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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끝만 갖다 대면 상대방의 마음을 줄줄이 읽어낼 수 있다는 듯이 과잉 행동하거나 상대방의 성적인 취향이나 성감대조차도 묻지 않고 무대포로 성기만 들이밀기 일쑤다. 정작 자신 스스로 결정해야할 것이 무엇인지도 헷갈려 하기도 한다. 자신 몸의 주인은 자신이라고 이야기하면서 몸과 관련한 결정을 사회에 맡겨두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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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항주 (그림: 김병무)


2012년 어느 날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성교육 강의실 풍경은 이렇다. 누군가에게는 굉장히 촌스러운 질문이 될 수 있겠지만 아직도 성교육의 시작은 감춰지고 있는 자신의 성기를 어디까지 보았는지 묻기부터 시작한다. 그리고 삼사십년을 살아가면서 성기의 명칭을 정확하게 모르는 이에게 알려주는 일도 잊지 않고 함께 하고 있다. 이윽고 약속한 강의 시간이 끝나고 강의보다 중요하다는 뒤풀이에서 만날라치면 강의실에서의 머뭇거리기와 달리 항상 정해진 물음이 있다.

남성들의 고민이라면 내 거시기 크게, 오래가게 만들기의 방법은 무엇일까? 로 이어지며, 여성들이라면 어떻게든 자신의 몸을 통제하여 다이어트나 탄력 있는 몸으로 가꾸어야 한다고 하나같이 말한다. 그래서일까? 소위 계모임에서 남자의 성기사이즈를 측정하는 방법들은 아줌마들의 입을 통해서도 다양하게 회자되고 있다. 한국에 사는 사천만이라면 누구라도 들어봤을 야매(?)의 기술은 이런 것이다.

“남자 코가 크면 성기도 크다.” “남자 콧구멍 크기는 성기의 모양과 관련이 있다.” “왼쪽 귀불이 두둑하면 성기가 왼쪽으로 휘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런 얘기는 온통 부풀려 말할 뿐이다. 이야기 끝에 “그래서 참 좋았어요.”는 전해주지 않는다. 물론 과학적 근거 따위는 이미 내 알바가 아니게 된지 오래다.


남의 시선에서 경쟁하는 몸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남성의 성기가 크다고 해서 반드시 파트너가 만족스러울 것이라는 것은 누구의 상상일까를 생각해보게 된다. 멀리 갈 것도 없이 나부터도 아이 팔뚝만한 커다란 성기가 좋지는 않은데도 말이다. 우리는 늘 자신의 몸을 ‘잘 알지도 못하면서’ 남의 시선에서 경쟁만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오래전, 눈물 없이는 볼 수 없었던 스필버그감독의 처럼, 손끝만 갖다 대면 상대방의 마음을 줄줄이 읽어낼 수 있다는 듯이 과잉 행동하거나 상대방의 성적인 취향이나 성감대조차도 묻지 않고 무대포로 성기만 들이밀기 일쑤다. 혹은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영화 ‘은교’의 주인공처럼 자신의 몸을 바라보는 대신에 타인의 몸을 통해 자신을 들여다보려 애쓰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정작 자신 스스로 결정해야할 것이 무엇인지도 헷갈려 하기도 한다. 이를테면 피임, 임신과 출산에 관한 문제들이다. 낙태의 비범죄화를 주장하는 것이 생명에 대한 기만이니 뭐니 하며 논조를 흐리는 것도 가만히 들여다보면 맥락은 같다. 잘 모르는데 아는 척 하기와 다름없다는 뜻이니까 말이다.


결정하는 몸


그러니까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하다는 것이다. 자신 몸의 주인은 자신이라고 이야기하면서 몸과 관련한 결정을 사회에 맡겨두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 가만히 누워서 임신 상태를 유지하고 출산하는 것이, 자신의 몸에 일어나는 일에 대해서 결정하지 못하는 것이 생명존중이 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쯤해서 한번 생각을 뒤집어 보자. 어느 누구라도 남의 입장을 아는 것처럼 대변하지 말고 자신의 몸을 천천히 훑어보는 건, 이후의 어떤 관계에서도 분명 나름의 노하우를 갖게 되는 일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춘삼월의 꽃다운 청춘들이 나풀거리는 원피스를 입고 예의바르게 “발기가 뭐에요?”를 본 필자에게 묻는다면 몰라서 묻는 것이니만큼 친절하게 그림이미지까지 붙여서 가르쳐주고야 만다. 이제 “낙태의 비범죄화가 뭐에요?” 라고 묻는다면 친절하게 아주 친절하게 가르쳐주겠지만, “낙태는 범죄이니 뭐니” 한다면 자신의 무지함을 드러내는 것이니만큼 두말할 것도 없겠다.

그건 그렇고 이쯤해서 천호동에 사는 박 여사 님에게 고백할 것이 있다. “제가 지난번에 말씀드린 남자 손가락 사이즈로 성기사이즈를 알 수 있다고 한 거 구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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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몸의 주인은 자신이다? 그런데 몸과 관련한 결정은 사회에 맡긴다?  Ⓒ 그림: 김병무



내 딸 로이에게


추신) 마지막으로 태어나지도 않았고 그럴 기미도 보이지 않지만 내 딸 로이에게 한마디 해두려 한다. 로이!

문명이 많이 바뀌었지만 이 아빠는 아직까지도 임신이나 출산에 있어서 더 많은 고민과 부담을 여성이 지고 있다고 생각한단다. 네가 만나는 남자친구가 전부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어떤 이들은 성적인 쾌감이 덜하다며 콘돔을 사용하기를 거부할지 모르고 사정액을 여성의 몸 밖에다가 분출시키는 ‘질외사정’이 피임 방법이라고 네게 우길지도 모르겠다. 분명한 건 이런 일들은 모두 다 잘 알지 못해서 일어나는 일이란다.

이 아빠는 네게 분명히 말해둘 것 있어. 세상에 원치 않는 임신을 여성이 혼자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게다. 또, 흔히 이야기하듯이 문란한 성 관계가 원치 않는 임신을 낳는 것이 아니라, 무지한 피임상식이 원치 않는 임신을 낳는 것이라는 것을 로이 네가 잘 알아두었으면 해. 그리고 로이!

만약 원치 않는 임신을 하게 된 여성이 있다면 과거처럼 무조건 “생명은 고귀하다”라고 외치는 것이 과연 의미가 있는 것인지 네가 한 번 생각해 보았으면 싶구나. 그리고 어떠한 상황이 오더라도 네 몸의 주인이 너 자신이라고 한 것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구나. 이 아빠는 그 어떤 순간에도 널 존중할거야. 만약 네가 원치 않는 임신을 해서 어떠한 결정을 하게 된다 해도 말이다.

[ 조항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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