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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노동당을 지지하는 이유

박노자(노동당 당원)



총선 시절이 되기만 하면 이제서야 겨우 투표권을 얻은 해외 한인들과 이야기할 때마다 제게 "지지 정당이 뭐냐"는 질문은 계속 날라옵니다. 저는 당연히 (!) 노동당 당원이며 당원이자 시민으로서 노동당 후보자들을 지지한다고 답하는데, 그 답에 대한 반응들은 크게 두 가지로 엇갈립니다. 국내에서 대학내 좌파 셔클 같은 경험이 없는 해외 교민들의 경우에는 "노당당이 어떤 정당이냐", "금시초문의 정당인데 어떤 곳인지 설명해달라"는 반응이 오곤 하고, 국내에서의 이런저런 "운동" 유경험자들 같은 경우에는 "마음을 알겠는데, 당선 가능성은 물론이고 존재감 자체도 미미한 당에 왜 사표가 될 표를 던지느냐" 정도의 이야기를 듣곤 합니다. 물론 국외 노동당 당원이나 지지자도 가끔 만나게 되지만, 그건 다소 드문 경우에 속합니다. 유럽에서는 가끔 있어도 예컨대 도미하기만 하면 훨씬 드물어지죠


노동당을 모르는 사람을 만나게 되면 제가 당의 공약에 대한 기본적 소개를 하고 상대의 관심의 정도에 따라 이로 끝나는 경우가 상당수지만, "마음을 알아도 당선 가능성이 희박한 당에 왜 정열을 낭비하느냐"는 식의 반응일 경우 조금 더 자세히 이야기합니다. 일단, "당선 가능성"의 의미부터 묻곤 하죠. 김대중과 노무현은 비록 "당선"이야 됐지만 그 후속편은 무엇이었는가요? 결국 박근혜 같은 괴물을 필요로 하는 세계 최악의 신자유주의적 지옥, "헬 조선"을 만드는 데에 일등공신이 되고 말았죠. 당선도 정치인에게 당연히 중요하지만, 그 어떤 선거를 통해서도 어차피 체제의 본질을 바꿀 수 없는 상황에서는 당선 이상으로 중요한 것은 당과 후보의 원칙과 투쟁조직능력, 전투성, 다양한 사회적 약자들을 규합시키는 힘, 급진성 등입니다. 당선이 돼도 우리 계급의 후보는 의원직을 투쟁을 위한 발판으로 이용해야 할 것이고, 당선이 안돼도 계속 투쟁을 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니까 일단 "투쟁 잠재력"을 기준으로 해서 노동계급 정치인에게 표를 줌으로서 힘을 주어야 할 셈인데, 저는 이런 차원에서는 노동당을 가장 바람직하게 생각합니다.



원칙부터 이야기하자면 노동당은 사회주의를 지향하는 정당입니다. 제게는 이 부분은 아주 중요합니다. 요즘 진보계에서는 "복지", "복지"라고 하지만 사실 "복지" 그 자체에는 별도의 고정된 정치색은 없습니다. 필요하면 극도로 반동적 정권도 "복지" 카드를 얼마든지 쓸 수 있죠. 1950년대말에 일본의 (제한적) 복지제도의 골간을 마련한 자민당이나 민심수습 차원에서 의료보험과 국민연금 등을 확창시킨 노태우정권처럼 말입니다. "복지"란, 자본주의 사회에서 총자본의 필요에 따라 진보도 보수도 쓸 수 있는 그저 하나의 "정책"일 뿐입니다. 그 자체로서 나쁜 정책이야 아니지만, 결국 정책일 뿐이죠. 그런 정책을 넘어서 탈핵화, 탈군사화, 인권 개선, 성평등화, 사회 모든 분야에서의 공공성 제고를 원한다면, 이 지향의 총칭은 바로 "사회주의"이죠. 대규모 생산시설의 공유와 이윤추구시스템 철폐만이 환경, 차별, 불평등 등 수두룩한 사회 문제들의 총체적 해결의 실마리를 줄 수 있으니까요. 저는 그래서 "복지 정당" 아닌 "사회주의 정당"을 지지하고 싶으며, 그렇게 해서 노동당의 당적을 계속 유지하며 노동당을 지지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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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쟁력을 이야기하자면 지금 노동당의 총선 비례대표 후보인 구교현과 용혜인이 알바노조 투쟁부터 그 사회 활동을 시작한 것은 저로서 처음부터 중요하게 인식됐습니다. 사실 알바 등 최하위의 비정규직들이야말로 21세기 한국의 명실상부한 "무산자"들입니다. 고숙련 대기업 노동자에게는 차나 자기 집이 있을 수 있으며, 자녀를 대학에 보낼 기능성이라도 보이긴 하지만, 알바나 파견업체 노동자, 영세 하도급 기업의 노동자에게는 많은 경우에는 아예 자녀를 낳을 "가정"을 꾸릴 만한 환경 자체가 주어지지 않습니다. 한국에서는 예컨대 강남이 제1세계의 생활수준에 가깝고 대기업 고숙련 노동자라면 과거의 제2세계이었던 폴란드나 슬로베니아 평균 피고용자 정도의 생활수준을 유지할 수 있는 반면 알바들은 말 그대로 "제3세계"를 대표합니다. 그들이 조직되어 산업 비정규직, 소상인, 영세민 등 주변화된 여러 계층들과 제대로 연대할 수만 있다면 결국 이 연대야말로 21세기 한국 혁명의 전위가 될지도 모릅니다. 저는 그래서 - 당선이 되든 말든 - "알바 국회의원 후보"들에게 뜨거운 지지와 제 한 표를 보내고 싶습니다. 당선이 안되어도, 이번 선거운동은 하나의 계기가 되어서 앞으로도 최하위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치세력화 운동, 급진화 운동이 이어나가기를 간절히 바라기 때문입니다. 용혜인 후보의 "청년 정치인"으로서의 정체성도 제게 아주 매력적입니다. 헬 조선의 착취와 억압의 피라미드에서는 청년들이야말로 가장 밑에 깔려 있고, 가장 급진화가 빨리 이루어져야 되기 때문입니다.



총선은 중요한 일이죠. 당선 가능성도 그렇지만, 선전과 조직화의 기회인 만큼 아주 중요하죠. 그런데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한국 사회를 사회주의의 길로, 즉 평등, 환경, 평화의 길로 이끌어나가는 운동의 큰 흐름입니다. 총선이든 대선이든 결국 이 큰 흐름의 한 일부분에 해당됩니다. 이 큰 흐름을 염두에 두고 제가 한국에서 사회주의적 현실 정치를 대표하는 노동당에 제 표를 주고 싶습니다.


원문 : http://blog.hani.co.kr/gategateparagate/75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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