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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노조 특별기획] 삼성에는 노동조합이 있다? 없다? ②
 
피켓으로 쓸 현수막 출력이 끝났는지 업체에 전화해서 물어봤더니 방금 끝났단다.
소형 앰프의 충전램프는 벌써 100%를 알리고 있다.
 
가만있자, 선전물이…….
 
민주노총 서울남부지구협에서 제공받은 홍보물 파일자료가 있지만, 인쇄하려면 시간이 걸린다.
‘노동당 서울시당에서 홍보물이 나왔다면 그걸 써야겠군’ 물어보니 마침 인쇄가 끝나서 시당 사무실에 도착했다고 한다.
피켓용 현수막을 찾고 홍보전단을 받아오니 어느덧 오후 3시를 넘어간다.
 
엊그제부터 당원들에게 전화를 돌려 정당연설회 참석을 조직했다.
직장에 다니는 당원이 많고, 무엇보다 주민들이 많이 다녀야 한다. 그래서 캠페인 시간을 잘 잡는 게  중요하다.
장소는 어차피 확정이다. 관악구에는 2군데가 있으니, 하루씩 교차해서 진행하면 무리가 없을 것 같고 시간은 퇴근시간인 오후 6시를 전후해서 하기로 정했다.
 
문제는 정당연설회의 대상이다.
세계 일류기업, 글로벌 스탠다드, 국내 대기업집단 중 부동의 매출1위 기업, 바로 삼성전자다.
정확히 말하면 삼성전자가 만든 제품의 사후관리, A/S전반의 업무를 위탁받은 자회사, 삼성전자서비스(주)다.
 
이미 8월초에 삼성전자서비스센터 앞에 게시한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조합의 지지/응원 펼침막에 대해 철거요청 민원이 들어왔다고 구청과 한판 대거리를 했다.
공유지에 적법하게 게시된 펼침막도 용납하지 않는 삼성인데, 하물며 정당연설회를 통한 캠페인을 묵과할까? 라는 우려에, 아예 1달 동안 센터 2곳 앞에다 집회신고를 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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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전자서비스 낙성대휴대폰센터 앞

 
오늘의 정당연설회 장소는 봉천역 부근에 위치한 삼성전자서비스 관악센터다.
1층에는 삼성전자플라자, 2층에는 서비스센터가 있는 건물전체를 삼성이 사용하고 있기에 장소로 안성맞춤이다.
가져온 펼침막을 삼성플라자 앞에 매달고 있으니 플라자 직원들이 나와 시비를 건다.
누구는 사진을 찍고, 누구는 전화를 하고, 나머지는 우리 당원들을 빙 둘러싼다.
 
정당법과 집시법을 이야기하며 정당연설회를, 그것도 사전 집회신고를 한 행위에 대해 방해하면 신고하겠다고 말해준다.
사진을 임의로 찍는 것도 불법채증임을 알려주고 지켜보는 가운데 모두 삭제할 것을 요구했다.
이분들... 설명을 계속 해주지만 전혀 말이 통하지 않는다. 결국 출동한 경찰이 나름 정리를 한다. 이럴 땐 요긴하네.
 
앰프 준비, 피켓 세팅, 펼침막 설치 다 끝냈다.
노동당 관악구당원협의회 나경채 위원장과, 황규수 부위원장, 나윤주 부위원장, 관악정책연구소 「오늘」 최복준 사무국장이 돌아가며 삼성건물을 향해 발언을 한다.
 
첫날이니 만큼 오늘 본인은 합법적 채증요원, 홍보물 배포와 이런 경험이 일천한(?) 삼성관리자들을 방어하는 역할이다.
1시간 남짓 삼성전자서비스가 어떻게 각종 부당불법적인 방법으로 노동자들을 옥죄었는지, 그리고 노동조합을 설립하고 당당하고 당연한 자신들의 권리를 찾는 것에 노동당 당원, 지지자들과 함께 적극 연대하고 힘이 되겠다는 요지로 방송하고, 피켓팅하고, 거리와 센터건물을 오가는 주민들과 직원들에게 나눠드렸더니 목이 바짝 말라온다.
 
갑자기 방송이 뚝 끊긴다. 왜 그러나 봤더니 발언 중이던 위원장 손에 검은 봉지가 하나 들려있다.
직원인 듯한 분이 휘리릭 오셔서, 샤샤삭 주시고는, 후다닥 가셨단다.
열어보니 얼음과자 죠*바가 들어있다. 목도 마르던 차에 감사한 마음으로 후딱 먹어치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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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응원의 죠*바

 
길을 지나가시던 나이 지긋하신 주민 한 분이 받아든 홍보물을 유심히 살펴보다 말씀하신다.
'삼성이랑 싸우는겨? 이기지도 못할 거 아닌가벼?'
말씀하신 어르신께 씩~ 웃어 보이며 답해드린다.
'이기고 있는 중입니다.'
 
…….
 
본인이 활동하는 지역인 관악구에는 2~30대 청년층의 1인가구, 비정규직 노동자 비율이 높다.
불안정한 고용형태와 그에 따른 저임금이 반복되는 악순환 구조속에 ‘내일’에 대한 계획보다는 당장 ‘오늘’의 유지가 더 절실한 사람들이다. 이런 지역사회의 노동문제와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이 처해있는 노동환경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본다. 삼성전자서비스의 노동문제가 해결된다는 것은 곧, 지역사회에 상징적이고 희망적인 메시지를 던져줄 수 있고, 시발점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러하기에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의 당당한 권리 찾기를 진심으로 지지한다.
사회적 책무를 다하지 않고, 지키라고 있는 법을 어겨가며, 노동자를 소모품으로 취급하며 민주적으로 경영하지 않는 기업에 법을 지키고 책임을 다하라고 이야기하고 투쟁하는 노동자들을 지지한다.
 
우리 노동당 관악구당원협의회 당원들도 거리에서, 집에서, 각자의 공간에서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의 권리 찾기를 주민들에게 알려나가고 여러분과 함께 하는 투쟁을 준비하고 만들겠다.
 
부디 힘내시고 용기를 잃지 마시길.
 
거리에서, 직장에서, 동네에서 든든한 동지이자 동반자들이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주시길.
 
벌써 퇴근시간이다. 오늘도 노동당 관악구당원협의회 정당연설회는 시작된다.
 
“안녕하세요. 이곳 삼성전자서비스 관악센터 앞을 지나시는 관악구 주민여러분, 서울시민 여러분, 삼성전자 제품을 사랑하고 아껴주시고 이용하시는 대한민국 국민여러분. 우리는 노동당 당원들입니다. 오늘 이렇게 길거리에서 여러분께 말씀드리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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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도 노동당 관악구당원협의회 정당연설회는 시작된다."

 
 
[ 이상엽 (노동당 관악당협 사무국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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