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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초된 용산개발의 꿈④ 코레일과 서울시의 ‘플랜 B’는?
용산국제업무지구가 결국 '사기극'으로 끝났습니다. 개발환상과 토건주의가 만들어낸 결과물이었던 용산참사, 그리고 이번 국제업무지구 부도. 정부와 서울시는 과연 책임에서 자유로울까요? 진보신당 서울시당에서 '좌초된 용산개발의 꿈'이라는 주제로 마구잡이 도시개발 사례와 그 대안에 대해 릴레이 기고합니다. 이 기사는 인터넷매체 '미디어스'에 동시게재되었습니다.

 

투기라는 스테로이드제로 굴러가는 용산개발사업
 
지난 3월 6일, 주요 경제지를 비롯한 언론에서는 용산역세권 개발사업에 3%대의 PF가 이루어졌다는 기사가 일제히 게제되었다. 이에 따르면, 개발사업 시행사인 용산역세권개발(주)가 2월 24일 8500억원 규모의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인사를 국내외 금융사에 제안한 결과 한국투자증권, 스탠다드차타드 은행 등 18개 사가 투자의향서를 제출했다는 것이다. 며칠 뒤 연합뉴스는 별도의 상보기사를 통해서 ABCP의 금리가 낮아지고 있는 것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계속된 사업성 논란에 대한 비판적인 외부의 시각이 크레디트 시장을 중심으로 완화됐다고 풀이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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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산역세권 개발사는 3%대의 ABCP 금리를 내세웠지만, 당시 ABCP의 근거가 되는 회사채는 대부분 3% 전후에서 발행되고 있었다. 즉, 전반적인 시장의 분위기를 비춰보면 특별할 것이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위의 표에서 보듯이 2월말에서 3월초에 ABCP의 주요한 발행근거인 회사채는 3% 전후에서 가격이 형성되고 있었다. 즉, 용산역세권 개발의 유동화증권이 3%대인 것은 통상적인 수준이거나 외려 높은 가격이라고 볼 수 있다. 결국 시행사인 용산역세권 개발이 3%대의 ABCP 발행이라는 것은 현실화된 것도 아니지만(그저 투자의향서를 냈을 뿐이다), 당시의 금리를 보자면 그리 특별하게 용산개발에 대한 메리트가 작동했다고 보기 힘들다. 더구나 이와 같은 보도자료가 쏟아져 나온 직후인 13일 채무불이행 상태가 되어 버렸는데 당시 투자자들이 이런 속사정을 모를리 없을 테니 말이다.
 
결국 3% 금리라는 호들갑은 채무 불이행시기에 이자 만기 연장을 위하여 투자자들을 설득하기 위한 것에 불과했고, 실제로 시행사가 ABCP발생에 따른 추가적인 옵션이 공개되지 않은 상태에서 금리 자체 하나만으로 용산역세권 개발의 안정화를 기대했다고 보기 힘든 측면이 있다.
 
문제는 이런 식의 호들갑이, 13일 채무불이행 이후에도 계속 반복되고 있다는 점에 있다. 지난 15일 코레일은 5가지의 요구조건을 걸며 민간투자자들을 압박했다. 우선 사업이 실패할 경우 투자자들의 줄소송을 막기 위해 ‘사업해제시 청구권’을 포기하도록 했고, 기존 투자자간에 맺고 있던 협약을 폐기하고 코레일을 중심으로 사업 추진체계를 구축해야 된다는 의사를 밝혔다. 또한 사업추진을 위해 설립한 특수목적 법인인 드림허브PFV와 AMC 경영권을 양도하라고 요구하고, 삼성물산이 가지고 있는 랜드마트타워 시공권을 포기하고 건설출자사들의 시공물량 보장조건 역시 없던 것으로 하자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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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산국제업무지구 사업구조(2008년 신영증권)

 
이런 코레일의 요구대로 된다면, 사실 용산역세권 개발사업은 코레일에 의한 사업으로 재편될 공산이 크다. 즉, 위의 그림과 같이 보통 민간 자금조달사업(PF)은 각종 유동화 방법을 통해 투자자금을 유치하는 PFV와 그렇게 조성된 자금을 운용하는 AMC로 구성되는데 코레일이 이의 운영권을 가진다는 것은 사실상 ‘드림허브=코레일’이 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애초 시공지분을 보고 투자자로 나선 건설사에게 시공지분을 포기하라고 요구하거나 혹은 삼성물산이 가지고 있던 랜드마크타워의 시공권을 넘기라는 것은 아예 코레일이 완전히 주도하겠다는 의도를 공공연히 보여준다. 결국 사업이 무산될 경우 막대한 빚잔치에 내몰린 투자사들의 경우에는 울며겨자먹기로 2011년 코레일이 선매입했던 랜드마크타워를 유지하는 조건 정도로 타협조건을 내걸었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코레일은 랜드마크타워에 대한 선매입을 유지할 것으로 보이고, 삼성물산은 25일 관련된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하지만 이런 방향은 용산개발사업의 정상화와는 완전히 거리가 멀다.
 
민간사업자의 투자리스크까지 공공이 덤터기 쓸텐가?
 
민간사업자가 요구한 랜드마크 타워 선매입을 보자. 코레일은 지난 2011년 아직 지어지지도 않은 건물을 미리 사는 조건으로 4조 2,000억원을 내놓겠다고 약속하고 1차 계약금을 지불했다. 그리고 드림허브는 이렇게 들어올 돈을 담보로 3조 5,000억원의 은행 대출을 받아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었다. 2011년 코레일이 랜드마크 타워를 선매입한데는 그 때까지 주요한 민간투자자들이 약속했던 투자금을 내놓지도 않았을 뿐만 아니라 용산개발사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졌던 당대의 분위기가 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나선 것이 엉뚱하게도 코레일이었던 셈이다. 그리고 이를 레버레지 삼아서 사실상 오늘까지 용산개발사업이 꾸역꾸역 진행되어왔다.
 
그런데 코레일이 내걸고 있는 조건이라는 것은 ‘안정적인 보증자’ 정도의 역할에서 아예 실질적인 사업추진자로 나서겠다는 선언에 다름 아니다. 말로는 민간투자자들의 이런 저런 선제적인 조건들을 해제하면서 부담을 줄이는 측면이 있지만, 이는 사실상 새로운 신규 투자자들의 물색을 위한 조건일 뿐이다. 즉, 기존 건설투자자들의 시공분을 줄이면 그만큼 새로운 건설사들이 들어올 수 있다. 삼성물산이 쥐고 있던 랜드마크타워 시공권을 뺏으면 그만큼 새로운 투자자를 끌어들일 수 있는 미끼가 된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조건에서 불확실한 사업의 전망에도 불구하고 선뜻 용산개발사업에 나설 사업자는 없다. 결국 코레일이 국민의 자산인 철도 등 기반시설로 형성된 자신의 신용을 걸고 투자자들을 안심시키게 될 것이다.
 
거기에 서울시가 거들고 나섰다. 서울시는 3월 13일 채무불이행 이후 15일 코레일의 사업정상화 방안이 나오자, 바로 18일 ‘서울시, 용산국제업무지구 비상대책반 가동’이라는 보도자료를 냈다. 그리고 “현재 진행단계에 있는 용산사업의 개발계획 변경, 실시계획 인가 등 인허가 사항 등을 포함하여 사업시행자의 요구사항에 대해 법령에서 가능한 범위내에서 최대한 수용하는 등 적극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말로는 도시계획 인허가권자로서의 조력을 아끼지 않겠다는 말로 보이지만 사실 서울시의 역할은 따로 있다. 그것은 서부이촌동을 포함한 통합개발을 계속 유지시켜주는 것이다. 이미 한강르네상스 사업이 폐기됨에 따라 예정되었던 수변개발은 진행되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서부이촌동의 한강조망권을 전체 사업추진을 위한 자원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단 계속 논란이 되어온 서부이촌동 문제를 정리해주는 것이 필요하고 “6월까지 주민여론 수렴 및 사업성 보전 등 이행방안 확정”이라는 방향은 서울시가 서부이촌동 문제를 해결해주겠다는 공식적인 의사표현이다.
 
게다가 공유지 매각대금을 토지상환채권으로 인수하면서 사실상 국공유지를 무상으로 인도하는 것은 물론이고 그 외 도로나 철도부지 같은 공공시설은 아예 무상으로 귀속시켜달라는 요구에 대해 ‘법적인 근거가 있다’거나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며 긍정적인 분위기를 형성하고 있다.
 
‘플랜 B’를 준비하자
 
서울시가 수차례 말해 왔듯이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은 민간투자사업으로, 사실상 민간기업이 장래의 이익을 기대하고 투자자로 나선 사업이다. 동네 구멍가게를 열 때에도 망할 각오를 하고 가게를 여는 것이 타당하고, 마찬가지로 막대한 개발이익을 기대한 이상 사업투자에 따른 부담을 각오하는 것이 맞다. 그런데도 공기업인 코레일과 지방정부인 서울시가 용산개발사업의 좌초에 대해 전전긍긍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 오히려 도시계획 권한을 가지고 있는 서울시가 고민해야 할 지점은 따로 있다. 그것은 바로 용산개발의 다른 버전을 준비하는 것이다.
 
우선은 지난 2011년에 국토해양부가 고시한 종합기본계획에 따라 추진될 예정인 용산공원 조성사업이다. 용산동 1, 2, 3, 4, 5, 6가 및 서빙고동 일대에 달하는 해당 지역은 총면적이 1156만제곱미터에 달하고, 이 중 18만제곱미터를 용산공원 조성에 필요한 재원 마련을 위해 상업지역으로 개발한다는 계획이 포함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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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산공원개발부지는 지리적으로 국제업무지구 사업부지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따라서 복합적인 계획수립이 필요하다.
실제로 용산공원정비구역은 용산국제업무지구와 사실상 밀접하게 연계되어 있다. 즉 용산공원은 장기적으로 용산국제업무지구의 상업지에 막대한 배후지를 제공하는 형태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제껏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과 용산공원정비사업은 지리적인 밀접함에도 불구하고 별개의 것으로 취급되었고, 현재의 사업 역시 그렇게 추진되고 있다.
 
하지만 2017년부터 27년까지 3단계 개발을 추진할 용산공원조성사업과 용산역 역세권 개발의 사업추진계획을 종합적으로 재편성하면 사업의 구성과 재정적인 부담을 다원화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무엇보다 용산역세권의 상업개발에 따른 개발이익을 용산공원 조성에 따른 비용으로 전환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공공개발’의 가능성 역시 높다.

지금과 같이 코레일과 서울시가 용산개발을 위해서 민간사업자들의 뒷배만 대준다면 수많은 민간주도형 개발사업에 있어 유사한 역할을 요구받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또한 이는 민간기업에 대한 과도한 특혜시비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만약 현재의 조건이 공기업인 코레일과 도시계획권자인 서울시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한 시점이라면, 공공행위자로서 자기 위치에 맞는 ‘대안 계획’을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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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크랜드 개발사업에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여 수립한 계획서 표지. 대처정부의 반대로 적용되지는 못했다.

특히 용산권과 같이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있는 경우에는 지역적-사회적 합의를 무시하는 행태로는 사업 추진에 따른 갈등요인이 너무 많다. 그런 점에서 영국의 런던에서 도크랜드 개발 당시 도입한 적이 있는 ‘대중참여계획’을 적극적으로 모색하는 것도 방법이다.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의 계획기간을 용산공원정비사업에 맞추고 순차적으로 공공투자를 통해 추진하되, 장기적으로는 용산공원조성과 조응하는 방식으로 지역주민들과 주요한 사회적 행위자들이 참여하는 지역구상을 마련해나가는 것이다.
 
용산국제업무지구의 ‘플랜 B’가 없다면, 코레일과 서울시는 민간사업자들을 위한 거마꾼 노릇을 피할 길이 없다. 그런데 그런 사업은 도대체 누구를 위한 것인가?
 
 
 
 
 
[ 김상철 (진보신당 서울시당 사무처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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