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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라도 지방의원의 의정활동을 정치화하는 당적 노력이 시스템으로 고민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린 똑똑한 지방의원을 가질 수는 있어도 지역에서 당의 지지를 조직적으로 획득하기에는 많은 시간을 기다려야 할 것이다.

[진보정치 현장] 똑똑한 지방의원 보다는 당의 지지기반과 조직화 강화를


지방의원이 제도와 비제도의 경계를 넘나드는 활동을 할라치면, 그것도 진보정당 소속의 지방의원이라면 찾아서 할 일이 적지 않다. 그러나 한편으론 ‘2할 자치’라는 우리나라 지방자치 현실에서는 지방의원의 활동이 제한적인 것도 사실이다.


입법 활동도 그렇다. 상위 법령의 범위 안에서 입법권, 조례 제정권을 갖고 있고, 예산이 수반되는 조례는 단체장의 동의를 구해야 한다. 그러나 그런 한계에서도 법령의 제?개정에 따라 미리 미리 준비하고 개입해야 할 입법 권한도 있다. 오늘 이야기의 소재인 생활폐기물 수집?운반 대행업체 평가 조례의 경우가 그러하다.


작년 6월 중순, 공공노조 대경지부 사무국장이 찾아오셨다. 폐기물관리법이 개정되어 지방자치단체에서 민간위탁업체에 대한 감독기능이 강화되어 이를 자치단체 조례로 만들어야 한다며 관련 내용을 갖고 오셨다.


청소노동자들의 건강권을 비롯한 노동권 개선과 민간위탁업체의 경영에 공익성을 강화하는 관련 법령이 개정되었고, 그에 따라 지방자치단체에서 관련 조례를 제정하여 당장 7월부터 시행해야 하는데, 명색이 당에 소속한 정치인이 이것도 모르고 있었으니, 사실 그 때 얼마나 부끄럽던지.


모든 법령 개정사항을 알 수는 없지만, 적어도 진보정당 소속 지방의원으로서 꼭 알아야 할, 그리고 관련 조례를 만들어야 할 내용이라면 당의 시스템에서 이 활동들이 원활하게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당에서는 관련 조례 내용에 현장의 목소리를 담아 만들어내야 한다. 지역에서는 이걸 갖고 다시 현장을 만나고, 현장을 정치적으로 조직하고, 그리고 제도적으로 현장의 목소리가 반영되도록 해야 하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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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수막 왼쪽 끝이 장태수 대구 서구의원(사진=평화뉴스)



파업 현장에 밤새며 같이 앉아 있는 것도 필요하지만, 이런 정치화 과정이 ‘운동형 정당’의 모습이 아닐까? 그 과정에서 정당이, 정치인이 해야 할 특별한 역할이 있지 않는가. 현장은 그렇게 정치적으로 재조직되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다.


지방의원의 의정활동을 정치화시키지 못하는 안타까움은 예전 경험에서도 있었다.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민주노동당 다시 이영순 국회의원이 이른바 관변단체라고 불리는 새마을, 바르게, 자유총연맹에 대한 보조금 지원을 명문화된 국민운동단체 육성에 관한 법 개정안을 발의한 적이 있었다. 그 때가 2006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던 2005년 말로 생각하는데, 당시 민주노동당 지방의원 워크숍에서 이 문제가 논란이 되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들 단체 보조금 지원을 중단하자면 지방선거에서 크게 불리할 것인데, 말이 되냐는 항의가 있었다. 현실 정치인으로서 고민하지 않을 순 없지만, 그 때 느꼈던 안타까움, 답답함은 왜 당이 이런 이슈를 정치화하지 않는가였다. 또 지방의원들과 함께 공동대응을 하지 않는가 라는 답답함도 컸다.


이들 단체에 대한 보조금 집행은 일선 지방자치단체에서 이루어지고, 지방의회에서도 이에 대한 시비가 끊이질 않는데, ‘지방의원들을 통해 집행의 문제점을 사례화하고, 이를 사회화하기 위한 작전도 짜고, 그래서 관철시키기 위한 여론과 지지세를 어떻게 형성할지를 입체적으로 왜 계획하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과 답답함이 컸던 것이다.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지방의원들을 지역의 대표적 정치인으로 성장시키고, 이해관계자들의 압박을 견딜 수 있도록 지지세를 모으고, 그 과정을 통해 당에 대한 정치적 지지자들을 획득하는, 그런 과정이 왜 안 되나 싶었다.


물론 당사자인 나부터 반성해야 하지만.(2006년 초 사회단체보조금 집행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이게 언론에 크게 실렸다. 그 후 나는 보훈단체 어른들에게 린치를 당했다. 그리고 선거 기간 내내 상대 후보와 당은 이 문제를 갖고 동네 여론을 장악하고 있는 관변단체 회원들을 반복적으로 교육시켜 2006년 지방선거에서 나를 떨어뜨렸다. 당시 동네 사람들과 공무원들은 이 일이 내 표를 빼앗아갔다며, 왜 그렇게 어리석은 행동을 했냐고 안타까워했다.)


진보정당이 지방의원을 배출하고, 지역정치에 개입하는 것은 의회 공간에서 지방의원 저 혼자 놀라고 하는 게 아니다. 당의 일관된 정치적 지향을 전국 각지에서 통일적으로 펼치고, 그 결과로서 당의 정치적 지지를 획득하기 위한 수단이자 목적으로 지방의원을 배출한다. 그런데 지금까지 진보정당의 지방의원 의정활동은 당에 의해 정치화되고, 당이 이를 뒷받침하는 시스템으로 안착되고 있지는 못하다.


결국 쓸만한 수단을 확보하고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개인의 역량에 맡겨두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지금이라도 지방의원의 의정활동을 정치화하는 당적 노력이 시스템으로 고민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린 똑똑한 지방의원을 가질 수는 있어도 지역에서 당의 지지를 조직적으로 획득하기에는 많은 시간을 기다려야 할 것이다.


* 본 기사는 인터넷 매체 <레디앙> 기획기사이며 <레디앙>과 협의하여 동시게재하였습니다. 출처: http://www.redian.org/archive/6824

[ 장태수 (진보신당 대구시 서구의회 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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