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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휴일 유급휴일화로 모두 함께 쉬자!

어린이날도 일해야 하는 노동자의 심정
 
오늘은 어린이날입니다.
다른집 아이들은 놀이공원을 간다, 영화관을 간다, 외식을 한다 법석입니다.
그러나 저희 집 아이들은 풀이 죽어 있습니다.
저는 비정규직 노동자입니다.
저도 오늘 하루만이라도 부모 노릇을 제대로 하고 싶지만, 법적으로 저에게 어린이날은 휴일이 아닙니다.
회사에서는 오늘 출근하지 않으면 결근이고, 일당은 당연히 없고, 결근했으니 주1회 유급휴일도 없다고 합니다. 돈이 따블로 날아가는 셈입니다.
사정이 이러니 빠듯한 살림살이에 아이들 가슴에 못이 박혀도 출근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저야 그렇다해도 부모 잘못만난 죄로 어린이날까지 풀이 죽어 있는 아이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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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S 방영 드라마 <직장의 신> 중 한 장면

 
이 이야기는 소수 노동자들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실제 어린이날은 달력에 빨간날로 표시되어 있기는 하지만 노동자들이 쉴 수 있는 유급휴일이 아닙니다. 근로기준법상 유급휴일은 주휴일(가장 일반적인 것이 일요일이지요), 5월 1일 노동절(법에는 근로자의 날) 뿐입니다.

빨간날은 쉬는 날이 아니다?
 
그럼 어린이날은 무엇일까요?
어린이날은 대통령령인 ‘관공서 공휴일에 관한 규정’에 명시된 날로, 규정의 명칭에서 알 수 있듯이 모든 노동자가 쉬는 날이 아니라 관공서에 근무하는 노동자, 즉 공무원들만 쉴 수 있는 날입니다. 그런데 상당수의 노동자들이 어린이날 쉬고 있는데, 이는 법령에 의한 것이 아니라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에서 이날을 휴일로 정한 것으로, 만약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에 명시되어 있지 않다면 평일과 같이 근무해야 하는 날입니다.

사정이 이러니 취업규칙은 구경도 못하고 단협은 엄두도 못내는 대다수의 비정규, 중소영세사업장 노동자들의 경우 어린이날 근무를 해야 하며, 근무를 하지 않을 경우 결근처리되고 이로 인해 1주일에 하루를 주어야 하는 유급 주휴(일요일)도 보장받을 수 없게 됩니다. 피해가 따따블입니다. 수많은 비정규 영세사업장 노동자들이 가슴이 미어지면서도 어린이날 출근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이렇게 유급휴일이 아니지만 달력에는 빨간날로 표시되어 있는 날은 1월1일, 설날 전날(음력 12월 말일), 설날(음력 1월1일), 설날 다음날(음력 1월2일), 삼일절(3월1일), 석가탄신일(음력 4월8일), 어린이날(5월5일), 현충일(6월6일), 제헌절(7월17일), 광복절(8월15일), 추석 전날, 추석, 추석 다음날, 개천절(10월3일), 한글날(10월9일), 성탄절(12월25일) 모두 16일입니다. 이외에 ‘관공서 공휴일에 관한 규정’은 공직선거법 제34조에 따른 임기만료에 의한 선거의 선거일과 기타 정부에서 수시 지정하는 날을 공휴일(관공서 근무자들의 위한 휴일)로 정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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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강원도민일보>


빨간날은 년차로 대체
 
그런데 주위를 보면 빨간날 쉬는 노동자들도 상당수가 있습니다. 이유는 무엇일까요?
우선 앞서 이야기한대로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에 빨간날을 휴일로 정한 경우입니다. 그러나 노조 조직률이 10.1% 밖에 되지 않고, 게시하도록 되어 있는 취업규칙도 잘 제시하지 않는 한국의 현실에서 이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다른 경우는 근로기준법에 따라 1년간 80퍼센트 이상 출근한 노동자에게 주게 되어 있는 15일의 유급휴가(년차)를 사용하는 경우입니다. 빨간날 쉬기는 하지만 연차로 대체하는 것으로 빨간날 쉬지 못하는 박탈감은 해결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만큼 년차가 줄어들어 노동시간은 전혀 줄지 않게 됩니다. 그리고 그나마 이것도 되지 않는, 대다수 주민 노동자들의 경우처럼 아애 년차도 법대로 주지 않으면서 빨간날도 쉬지 못하는 노동자들이 광범위하게 존재합니다.

노동당이 빨간날 유급휴일화 의제에 주목하는 이유
 
한국 노동자들의 노동시간이 OECD 국가중 가장 많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입니다. 장시간 노동은 단지 노동자들의 생명력을 초과 지출하게하고 근골격 질환 등 노동자들의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것을 넘어 노동자들의 인간다운 삶을 심각하게 제약합니다. 인간이 아닌 ‘돈 버는 기계’로만 살아갈 것을 노동자들에게 강요하는 것입니다. 사회적으로 문제는 더욱 심각한데, 한편에는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노동자들이 존재하면서 다른 편에서는 대규모 청년실업이 존재합니다. 한쪽에 집중된 장시간 노동은 다른 쪽에는 실업을 야기하는 것입니다. 노동자들은 실업자가 되거나 장시간 노동하거나 둘 중의 하나를 택할 수밖에 없습니다. 상황이 이렇기 때문에 그동안 당은 노동시간 단축을 통해 일자리를 나누어 장시간 노동과 실업문제를 해결하자고 줄기차게 주장해 왔습니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원론적인 주장이었을 뿐, 구체적인 매개를 통해 사회운동화되지 못한 것도 우리의 현실이었습니다.
 
빨간날 유급 휴일화는 바로 이런 노동시간 단축 운동의 구체적인 매개고리입니다. 빨간날 유급휴일화는 법정 공휴일에 공무원뿐만 아니라 모든 노동자들이 유급으로 쉴 수 있도록 해 임금하락 없는 노동시간 단축의 지렛대 역할을 톡톡히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더불어 앞의 어린이날의 예에서 보듯이 공휴일에 쉬지 못하는 경우 상대적 박탈감이 심하며, 많은 설명이 필요하지 않아 노동자들이 피부로 느끼는 문제에서부터 대중적 동참을 이끌어내기에도 적절한 의제입니다.

물론 비정규직 저임금 노동자들의 경우 하루의 휴일보다는 하루의 일당이 더 필요한 것이 현실입니다. 빨간날 쉬는 것 보다는 나가서 돈을 버는 것이 더 절실할 수 있습니다. 빨간날이 유급휴일이 되면 일단 쉬어도 기본임금을 받습니다. 당연히 임금 하락이 없습니다. 나아가 생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빨간날 일을 해야 하는 노동자들의 경우 기존 임금에 특근수당을 추가로 됩니다. 그 결과 1.5배의 임금 상승효과를 가져오게 됩니다. 이렇게 빨간날 유급휴일화는 생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빨간날에도 일을 할 수 밖에 없는 노동자들에게도 실질적인 임금 상승효과를 가져오게 될 것입니다.
 
빨간날 유급휴일화는 당에게도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앞서 보았다 시피 법적으로 선거일은 공무원만 쉬는 공휴일입니다. 당연히 비정규직, 영세사업장 등의 노동자들에게는 휴일이 아니고 선거일에도 일을 해야 합니다. 종일 일하고 새벽이나 밤에 투표하는게 쉬운 일은 아니지요. 이렇게 투표를 할 수 없다보니 정치의식도 낮아집니다. 그 결과는 비정규직 영세사업장 노동자들의 이해를 대변하고 지지를 정치적 기반으로 삼고자 하는 노동당의 성장에도 현실적 제약으로 작용하게 됩니다. 빨간날 유급휴일화는 선거일도 유급휴일화하여 비정규직, 영세사업장 노동자들의 참정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고, 그 결과 노동당의 정치력을 확장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의 하나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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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와 함께 노동자의 눈물을 닦아주는 노동당
 
대체휴일제 도입 논란에서 보듯이 한국에서 휴일과 관련한 논란은 계급에 따라 첨예한 입장차이를 보이는 쟁점입니다. 당연히 빨간날 유급휴일화도 자본과 보수정치권의 극렬한 반대에 부닥칠 것입니다. 아직 원외정당인 노동당에는 힘겨운 싸움이 될 것입니다. 따라서 당은 이 사업을 오랜 기간 집중적으로 진행할 계획입니다. 그동안 당내에서 많이 논의 되었던 당력에 맞게 ‘선택과 집중’을 하는 첫 번째 의제가 바로 노동시간 단축 의제이고, 그 의제의 첫 사업이 바로 빨간날 유급휴일화 사업인 것입니다.
 
당은 이를 위해 일단 올해에는 9월부터 시도당, 당협별 1주 1회 이상 정당연설회를 겸한 집중 캠페인을 전개할 계획입니다. 캠페인에서는 공휴일 유급휴일화 법제화 청원 서명운동도 병행합니다. 또한 사회적 의제화를 위해 노동자들의 휴일 사용 실태를 조사하여 발표하고, 추석 연휴에도 쉬지 못하는 대표적 사업장이 대형마트 앞에서 캠페인을 진행하고, 공휴일마다 집중 행동을 진행할 계획입니다. 노동당의 이런 실천은 빨간날 유급휴일화를 사회의제화하고 최종적으로 제도화(법제화)할 때까지 계속 될 것입니다.
 
우리는 지난 7월 21일 당대회를 통해 노동당으로 당명을 개정하였습니다. 이미 여러차례 밝힌대로 노동당은 단지 노동자‘만’의 정당이 아니라 노동으로 살아가는, 노동으로부터도 배제당한 모든 사람들의 이해관계를 대변하고자 하는 정당입니다. 그러나 우리사회에서 노동은 또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는 점, 노동당에게 노동자들의 이해를 대변하는 것은 당의 중요한 활동의 하나라는 점 또한 당연합니다. 이렇게 노동하는 모든 사람들의 정당이고자 하는 노동당의 첫 집중사업으로 진행되는 것이 빨간날 유급휴일화 사업입니다. 당원 여러분의 많은 참여와 성원을 바랍니다.
 
 
[ 권태훈 (노동당 기획조정실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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