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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초된 용산개발의 꿈② 공익성 망각한 서울시 도시계획국
용산국제업무지구가 결국 '사기극'으로 끝났습니다. 개발환상과 토건주의가 만들어낸 결과물이었던 용산참사, 그리고 이번 국제업무지구 부도. 정부와 서울시는 과연 책임에서 자유로울까요? 진보신당 서울시당에서 '좌초된 용산개발의 꿈'이라는 주제로 네 차례에 걸쳐 기고합니다. 이 기사는 인터넷매체 '미디어스'에 동시게재되었습니다. ("'양재 파이시티'와 '용산국제업무지구' 그리고 도시 계획 '마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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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에 1천700억원 이상을 투자한 롯데관광개발이 18일 법원에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이날 한국거래소는 롯데관광개발의 주권 매매거래를 정지시키고 상장폐지 절차를 진행키로 했다. 롯데관광개발은 용산개발 사업이 파산하면 투자 손실로 회사 존립까지 위태로울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이날 롯데관광개발 본사 모습 ⓒ 연합뉴스

 
단도직입적으로 호구조사(?)부터 시작해보자. 서울시의 2011년도 용산국제업무지구 조성사업 정책 자료집에 따르면 사업비가 31조원에 이르는 메가 프로젝트였던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 사업을 관리 감독했던 서울시의 담당 부서는 도시계획국이다. 당시 이 도시계획국 산하에는 8개의 과와 1개의 반이 존재했다. 이중 용산국제업무지구를 담당했던 조직은 도시관리과 도시관리사업팀이다.
 
서울시에서 도시 개발 사업이 진행될 때 도시계획국은 도시 개발 구역을 지정한다. 그리고 사업자가 제시한 개발 계획을 검토하고 이를 확인한다. 사업 시행자를 지정한다. 이 모든 과정에서 도시계획국이 수행해야 할 의무들이 있다. 구역 지정 시 주민 공청회를 개최해야하며, 구역 지정 및 개발 계획 수립 시 서울 시의회 도시계획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한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개발 계획이 서울시의 공익성에 부합하지 않거나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는 부분이 지적된다면 사업 시행자의 실시 계획을 연기하거나 변경할 수 있는 권한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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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세훈 전 서울시장 ⓒ 연합뉴스
 
지난 글이 '서울시는 오세훈 전 시장 뒤에 숨지 말라'고 이야기했던 것은 바로 서울시가 이와 같은 권한을 남용하여 철도공사의 역세권 개발사업을 서부이촌동 주거단지를 포함한 용산국제업무지구 사업으로 확대했고, 바로 이러한 무리한 사업 확대가 전체적인 개발 사업 자체의 좌초로 이어진 결정적 계기였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역으로, 용산국제업무지구 사업에서 무리한 계획 변경을 요구했던 서울시 도시계획국이 과연 다른 도시 개발 사업에 있어서는 충분히 공익성을 고려하고 있는지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때 공익성이라 함은 도시 개발 구역 지정에 있어서 지역 주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했는가, 사업 시행자 지정에 있어서 개발 계획의 공공성과 수익성을 모두 충분히 고려했는가, 개발 계획 변경에 있어서 문제점이 나타나지 않았는가 등 원칙적인 부분에 대해서만 살펴보아도 충분할 것이다.
 
대형 도시 개발 사업 중 서울시 도시계획국이 관련된 큰 스캔들 중 하나는 바로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양재동 파이시티다. 최시중 전 방통위원장과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이 인허가 청탁 명목으로 뇌물을 받았다는 사실이 폭로되어 한창 난리가 났던 그 곳이다.
 
양재 파이시티는 양재동 화물터미널 부지에 물류센터, 복합쇼핑몰, 오피스 빌딩이 포함된 복합유통단지를 건설한다는 프로젝트다. (주)파이시티는 2006년 경 부지 매입을 완료했지만, 서울시로부터 인허가가 나지 않아 건설 일정이 표류하면서 자금 압박에 시달렸다. 화물터미널 부지는 유통업무용 부지이며, 따라서 파이시티 측의 계획대로 백화점이나 오피스 빌딩을 세울 수 없기 때문에 서울시는 인허가를 내지 않았던 것이다. 그뿐 아니라 파이시티 용도 변경 및 건축 심의를 둘러싸고 도시계획위원회 심의 과정에서 “상업시설이 세워질 경우 교통 혼잡이 예상되며, 이는 서울시의 물류 유통에 차질을 빚게 될 것”이라는 지적이 뒤따랐다.
 
그러나 서울시 도시계획국은 "세부시설 변경은 경미한 사안"이며 "도시계획위원회의 심의가 있다면 가능"하고, "법이나 세부사항에 너무 얽메이지 않았다"며 파이시티 사업에 대한 건축 허가를 내주었다. 이로서 원래 화물터미널 재정비 사업이었던 것이 수천억원 대 특혜와 뇌물 수수로 얼룩진 '파이시티 비리'로 확대된 것이다. 총사업비 3조4000억원, 8만 5천 평방미터에 35층 규모 대형 복합쇼핑센터를 짓겠다는 사업은 2011년, 결국 시행사인 (주) 파이시티가 PF 대출상환에 어려움을 겪고 법정관리에 들어가게 되면서 추문과 비리만을 남기고 중단되었다.
 
콘도로 가장한 호화 아파트 분양 의혹으로 논란을 빚은 북한산 우이동 '파인트리' 콘도 사업 역시 서울시 도시계획국이 연루된 대표적인 '문제 사업' 중 하나이다. 우이동 유원지는 북한산 주변 최고고도 기준에 따라 콘도가 5층 20m를 초과할 수 없는 지역이다. 그러나 2008년 도시계획위원회가 열릴 당시 도시계획국은 지상 7층 28m로 제출된 우이동 콘도 개발 계획을 전혀 검토하지 않아 10개 동을 6층과 7층으로 건축할 수 있도록 허가해주었다. 서울시는 북한산 경관이 훼손된다는 지역 주민들의 문제 제기가 있고 나서야 뒤늦게 콘도 인허가 과정에 대한 감사에 나섰다.
 
더욱 큰 문제는 서울시가 북한산 콘도 사업 계획을 승인할 당시 국제회의장과 부대 시설을 통한 컨벤션 산업 육성을 그 취지라고 밝혔지만, 실제 현장에 컨벤션 시설은 300석 규모의 회의실 하나가 있을 뿐 나머지 동들은 대부분 고급 콘도라는 것이다. 그뿐 아니라 회원제로 운영되는 객실은 총 332객실 중 56객실에 불과하고, 나머지 266실은 일반 분양을 하여 사실 상 개인 호화 아파트를 짓는 것이나나 다름 없었다는 것이 드러났다. 이러한 사실들이 드러나면서 콘도 공사가 반년 이상 중단되었고, 결국 시공사인 쌍용건설은 1500억원에 달하는 PF 지급 보증에 대한 금융비용을 감당하지 못하고 사업 자체를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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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양재동 복합유통단지 "파이시티"의 인허가 과정에서 수 억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는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구속영장이 발부돼 구치소로 이감되며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 연합뉴스
 

용산국제업무지구, 양재 파이시티, 북한산 파인트리 콘도 사업 등의 사례를 잠깐만 살펴보더라도 앞서 말했던 '공익성'이 전혀 고려되고 있지 못하다는 사실을 파악할 수 있다. 서부 이촌동 아파트 지역 주민들의 격렬한 반대를 샀던 용산국제업무지구나 북한산 경관 훼손으로 지역 주민들의 문제 제기가 잇달았던 북한산 파인트리 사업을 허가할 당시 서울시 도시계획국은 도시 계획에 대한 서울시의 입장을 우선했을 뿐, 지역 주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못했다. 개발 계획이 과연 공공성과 수익성을 갖췄는가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파산한 용산국제업무지구는 물론이고, 파이시티가 만약 좌초하지 않고 완공되었다하더라도 서울의 물류 중심지라는 공공적인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지 회의적이다. '컨벤션 산업 육성'은 커녕 일부 부자들이 북한산 경관을 독점하는 호화 아파트가 되었을 파인트리는 덧붙일 말도 없다.
 
이처럼 인허가권을 쥔 만큼 도시 개발 사업에 대해 철저히 관리 감독해야할 서울시 도시계획국이지만 사업 실패에 대해 도시계획국 공무원들이 책임을 졌다는 이야기는 들리지 않는다. 오히려 파이시티나 파인트리의 사례처럼 특혜 의혹으로 조사를 받으면서도 경징계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유사한 재개발 관련 특혜가 반복될 수 밖에 없고, 도시계획국 공무원들이 퇴직 후 건설 및 개발 관련 업체에 이직하여 다시 이전 직장인 서울시와 연결고리 역할을 맡게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서울시의 조직 체계를 들여다보았을 때 도시계획국이 공익성을 고려하여 개발 사업을 제대로 검토할 만한 역량을 가질만한 구조가 아니라고 볼 수도 있다. 실제로 서울에서 진행하는 대형 개발 프로젝트들은 수십 조원 규모에 달하는데, 이를 관리하는 담당 인원은 매우 적다. 31조원 규모의 초대형 프로젝트였던 용산국제업무지구 사업 역시 이를를 담당했던 도시관리과 도시관리사업팀 인원이 네 명에 불과했다. 이는 담당 부서가 공익성을 바탕으로 개발 계획을 재검토하고, 이에 대한 각종 민원을 수렴하고, 더욱 공익성이 강화되는 방향으로 사업 계획의 수정을 고려할 수 있을 책임을 수행할 만한 여유가 없다는 뜻이다.
 
이러한 문제 때문에 서울시는 주택 재개발 사업에 있어서는 공공 관리자 제도를 시행하여, 공공과 민간의 이익을 조율하는 사업 추진을 목표로 하고 있다. 물론 공공 관리자 제도가 실질적으로 공공성을 지닐 수 있는 제도로 설계되었는가에 대해서 이미 여러 번 문제 제기가 있었지만, 적어도 단순히 공무원의 인허가권에 모든 것을 맡기는 방식에서 벗어났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대형 개발 사업에 대해서도 공익성을 목적으로 인근 주민이나 도시 관련 NGO, 지역 단체들이 사업 계획에 개입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
 
‘디자인 시티’, ‘뉴타운’ 등의 수사 속에 진행된 일방적인 개발들은 채 십년도 지나지 않아 우리에게 풀어야할 과제들로 남았다. 빨리 문제를 풀어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어떻게 해야 오답을 반복하지 않을 것인가를 배우는 것이다. 바로 정답을 내기는 어렵다. 그러나 어떻게 하면 문제를 줄일수 있을까에 대해서는 비교적 쉽게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다. 소수에게 결정 권한을 집중하지 않는 것, 다양한 이해 당사자들이 각자의 의견을 가지고 개입할 수 있도록 도시 개발의 시스템을 다시 짜는 것이 바로 그 출발점이다.
 
 
 
[ 김예찬 (진보신당 서울시당 정책대협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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