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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감세로 생긴 세입의 구멍, 대규모 국채 발행으로 메우겠다니

사상 두 번째 '수퍼추경'
 
정부는 지난 16일 총 17조 3,000억원에 달하는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해 국회에 제출한다고 밝혔다. 국회 논의를 지켜봐야겠지만 정부안을 살펴보면 역대 두 번째 ‘수퍼추경’이라는 말에 어울리지 않는, 액수만 크고 실속은 없는 추경으로 보인다.
 
우선, 17조 3,000억원의 추경 중 70%에 해당하는 12조원이 올해 예산에서 세입 부족분을 메우는 세입경정에 들어가는 비용이다. 정부에 따르면 경기악화에 따라 6조원, 은행 등 공기업 민영화 유예 등으로 인해 6조원의 세입 부족이 발생하여 이를 추경에서 12조원을 편성해 메우겠다는 것이다. 경기악화에 따른 세입 부족이야 메울 수 밖에 없고, 이명박 정부에서 무분별하게 추진되던 민영화를 재검토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므로 12조원을 세입 부족분을 메우는데 쓰는 것은 그 자체로는 큰 문제는 없어 보인다.
 
일자리 창출에 투입되는 예산은 1%뿐
 
이제 남는 돈은 5조 3,000억이다. 정부 말대로라면 이게 새출 증가분이고, 한마디로 더 풀리는 돈이다. 이 돈을 어디에 쓰는가에 따라 이번 추경의 성격이 드러난다.
 
이중 가장 큰 항목은 부동산 관련 항목으로 모두 3조 2,000억으로 세출증가분의 60%를 차지한다. 세부내역을 보면 주택시장 활성화에 1조 3,000억을 4.1 주택시장 활성화 대책의 취득, 양도세 면제에 따른 지방세수 감소분 보전에 3,000억, 그리고 전세임대주택 공급에 1조 6,000억원이다. 부동산 관련 세출 증가분의 절반, 전체 세출증가분의 30%가 서민 주거안정과는 관계 없는 부동산 시장 부양에 투입되는 것이다.
 
반면, 노동자․서민의 입장에서 가장 절실한 일자리 확대에는 2,000억원만 늘어났다. 전체 추경의 1%, 순수 세출증가분의 4%에 해당한다. 부동산 부양에 쏟아붓는 돈의 12.5%밖에 되지 않는다.
 
그나마 남은 1조 9,000억은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사업 이행사업(심지어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인 K-move라는 해외취업 알선 사이트 구축 비용 31억도 일자리 창출 예산에 포함되어 있다)이거나, 항만 보수 등 건설자본의 배를 불리는 것, 나아가 국방비 증액(1184억)도 있다. 한마디로 양질의 일자리 창출, 서민 복지 확대보다는 부동산 경기부양을 통한 투기 조장(집값이 오르면 무주택자 눈에 피눈물이 난다), 건설경비 부양 등에 방점이 찍힌 추경인 셈이다.
 
유례 없는 대규모 국채발행, 이자부담은 한해 4,186억원
 
이번 추경의 더욱 심각한 문제는 재원조달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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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경에 따른 국가채무 수정 전망치 (자료: 기획재정부)

정부는 이번 추경예산의 93%인 16조 1,000억을 국채발행을 통해 조달하겠다고 밝혔다. 사상 유례가 없는 대규모 국채발행인 셈이다. 정부로서는 당장 세금을 더 걷지 않아도 되고, 국민들로서도 당장 세금을 더 낼 필요가 없으니 국채발행은 나름 매력적인 수단으로 보인다.
 
그러나 국채도 부채이고, 따라서 비용이 따른다. 현재 3년 만기 국고채의 금리는 대략 2.6%이다. 이 금리를 적용하면 이번 추경으로 늘어나는 16조 1,000억원에 대해 국민들은 해마다 4,186억원을 이자로 지불해야 한다.
 
앞서 본 일자리 관련 예산 증가액의 두배가 넘는 엄청난 금액이다. 국채를 발행하지 않고 재원을 조달할 수 있다면 이 비용을 은행에 바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부자감세 철회하면 추경재원 마련하고도 2조 5,000억 남아
 
실제, 국채를 발행하지 않고도 이 정도 비용은 충분히 조달할 수 있다. 이를 위해 가장 바람직한 방법은 이명박 정부에서 단행된 부자감세를 다시 되돌리면 된다. 부자증세를 하자는 것이 아니라 다시 원래 위치로 되돌리자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 시절에 단행된 부자감세로 인해 대략 한 해에 19조 8,000억의 세수감소 효과가 있었던 것으로 추산된다. 만약 올해 박근혜 정부가 부자감세를 철회했다면 19조 8,000억의 세입증가를 가져올 수 있었고 이는, 이번 추경예산 재원을 모두 마련하고도 2조 5,000억이라는 엄청난 재원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이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는 부자감세 철회 보다는 국채 발행을 택했다. 국채도 결국 언젠가는 국민의 세금으로 갚아야 하는 돈이다. 현재 부자에게 온정적이고 서민에게 가혹한 세금제도가 바뀌지 않는다면 결국 이 돈도 서민들의 세금으로 갚아야 한다는 말이다. 결국, 한마디로 부자들의 세금을 깎아 주어서 생긴 세입의 구멍을 국채를 발행하는 꼼수를 써서 서민들의 주머니를 털어 메우는 것이 이번 추경예산안의 본질이다.
 
이렇게 문제가 많은 추경예산안이 국회로 넘겨져 여야의 논의를 기다리고 있다. 우경화 논란을 빚고 있는 민주통합당은 세출확대 정도만 거론하고, 부자감세 철회를 회피하는 국채 발행을 통한 재원마련에는 정면으로 문제제기를 하지 않는다. 이런 상태에서 여야간 추경논의는 세제개편이라는 핵심은 묻어두고 세출확대의 규모와 소규모 사용처 변경에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 이미 야성을 상실해가고 있는 민주통합당에 이 이상을 기대하는 것도 무리이다.
 
추경예산 논의 부자감체 철회와 연계해야
 
아무리 ‘가제는 게편’이라지만, 이렇게 국민을 기만한다고 해서 낙심만 할 수는 없다. 진보진영이 어느 때보다 힘든 상황이지만 추경 국회 논의 과정에서 최소한 아래의 사항들이 진지하게 논의되고 반영되도록 요구해야 한다.
 
첫째, 추경 재원과 관련하여 (국채 발행이 아닌) 부자감세 철회를 통해 재원을 마련하도록 지속적으로 촉구해야 한다. 만약 이번 추경에서는 당장 부자감세 철회를 통한 재원마련이 어렵다면 최소한 이번 추경 예산안 논의와 부자감체 철회 조치를 연계하여 추경 예산 통과 조건의 부자감세 철회에 대한 대국민 약속을 얻어내야 한다.
 
둘째, 추경 세출 확대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추경이 서민 복지의 확대로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부동산 부양 등 거품만 키울 뿐인 예산, 서민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공약 과시용 예산, 경기부양용 토건족 퍼주기 예산, 시대에 역행하는 국방비 증가액 등을 대폭 삭감하고 일자리 창출과 비정규직 정규직화 예산 및 서민 복지 예산을 대폭 증액해야 한다. 이렇게 해서 밑바닥에서부터 소비여력이 살아나야 진정한 경기부양도 가능하다.
 
추경은 부자감세 철회, 나아가 부자증세와 연결하여 쟁점화해야 한다. 질 좋은 일자리 창출과 복지 공약은 나몰라라 하고 경기부양에만 올인하는 박근혜 정부의 잘못된 정책을 진보진영이 앞장서 막으면서 다시 노동자․서민의 신뢰를 모으는 것이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
 
 
[ 권태훈 (진보신당 기획조정실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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