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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글어스 캡쳐

▲ 무인기 촬영 사진(조선일보 4월 3일자, 3월 24일 월요일 오전 9:22:02 촬영)



조선일보가 4월 3일 공개한 무인기 촬영 사진이 오보라고 보도한 국민TV뉴스의 기사가 편집자 검토로 들어가며 볼 수 없게 됐다(http://news.kukmin.tv/news/articleView.html?idxno=3961). 상황을 자세히 보지 않고 냉큼 음모론을 집어들기 쉬운 상황이지만 사실 조선일보가 오보를 냈다고 한 국민TV뉴스의 기사가 되려 오보였다(http://news.kukmin.tv/news/articleView.html?idxno=3988). 국내 포털 뿐만 아니라 구글 역시 군 보안시설 등에 대해서는 해당 국가의 요청에 따라 항공사진을 수정하기도 한다. 국내 포털 서비스에서 제공하는 지도에서는 청와대가 통째로 지워져 있지만 구글에서는 사진에서 청와대를 그대로 남겨두는 바람에 수정 없는 실제라고 오해하기 쉬워서 일어난 일종의 해프닝이지 않았나 싶다.


하지만 조선일보의 보도 자체에 대한 불신도 한 몫 거들었다. 아직도 여전히 조선일보의 보도가 어딘가 미심쩍은 것은 어쩔 수 없다. 막연한 불신일까. 그럴 수도 있겠다. 그 막연한 불신을 그대로 두어 또 오보를 내거나 허무맹랑한 음모론을 만들어낼 일은 아니다. 여기서 불필요한 음모론이나 의심의 눈초리라면 모두 종북으로 몰아가는 무지막지함도 아니다. 그래서 이번 보도를 둘러싼 오해를 최소화하고 사실을 최대한 드러내기 위해 거쳐가야 할 몇 가지 사진 검증 포인트를 생각해봤다. 조선일보의 보도가 모두 진실이라는 전제에서 조선일보가 진실을 보도했음을 증명할 수 있는 근거들을 살펴보자.



1. 그림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 촬영 시각과 그림자의 각도를 확인한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무인기가 찍은 해당 사진은 3월 24일 오전 9시 22분에 촬영됐다. 해당 월일시의 그림자 각도는 정해져 있다. 우리의 선조는 이 간단하고 명징한 사실을 응용해 해시계를 만들었다. 그 지혜를 오늘에 되살려보자. 사진 속의 그림자 각도를 확인해서 사진이 찍힌 연월일시를 역산해 보는 것이다.

사진에 나온 그림자들 중에서 가장 뚜렷한 것은 청와대 사랑채 지붕선이 앞마당에 늘어뜨린 그림자다. 건물지붕 중간의 뾰족한 모서리가 마당에서도 잘 나타난다. 지붕모서리와 그림자 모서리를 연결한 선을 긋고 방위 기준으로 각도를 재면 된다. 카메라 세팅 시각의 오차를 관대하게 보더라도 사진 상에 나타난 그림자 각도를 통해 촬영된 시간 범위는 추출할 수 있다.



2. 그 때, 마을버스 9번은 통인동 사거리에서 좌회전을 하고 있었다


보도된선 사진에는 두 대의 시내버스가 찍혔다. 자하문터널에서 경복궁역 사거리 방향으로 진행하는 초록색 지선버스 두 대가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앞에서 사거리 직진 신호를 받기 위해 대기중이다. 여기서 하나 더. 통인동 사거리에서 누하동 오거리, 수성동 계곡 종점을 향해서 좌회전 중인 마을버스 9번도 동시에 찍혔다. 마을버스 9번의 배차간격은 출근 러시아워를 조금 지난 시점임을 감안하더라도 사진이 촬영된 시간을 오차범위 1분 이내로 좁혀 낼 수 있는 중요한 근거를 정보를 제공한다. 3월 24일 오전 9시 22분 2초 전후로 마을버스 9번이 칠성약국 정류장 도착 직전인 시간구간을 확인하고, 그 구간 내에 신교동 버스 정류장에 도착 예정인 버스가 두 대 이상인지 확인해보면 이 사진이 찍힌 시간을 확인해 볼 수 있다.



3. 월요일 아침 오전 9시 22분 경의 자하문로 통행량


사진이 찍힌 시간은 월요일 오전 9시 22분이다. 출근시간 피크를 넘기긴 했지만 자하문로 교통량은 보통의 평일 낮시간에 비해서는 많을 수 밖에 없는 시간대다. 사진을 보면 통인동 사거리에서 경복궁역 방면으로 신호대기 중인 차량이 길어야 커피공방 앞까지 대기하고 있다. 그 뒤로는 거의 차량이 보이지 않다가 신교동 사거리에서 초록색 지선버스 두 대와 함께 차량 서너대가 신호대기하고 있다(그 전에 보이는 버스 두 대는 언제나 신교동 버스정류장 앞에 상시정차중인 경찰 버스 두 대다. 제하자). 역시 그 뒤로는 차량이 몇 대 없다. 다만 그 반대편 차선으로는 사거리를 빠져나간 차량들이 비교적 많이 보이는 편이다. 여늬 월요일 아침 9시 22분 경에 자하문로 통행량과 비교해보면 된다. 이상하게도 유독 그 월요일 아침만큼은 자하문로가 신기하게도 한산했다면 서울지방경찰청에서 시내 교통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운영하는 CCTV 영상을 확보해서 자하문로에서 경복궁역 사거리에 진입하는 교통량을 비교해봐도 좋다. 종로구청에는 관내 CCTV 종합 관제센터까지 구축해서 주정차 차량의 번호판까지 낱낱이 읽고 있으니 시위 진압 출동으로 여념이 없는 서울지방경찰청이 아니라 구청의 협조를 얻어도 검증이 가능하겠다.


이렇게 몇 가지만 확인해도 불필요한 의혹이나 다툼 중 대부분은 피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럼 확인 해 볼 부분들은 두고 사진을 살펴 본 나의 견해를 추려본다.



1. 최근 보름 이내에 촬영된 사진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하나, 통인시장 동측 입구 남쪽 두 번 째 건물에 살짝 붉은 빛이 돈다. 새누리당 구의원 예비후보의 선거사무실 입주 건물 전면을 덮는 현수막이 아니면 건물 자체에서 붉은 빛이 나오기 어렵다. 그 옆옆 건물은 푸른빛이 나는데, 새정치민주연합 시의원 예비후보 선거사무실이 입주해있어 파란 현수막이 건물을 덮은 때문으로 보인다. 두 선거사무실의 입주와 현수막 설치는 모두 3월 중순 이후에 이루어졌다.


둘, 통인동 46-5번지의 폐가는 최근 철거됐다. 조선일보가 공개한 사진을 보면 해당 대지의 가옥을 철거한 후 인접 가옥의 외벽이 노랗게 드러나보인다. 3월 13일에 철거현장을 지나며 직접 찍은 사진을 찾아봤더니 그 때 노란 포장재로 임시로 덮어둔 것이 확인된다. 며칠 전에 다시 봤을 때는 회색으로 마감시공을 끝낸 후였으니 3월 23일을 전후해서 찍힌 사진일 개연성이 높다. 게다가 앞서 언급한 그림자의 각도를 어림해 보았을 때도 크게 어긋나지는 않는다. 결론은, 촬영 날짜는 다를 수 있어도 최근 보름 이내에 찍힌 것은 분명하다.



2. 피타고라스가 그랬어 - 300m 고도에서는 340미터 범위 밖에 못찍는다


인왕산 정상이 338미터, 북악산 정상은 342미터다. 구글어스로 살펴 본 청와대 본관의 지표는 70미터 쯤 된다. 조선일보의 보도에 따르면 무인기는 통일로를 따라 300m 고도를 유지하며 진입 청와대 근처에서는 고도를 낮춰서 1초 간격으로 촬영했다고 한다. 인왕산 능선을 지났는지 북악산 능선을 지났는지는 몰라도, 능선에 있는 경비 초소에서 눈높이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 각도 범위 내에서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는 항로다. 첨단이 문제가 아니라 육안으로 조차 제대로 살피지 않고 있었거나, 무인기가 그 고도로 날지 않았다고 추론할 수 있다.


보도에서 무인기는 CANON 550D 에 번들 50mm 단렌즈를 장착하고 있었다고 한다. 550D는 보급형 DSLR로 크롭바디다. 똑같은 50mm 렌즈를 사용하더라도 화각이 훨씬 좁게 찍힌다는 얘기다. 550D 의 CCD는 22.3mm x 14.9mm 이다. 화각 계산의 기준이 되는 CCD 대각선은 26.8mm. 화각은 0.5237 rad, 30도가 계산되어 나온다. 평면에서 수직으로 300m 뻗은 선의 끝에서 30도 각도가 포괄하는 최소 거리는 피타고라스 님께서 이미 기원전에 정리해주셨다. 계산해보면 350m 정도가 나온다. 연료 문제 때문에라도 수평으로 날 수 밖에 없는 무인기에서 촬영한 사진은 이 수치에서 큰 오차를 갖기 힘들다. 하지만 조선일보가 공개한 사진은 찍힌 범위는 대각선으로 1.6km를 넘는 범위를 보여주고 있다. 550D에 50mm 렌즈를 장착해서 1.6km 범위가 찍히려면 몇 m 상공에 있어야 하는지 역산해보자. 이 역시 피타고라스 님의 신세를 진다. 2.7km 정도가 나온다. 백 번 양보하더라도 조선일보가 공개한 사진은 최소한 2.5km 이상 고도의 상공에서 찍힌 것다. 더 나가보면 항공사진일 수도 있지만 위성사진일 수도 있다.


뭐가 진실일까? 조선일보의 보도에서 읽히는 배짱과 기개를 본받아 조심스럽게, 조금은 위험하게 예측을 해보자면, 조선일보는 비슷한 시기의 위성사진을 무인기가 촬영한 사진이라고 거짓말을 한 것은 아닐까. 이건 또 어떻게 확인하지?


렌즈는 저마다 고유의 왜곡을 가진다. 완전한 평면이 완전히 반듯한 가로선과 세로선으로 엮여 있는 바둑판 모양이라면, 렌즈로 찍은 사진은 그 평면이 조금은 휘어있기 마련이라는 말이다. 대충의 렌즈 종류는 물론, 렌즈 중심점이 정말 사진의 중심에 있는지도 확인 가능하다(원본 사진의 일부를 잘라서 내놓는 경우에는 렌즈의 중점이 이미지의 중앙에 위치하지 못한다). 광각은 그게 지극히 심해져서 사진 귀퉁이에 찍힌 사람의 얼굴이 크게 나오는 것이 바로 이 이유다. 조선일보가 공개한 사진의 왜곡된 평면값이 번들 50mm 렌즈의 왜곡과 일치하는 지 보면 된다. 이는 이미지 분석 전문가들의 몫으로 남겨둔다.


날이 새도록 이렇게 장문의 글을 고등학교 졸업 이후로는 한 번도 써 본 적 없는 삼각함수까지 끄적여가며 쓴 이유는 청와대가 이번 무인기 건에 대해 맞대응으로 평양침투작전을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다는 조선일보의 보도 때문이다. 국정원 문서위조도 모자라 이젠 날조를 가지고 평양까지 간다하니 간담이 서늘하다.


핵전쟁의 뇌관을 쥐고 있는 한 천재 소년을 주인공으로 한 <조슈아의 비밀>이라는 소설이 있었다. 소년은 해킹으로 진입한 미 국방부 컴퓨터에서 게임을 즐겼을 뿐이었지만, 그 게임은 사실 미국 핵무기 공격체계를 가동시키는 뇌관이었다는 내용이다. 무인기를 둘러싼 상황의 전개와 보도를 보노라니 어느새 우리가 맞게 될 미래는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것 이상의 비극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사로잡히게 된다. 누가 우리의 운명을 건 게임을 하고 있는 걸까.




[ 김한울 (노동당 종로중구당협 사무국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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