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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사장 2억 연봉 서울시가 책임지는데 정비사 고용은 반쪽나
관악구의회 진보신당 나경채 구의원의 기고문입니다. [진보정치 현장]은 인터넷 매체 <레디앙>의 기획기사이며 <레디앙>과의 협의하에 동시게재합니다. 기사출처 바로가기


甲!
 
2004년 서울시는 서울시 대중교통 체계 개편을 추진하면서 버스준공영제를 도입한다. 빨갛고 노랗거나 파랗고 여러 가지 색을 칠한 버스가 등장하고, 노선 조정의 권한을 서울시가 가지게 되었다.
 
표준운송비용을 매년 정해서 버스수입을 공동으로 관리하고 버스회사 경영에 필요한 자본을 서울시가 보장한다. 버스환승시스템이 마련되었고 중앙차로제가 도입되었다. 갑은 단번에 서울시내버스 회사들을 ‘을’로 만들었다.
 
乙!
 
버스회사는 준공영제 이후 알짜배기 사업체가 되었다. 85%이상의 노선이 적자라고 주장하며 버스요금을 인상해달라고 하던 버스회사들은 이제 서울시를 잘 구슬려 표준운송비용을 인상하기만 하면 된다.
 
정비직, 운전직 등 버스 노동자들의 임금도 서울시에서 보조한다. 수 억원이나 되는 대표이사의 연봉도 서울시가 책임진다.
 
158대의 차량을 보유하고 있는 서울 대학동(신림9동)의 한남운수 대표이사의 연봉은 1억 9천만원이 넘는다. 여기에 각종 인센티브까지 더하면 2억원은 족히 넘는 것이 확실하다.
 
정비사 인건비 책정은 버스 한 대당 0.14명을 기준으로 하여 총 23명 분을 지원받지만 실제는 12명 만을 고용하고 있다. 버스회사 인력구조를 보면 대체로 정비직 노동자는 지나치게 적고, 운전직 노동자는 조금 적다. 대신 관리직 노동자는 필요 이상으로 많다는 지적이다. 관리직에는 대표이사의 친인척 등 개인적 관계에 있는 사람들이 많다.
 
丙!
 
이병삼. 그는 천상 병이다. 이름도 이’병’삼이다.
 
대학동(신림9동) 버스회사 한남운수의 해고자. 질끈 동여맨 운동화, 청바지, 형광빛 운동복과 그 위에 걸친 노동조합 망사조끼. 정비사로 한남운수에 취업한 그에게 회사는 어느 날 1년짜리 계약직으로 전환하자고 했고 그는 여기에 저항했다. 사실상 비정규직으로 바꾸자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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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남운수 해고자 이병삼씨의 발언 모습(사진=나경채님 페이스북)

 
그러자 이렇게 저항하는 노동자들에게 회사는 운전직으로 보직을 변경하겠다고 했다. 항의하는 의미에서 대형버스 운전면허를 반납해 버렸다. 회사는 그와 행동을 같이 한 사람들을 징계하고 해고했다. 해고무효를 다투는 소송을 시작했고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다.
 
사건이 대법원까지 오는 동안 그는 필시 외로웠을 것이고 이것은 그의 까만 얼굴, 귀밑 허연 머리에서 충분히 읽을 수 있다.
 
丁!
 
501번, 506번, 5511번, 5513번, 5515번, 5516번, 5517번, 5522B번, 5616번, 5712번은 모두 신림동과 관악구를 관통하는 노선들이다. 서울대학교 캠퍼스도 누빈다. 한남운수는 서울시로부터 버스 한대당 0.14명의 정비노동자 임금을 지원받는다. 158대를 운행하므로 정비인력은 23명이어야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한남운수의 정비사는 12명.
 
2010년 서울 행당동 버스폭발사고 당시 예방정비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탓에 승객 17명이 부상을 입었다. 1명은 심각한 정도의 발목골절상을 입었다. 시민은, 세금으로 대표이사에게 2억원이 넘는 연봉을 지급하는 슈퍼 甲이어야 하지만, 시내버스를 이용하는 관악구와 서울시민은 불안하지 않을 수 없다.
 
정리하자면 이렇다.
 
첫째, 한남운수 버스는 안전하지 않다. 23명이 정비를 해야 안심하고 운행할 수 있는데 절반 밖에 안되는 인력만이 차량 예방정비에 투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중교통은 공공성을 생명처럼 여겨야 한다. 회사의 이윤을 우선하여 적정인력을 유지하지 않는 이같은 행태는 주민의 건강과 안전을 위협할 수 밖에 없다.
 
둘째, 한남운수 사측의 공금유용 혹은 횡령이 의심된다. 23명분의 임금을 보조금으로 받고도 12명만을 고용하고 있다면 그 차액은 누구의 주머니로 들어가는가 의심받을 일이다. 서울시는 이러한 관행을 알고 있으면서도 침묵하는 이유를 밝혀야 한다.
 
세째, 버스회사 대표이사의 연봉 또한 시민의 세금으로 보조한다. 2억은 충분히 넘는 연봉을 시민이 보장하고 있다면 그의 공적 책임은 막중하다고 봐야 한다. 한남운수 박복규 대표이사는 그가 요구받는 사회적 책임의 크기에 맞는 경영을 보여주고 있지 못하다.
 
우리는 한남운수의 이 비리와 노동자 탄압을 보면서 로자 파크스라는 이름을 알게 해 준 1955년 미국 앨라바마주 몽고메리 버스 보이콧 사건을 기억해야 한다.
 
백화점 노동자 로자가 퇴근길에 탄 버스의 백인기사는 조례에 따라 흑인인 그녀에게 백인승객을 위해 자리를 양보하라고 지시했다.
 
그녀는 이에 따르지 않았고 출동한 경찰에 의해 체포되어 벌금형을 받는다. 그녀의 친구들은 3만장이 넘는 유인물을 만들어 모든 흑인과 양심적 백인과 히스패닉에게 버스보이콧운동에 동참할 것을 호소했다.
 
1955년 12월 5일 하루 동안 몽고메리에서 사람들은 버스를 타지 않았다. 이 운동은 몽고메리진보협회의 결성으로 이어졌고, 이 협회의 지도자에 마틴 루터 킹 주니어 목사가 선출된다. 그리고 결국 승리한다.
 
한남운수 종점에서 신림역 혹은 서울대학교, 혹은 서울대입구역까지 15분에서 30분이면 걸어서 도착할 수 있다.
 
관악구 주민들이 악덕기업의 전형을 보여주는 한남운수에 저항하는 의미로 하루동안 버스승차를 거부하는 것을 상상하지 못하란 법은 없다.
서울대의 젊은 학생들과 구성원들이 서울대학교 캠퍼스를 누비는 한남운수 차량을 응시하며, 저 1955년 백화점 노동자 로자 파크스와 그녀의 친구들이 내린 결단과 그녀가 바꾼 세상을 상상하지 않을 이유가 어디에 있는가!
 
甲乙의 노동자탄압, 공공성 무시, 무능, 비리, 무관심에 맞서는 丙丁의 연대를 꿈꾸지 못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 이것이 진보정치의 길이어야 한다.
 
 
 
[ 나경채 (진보신당 관악구의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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