[ 이현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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