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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을 죽인 4대강 '살리기'
노동당 온라인 매체 <사랑과 혁명의 정치신문 R>에서 4대강 사업의 그늘을 재조명합니다. MB는 갔어도 4대강사업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아니, 이제 시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하천 전문가이며 4대강 파괴 반대운동에 줄곧 연대하면서 다큐멘터리를 만들기도 했던 이현정 당원의 연속기고 세 번째 글입니다. 이현정 당원은 4대강사업의 문제점과 그 결과, 그리고 이에 대한 당의 대응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의제를 제시합니다.
*이현정 당원: ㈜국토환경연구소 연구원, (사)대한하천학회 이사, 진보신당 2012총선 미디어팀 참여, 4대강 다큐멘터리 ‘더블스피크’와 도시하천 다큐멘터리 ‘도시, 물길을 잃다’ 연출.
 

 
4대강 ‘살리기’ 사업이라는 이름을 걸고 시작된 대규모 토목사업의 주요 내용은 크게 세 가지로 압축될 수 있다. 첫 번째는 가장 중요한 구조물인 보(洑)의 건설, 두 번째는 수심을 확보하기 위한 준설(浚渫), 그리고 그 과정에서 수반되는 하천변 변화와 관련된 부대사업(자전거 도로 건설, 생태공원 조성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보 건설로 인한 하천의 호소화나 그로 인한 변화가 건설 이전부터 최고의 이슈였고, 그 예상이 적중한 부분이라면, 준설의 영향은 사람들의 예상보다 훨씬 넓고 참혹한 모습으로 나타났다. 준설 과정은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듯 하천 바닥 즉, 하상(河床, river bed)을 깊이 파냈을 뿐만 아니라 4대강 강변에 존재하던 다양한 형태의 습지 역시 함께 파냈기 때문이다.
 
강이 동맥경화에 걸렸다고?
 
정부는 4대강 사업을 추진하며 강을 사람의 혈관에 비유하면서 그 당시의 강은 ‘동맥경화’에 걸린 것과 같고, ‘강바닥 준설은 우리 몸속 혈관의 노폐물을 제거하는 치료’라고 홍보했다. 즉, 당시의 강은 퇴적물 때문에 죽어가고 있으며, 그러므로 강의 수심이 깊어지고 물이 많아지면 죽어가던 강이 되살아 날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그런 내용과 함께 보여 지던 영상은 사업 대상지가 아닌 다른 지역의 이미지로 날조되었으며, 심지어 ‘4대강 유역에 자연습지가 전무’하다는 말도 안되는 내용까지 포함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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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대강 살리기 사업 홍보 동영상 중
 

그렇다면 여기서 지칭하는 노폐물은 무엇인가. 다름 아닌 강바닥의 모래와 하천변의 습지들이다. 실제로 4대강 사업 공사 기간 동안 많은 습지들이 파내어지고, 잠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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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대강 사업 전후 남한강 바위늪구비의 모습 변화(사진: 서풍 박용훈)
 

그런데, 강이 죽었다, 혹은 살아났다라는 표현에서 정말 ‘살아있는’ 하천, ‘건강한’ 강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강이 살아있는가 아닌가를 가르는 가장 기본적인 기준 중 하나는 하천 시스템이 외부의 섭동(perturbation)에 복원력을 가져서 추가적인 유지관리가 최소화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강은 그 자체로 살아있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사람에 비유하는 것은 매우 적절한 일이다. 그러나 그 기준을 적용해 본다면, 4대강이 동맥경화에 걸렸다는 비유는 그냥 틀린 정도가 아니라 완전히 그 반대이다. 왜냐하면, 4대강 사업의 방향이 하천의 복원력이라고 할 수 있는 자정능력을 훨씬 떨어트릴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강의 자정능력은 크게 물리적 자정능력과 생물화학적 자정능력으로 나눌 수 있는데, 물리적 자정능력은 기본적으로 물의 흐름에 따른 확산, 희석 등의 작용의 결과이며, 생물화학적 자정능력은 하천 생태계에 살고있는 생물들의 활동의 결과이다. 보에 의해 느려진 유속은 물리적 자정작용을 감소시키며, 생물들의 주요 서식처인 하상의 모래, 하천변의 습지 없이는 보다 중요한 생물화학적 자정작용이 제대로 작동할 수 없다. 결국 이러한 변화는 동맥경화를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몸을 스스로 치유하는 면역체계를 완전히 망가트리는 것과 다름없다.
 
거꾸로 간 하천 복원
 
4대강 사업 이전의 우리나라 하천 복원 사업의 기본 방향 역시, 그러한 자정 작용의 증대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기 때문에 자연과 유사한 상태의 하상과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하천 복원 사업의 주요 내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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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태하천 복원도 -출처: 환경백서(환경부,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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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대강 사업의 준설단면도 예 (실선: 현재 단면, 점선: 준설 단면)

 
환경부가 제시해 온 생태하천 복원도를 보면 미래의 하천은 하천변 고수부지를 자연에 가까운 식생으로 복원하며, 홍수 방지만을 고려하여 사다리꼴로 만든 하천 바닥을 자연적인 형태에 가깝게 되돌리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하천 바닥을 자연적인 형태로 만들면, 유량이 적은 시기에 물이 흐르는 폭과 범위는 줄어들지만, 수심과 유속은 어느 정도 유지가 되며 생물들에게 다양한 서식처를 제공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4대강 사업의 준설 단면도를 보면 하상의 형태가 생태하천 복원과는 반대 방향으로 진행되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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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태하천 복원전의 무심천(좌)과 복원후의 무심천(우) 모습 출처: 환경백서(환경부,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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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산강(나주대교-영산대교 사이)의 4대강 사업전(좌)과 사업후(우)의 항공사진


또한, 사업 전후의 모습을 보면 전후의 모습이 하천복원 사업과는 거의 정반대로 보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생태하천 복원 후의 무심천의 모습은 둔치의 모습이나 하중도 등 습지의 모습이 오히려 4대강 사업 전의 영산강의 모습과 유사하다. 그러나 4대강 사업 이후에는 그런 습지가 다 파내어 진 모습만을 볼 수 있다. 일반적인 생태하천 복원 사업에서 일부러 조성해주는 여울, 하중도, 하천변 완충지대 등의 다양한 수변 환경을 4대강은 원래 가지고 있었지만 사업 이후 지금은 더 이상 볼 수 없는 모습이 되었다.
 
면죄부를 쥐어주는 정책 결정과정도 복원해야
 
4대강 사업으로 인한 습지 파괴에 대한 문제 제기에 돌아오는 것은 항상 대체습지를 조성했다는 답이다. 그러나 대체습지 조성은 무분별한 개발로 인해 습지가 점점 줄어드는 것을 막기위한 최후의 방법이지, 기존의 습지를 마음껏 없애도 된다는 만능 면죄부가 아니다. 또한 실제 대체습지의 질과 운영상태를 보면 자연 습지는 결코 쉽게 ‘대체’될 수 없음을 보여주며 습지 보전의 중요성을 반증할 뿐이다.

또한 하천 그 자체가 생태계 내의 매우 중요한 통로(corridor)이자 습지임을 람사르 협약 등에서도 명시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치수 중심의 하천 정책에 따라 하천의 습지로서의 가치가 경시되어 왔으며, 4대강 사업으로 인해 더욱 퇴보되었다. 최근 보도된 국토부가 지자체에 보낸 하천구역의 ‘습지보호구역 지정 저지’ 협조 요청은 이러한 문제를 잘 보여주고 있다(참고: 한겨레 기사 http://www.hani.co.kr/arti/society/environment/602249.html).

정부가 4대강 사업 홍보 과정을 통해 멀쩡한 강에 사망선고를 내리더니, 사업 과정을 통해 오히려 습지를 파괴하며 강의 건강성에 위해를 가한 결과는 이미 2012년 국제 습지상(The Wetland Globe Awards)에서 최악의 습지파괴 사례에 주어지는 회색상(grey globe)을 수상하며 국제적으로 널리 알려졌다. 이제 다시 4대강에 건강을 되찾아 주려면 우리는 살아있는 강이 어떤 것인지, 어떤 행동이 그 건전성에 위협을 가할 수 있는지 명확히 알아야 한다. 또한 그런 합리적인 판단이 제대로 적용될 수 있도록 정책과정 내에서의 자정작용 역시 회복해야 한다. 그래서 만일 돌팔이 의사가 잘못된 진단과 처방을 내린다면 이를 올바로 판단하고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우리 인간 생태계의 건전성 역시 함께 복원해야 한다.
[ 이현정 (노동당 비상임 정책위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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