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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단편선 씨의 녹취록을 풀고 있는데 그가 속한 밴드 단편선과 선원들이 한국대중음악상 시상식에서 최우수 록 음반상을 수상했다는 소식을 접한다. 수상 소감이 멋있다.

 “오늘 제가 새벽 6시까지 재개발 때문에 쫒겨나게 된 라떼킹 농성장에 있었습니다. 5년 전에도 딱 이맘때쯤 철거농성장이었던 두리반에서 공연을 시작했고 독립음악 네트워크인 자립음악생산조합도 만들었는데… 제가 틀린 삶을 살아왔지만 또 아주 틀리지는 않았다, 그런 생각을 합니다.”

고백하자면 그의 음악을 제대로 들어본 적이 없다. 인터뷰를 하루 앞두고 하루 종일 음악을 들으며 단편선 씨가 참여한 인터뷰와 기사를 훑었다. 몇 가지 인상만으로 인터뷰 내용을 어림잡고 무작정 대화를 시작한다. 어쨌든 노동당원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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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대중음악상 시상식에서 최우수 록 음반상을 수상한 <단편선과 선원들>의 단편선

 

그래서 당 이야기를 먼저 꺼냈다. 왜 첫 번째로 단편선 당원을 인터뷰했는지 설명하면서 대화를 시작했다. 아무래도 이 기획이 사람들의 관심 좀 끌려면 잘 알려진 당원이 좋을 것 같았고, 음악인이며 활동가로 내공이 상당할 것이란 직감도 있었지만 그냥 단편선 씨에게 호감이 갔다. 두리반에서 시작된 인터뷰는 치킨집으로 옮긴 후 왁자지껄한 수다로 바뀌었다. 혼자 소주잔을 홀짝홀짝 비워가며 어떤 질문이든 던지면 즉각 반응이 돌아왔다. 재밌었다. 그 가운데 새겨들을 말도 많았다. 당직 선거 이야기부터 시작했다.

 

단편선 : 기층이 중요하다는 건 누구나 안다. 하지만 막상 기층당원을 직접 만나는 일은 귀찮고. 욕먹으면 짜증이 나고 그러다 보면 안 만나게 되고 그러다 기회를 놓치면 더 힘들어진다. 근데 당원들은 뭘 안 한다고 욕하지 한다고 욕하는 건 아니거든. 상철 씨가 되게 잘한 게 아닌가 생각. 최승현 부대표가 대표단에서 논의되는 내용을 당원게시판에 쓰는 것도, 물론 본인의 정치적 스탠스가 반영되긴 하겠지만 당 중앙에서의 논의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수 있다는 점에서 좋다. 그런 활동들이 좋아 보인다. 그전에는 없었으니까.

 

나 : 김상철 씨가 사실 1인 선거운동을 했다. 나도 선거해보니 당에는 사람 만날 공간이 없다. 무조건 온라인 선거로 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김상철 씨 꺼 반응이 좋은 거 보고 사람들이 의외로 만남에 굶주려 있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각자 하고 싶은 이야기도 있을테고.

 

단편선 : 상철 씨는 자신과 입장이 같은 사람만 만나지 않았고, 그렇다고 자기 입장 감추지 않았다. 다양하게 만나고 외부로 홍보했다는 게 중요하다. 오프라인 기반으로 콘텐츠를 만들고 온라인으로 뿌리는 과정 자체가 괜찮았다.

 

나 : 영리한 거지. 자기 내용을 숨기지도 않으면서. 생각이 같은 사람끼리만 만나면 재미가 없거든. 그니까 다른 것도 보여주고 그런데도 같이 할 수 있다는 것도 보여주고.

 

단편선 : 나는 서울시당 당원이니 서울시당 기준에서 말하자면, 이번 선거에서 김상철 씨만큼 선거운동을 성공적으로 한 사람이 없다고 생각한다. 당의 미래 같이했잖아. 근데 당의 미래 사람들도 선거운동 그렇게 안 했다. 양쪽 다 끌고 가야 하고, 비전을 어떻게 만들 건가 보여줘야 했는데 부족했다. 김상철 씨는 ‘박원순이 가진 서울에 대한 비전과는 다른 노동당의 비전이 있어야 한다.’ 말했고 적록포럼 같은 구체적 내용도 있어서 이 정도 준비가 되었다면 믿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 : 선거운동을 해야만 연락처를 받을 수 있다. 당원 연락처 받아보고 놀랐다. 이런 사람 당원이면 좋겠다 싶은 사람이 은근 많아서. 일단 통화는 실패했지만 허지웅. 일부러 안 받는 건 아니고. 몇 명은 통화 성공했다고 하더라. 허지웅 정도 되는 사람이 당비 내고 당원으로 일인분 역할 계속해주면 고마운 거라고 생각한다.

 

단편선 : 지금까지 노동당에 남아있는 당원은 이유가 있어서 남아있는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계속 당비 셔틀을 하는 거겠지. 내 입장에서 말하자면, 내가 정의당 갈 수 없잖아. 물론 녹색당은 갈 수도 있지만. 녹색당이 더 열심히 하면 갈 수도 있는데, 근데 녹색당은 사회주의적 비전은 아니고.

 

나 : 남은 당원들은 나름 확고한 당원들이 많다는 건데 결론이 뭔가?

 

단편선 : 사업을 막 해도 될 거 같다. 좀 자기 색깔을 드러내면서. 어떤 사람이나 호불호가 있겠지만 일단 뭐라도 하는 게 낫다는 생각이 더 많을 것이다. 물론 그것이 당 활동에 도움이 되느냐는 별개지만. 당 활동은 안 해서 문제지 해서 문제인 건 아니야. 일단 시작을 한다면 의외로 도와주려는 사람들 꽤 있을 거고. 근데 당원을 안 써먹는 풍조가 있어. 이해는 간다. 당원들 입장에서는 당직자들이 당원들이랑 같이 일하면 편할 거로 생각하겠지만 실제로는 자기들끼리 하는 게 편하다.

 

나 : 많이 모일수록 의견이 많아지니까. 노동당은 소위 선수가 많아. 산전수전 다 겪었는데 집이 다 무너졌어. 그래서 해볼 만큼 했는데 안 된다 이런 생각하는 당원들이 있다. 사람에 대해 지쳐 있는 기운이 많이 느껴진다.

 

단편선 : 당명 노동당으로 바뀔 때 탈당할까 말까 생각을 많이 했다. 윤현식 씨도 훌륭한 활동가지만 개인적으로 나도원 씨를 지지했던 이유가 있다. 청년, 문화, 기본소득 등등. 윤현식 씨는 당을 내부로 강화하자, 나경채 대표는 통합하자 이런 건데 두 분 다 구체적인 텐츠가 좀 비어있거든. 어찌 보면 콘텐츠가 있었던 건 나도원 씨밖에 없었다. 물론 콘텐츠를 구체화하기 위한 논리를 잘 짜고 설득해내지는 못한 것 같지만.

 

나 : 단편선 쓴 글 보니까 독자 성향인데 그냥 독자-통합이 아니라 내용 있는 독자를 하자 뭐 이렇게 읽었는데.

 

단편선 : 나는 통합에 대해 크게 반대하지 않는다. 통합해도 돼. 통합 딱히 반대는 아니야. 잘만 되면 돼. 근데 잘 될 가능성이 희박해. 정의당이 잘 할 거냐도 잘 모르겠어. 그 쪽도 못할 거 같아. 노동당도 못 하고 둘 다 못할 거 같아. 이건 개인 생각이고 내가 지지하지는 않았지만 나경채 대표는 원래부터 훌륭한 활동가 출신이시니, 잘 해내실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내가 그 전반적인 그림에 모두 동의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아무튼, 탈당할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이번에 강남서초당협 위원장, 부위원장으로 선출된) 김예찬, 찐기춘 때문에 안 했다. 예찬이하고 찐기춘은 나랑 성향이 달라. 굉장히 친하고 좋은 관계지만 정치적으로도 좀 다르고. 안 맞는 부분도 많고. 그런데 얘들이 나랑 동갑이니까 이번에 서른이 됐는데 위원장을 하고 당직을 하더라고. 아니 벌써 얘네가 당협 위원장을 해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난 스무 살 때 민주노동당 입당했으니 진보정당에 가입해 활동한 지 어느새 십년 됐는데 아무것도 한 게 없다.

 

나 : 음악 열심히 했으니까.

 

단편선 : 그렇지. 딴 활동도 열심히 했으니까. 그래도 어느새 십 년 됐으니까 나도 당에서 뭔가 일인분 역할할 때가 됐는데. 뭐라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지금은 평당원인데, 평당원이 할 수 있는 그런 걸 보여주면 된다. 평당원의 역할은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거다. 하기 싫은 거 말고 하고 싶은 걸 할 만큼. 근데 보통 하고 싶은 걸 할 만큼 하자는 생각도 안 한다. 조금씩이라도 할 수 있는 걸 하는 계기가 있으면 좋겠다.

 

나 : 티를 내는 게 되게 중요하다. 사람들이 가려운 게 뭘까 이러면서 티를 팍팍 내는 거거든. 사람들이 만나는 게 되게 간절해. 그럼 열심히 만나는 티를 내는 거지. 그럼 당원들이 반응을 잘해준다.


단편선 : 그렇지. 김상철 씨도 밥 먹으면서 한 대화보다 대화에 덧붙여서 자기 얘기를 더 많이 풀어낸 거잖아. 어찌 보면 선거 운동 기간 동안 그것만 했다.

 

나 : 거친 요약이지만, 내용상으로 이렇게 표현해도 될지 모르겠으나 어쨌든 노동당이 신좌파의 길을 강화해야 한다는 정도로 정리해도 되나?

 

단편선 : 신좌파가 뭔지 모르겠고 그 워딩을 좋아하지도 않는다. 그냥 당으로서의 기본에 충실했으면 좋겠다. 좌파정당이면 좌파정당으로서의 문화정책도 있어야 하고, 청년정책도 있어야 하고, 전체적인 구상과 틀이라는 게 존재해야한다. 그런데 당의 전반적인 그림이 뭔지 잘 모르겠다. 물론 찾아보면 있겠지. 옛날에 정책 만들던 사람들이 잘 정리해놓았지. 그런데 실제로는 체감이 안 돼. 노동당의 입장이란 것이 일상적으로 외화되지 않고 있고, 그래서 당원인데도 체감이 안 된다고 본다. 대신 드러나는 건 대부분 연대활동이다. 물론 연대활동 많이 하는 건 좋은 건데 당직자들이 그 활동에 전념해야 하는지는 의문이다. 연대활동 필요하고 진보정당으로서 의심할 수 없이 필요한 활동이지만 자기만의 정치가 필요하다. 당이 해야 할 일들, 입장, 정책, 프로그램이 있어야지. 세미나를 하든, 강연을 하든 외화되는 우리의 입장이 없다. 연대활동 말고는. 그게 맞지 않다는 것이고 좌파정당으로서 당연히 문화, 청년 등등에 대한 관점 필요하다. 개인적으로는 기본소득 지지자지만, 그것이 굳이 당론이 되진 않아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큰 그림을 그려보는 게 중요하다는 뜻이다.

 

나 : 작게라도 당원으로서 당에서 요런 걸 해보고 싶다는 거 있나? 그냥 편하게 이런 거 하면 나도 같이하겠다는 이런 거.

 

단편선 : 기본적으로 나는 음악가지만, 또한 기획자기도 하다. 그래서 내가 필요한 때와 공간이 있으면 같이 하고. 당원교육 프로그램 같은 것도 참여해보고 싶다. 나는 교육이 광범위하게 필요하다고 생각해. 당원-되기 같은 게 되게 좋은 행사인데, 당원 중에는 다양한 포지션이 존재하지 않나? 기본소득의 입장도 있고, 사회보험에 대한 이슈도 있고, 음악가인 입장에선 저작권 같은 이슈도 관심이 많다. 개인적으론 같은 당원끼리도 입장이 다를 것으로 생각하는데, 이를테면 뮤지션 유니온의 대표인 정문식 당원과도 (딱히 확인해본 적은 없지만) 같은 입장이 아닐 수도 있다. 뮤지션 유니온은 특히 삼성의 새로운 음원서비스 ‘밀크’ 등에 맞서 저작권자의 권리를 강화하는 운동을 최근 강력하게 전개하고 있는데, 나 또한 뮤지션 유니온의 활동에 동의하고 한국에서 저작권자의 권리가 현재보다 존중받아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저작권을 ‘사유재산’과 비슷한 형식에서 강화하는 것보다 어떻게 ‘공공적’으로 활용될 수 있게 만들 수 있겠느냐는 쪽에 조금 더 무게를 두고 생각하고 있다. 독일 해적당의 활동에 관심이 많은데, 그쪽에 조금 더 가까운 포지션일 수도 있다.

 

나 : 좀 더 급진적인 자유주의에 가까운??

 

단편선 : 뭐 좌파라고 해도 사안마다 입장이 다를 수 있잖아. 그리고 어차피 나는 일개 평당원이니까, 내가 좌파인지 급진 자유주의자인지 빡빡하게 나누고 고민하면서 활동하고 싶지는 않다. 나는 그냥 하고 싶은 일을 하고 또 해야 할 일을 하고 싶을 뿐이다. 저작권과 긴밀하게 연관되는 것이 또 IT 쪽인데, 그쪽 관련해서도 분명 도와줄 수 있는 전문가가 당 안에, 혹은 당 바깥에 존재할 것으로 생각한다. 여성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 입장이 있겠고. 이런 여러 부문에 대해 전방위적인 교육이 있으면 좋겠다. 워크샵 형태로 날 잡아 할 수도 있고. 가령 나는 자립음악생산조합 운영위원인데 지난번에는 하루에 세, 네 명 정도가 각기 다른, 하지만 음악과 관련된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하는 워크샵을 해보았는데 반응이 좋았다. 누군가는 저작권에 대해, 누군가는 인디음악의 작업 프로세스에 관해, 누군가는 인디레이블의 대표로서의 삶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다층적인 이야기가 섞여들어 가면 당원들도 자연히 고민이 깊어질 거고, 한편으론 당의 입장이란 것도 아래로부터 만들어질 수 있다 생각한다.

 

나 : 앞에 생각은 내 구상과 비슷한데 당의 미래에서 했던 이야기 중에 젤 많이 했던 이야기다. 뭐든지 다 일자리 개념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정책을 강화하자 그러면 정책국에 몇 명이 있어야 한다는 식이다. 민노당 영향도 있을 것이고. 리즈시절이었으니까. 현재로써는 우리 재정구조에서 늘 쳇바퀴 도는 논의일 수밖에 없다. 지금 정책국에 둘이다. 논평이나 토론회 같은 기본 활동하다 보면 일 년이 간다. 당원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그러면 연수원 만들자 이러는데 당장 어렵다. 대부분 특정한 공간이 있어야 하고 그 공간에 상근하는 일자리 개념으로 이해한다.

 

단편선 : 당이 재정이 없기 때문에 재정 확충 노력은 중요하지만 상호호혜적으로 풀어야 할 내용도 많다. 어차피 돈이 없어서 주려고 해도 못 주는 거 누구나 이해하고 있다. 물론 일자리가 있는 건 되게 중요한 거지만.

 

나 : 안정성 면에서도 그렇고 분명 돈이 인력을 빨아들이는 측면도 있는 거고. 좋은 사람들이 돈 없어서 당에서 일 못 하는 게 아쉽긴 하다. 현재로써는 당원 네트워크 강화해서 직업으로 당직을 하지 않더라도 정책을 강화할 수 있는 구조 만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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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떼킹, 용역으로부터 컨테이너 박스를 지키고 있는 사람들 가운데 단편선 씨가 보인다. 출처 : 박김형준



대화를 나눌수록 서로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 때쯤, 좀 화제를 가볍게 돌려보려고 대표 후보였던 3인에 대한 인상을 물었다. 단편선 씨는 나도원 지지 선언을 했다. 그는 입장이 분명하고 그것을 표현하는데 주저함이 없어 보였다.

 

나 : 나도원 지지글 당게에 쓴 거 봤다. 검색해보니 글을 별로 안 쓰지만 일단 글은 잘 쓰던데.

 

단편선 : 쪽팔리지 않으려고. 당에는 똑똑한 사람들이 많아서 허점을 안 보이려고. 허점이 있어도 되는데 욕을 안 먹으려고 쓰다 보니 잘 쓴 것처럼 보인다. 그니까 이상하게 쓰지만 않으면 되는데.

 

일동 : 까칠한 사람들이 많긴 하죠.

 

나 : 대표 후보였던 사람들 개인평을 해보면?

 

단편선 : 일단 내가 나도원을 지지한 이유는 말했듯 콘텐츠 때문이다. 솔직히 대표가 되었다 해도 실무를 잘 하셨을지는 모르겠다. 그런데 나는 대표 실무 하는 사람이라고 보지 않는다. 입장이 분명하고 어느 정도는 뻥도 잘 쳐야한다. 나경채 대표는 그런 것도 잘 하실 것 같지만 내가 지지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었고 윤현식 씨는 그런 걸 잘 못할 것 같았다.

 

나 : 결선에서 나도원 씨가 진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나?

 

단편선 : 나도원 씨나 나경채 씨나 일단 조직표를 받고 시작했다. 조직표에 추가로 확장되는 표가 있어야 했는데 굳이 따지자면 나도원 씨가 더 없었던 거다. 확장성이 없는 것에는 여러 측면에 있겠지만 사실 근본적으론 역사의 맥락에서 풀어야 할 난제다. 지난 대선이 2012년이니 햇수로는 벌써 3년 전인데 당시 김순자 씨가 탈당하고 대선 후보로 나갔고, 또 지금 나도원 씨를 지지하는 당원 중 적지 않은 수가 그때 김순자 씨 선거운동을 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이 문제가 아직도 전혀 안 풀렸다. 선거 끝난 뒤 아무도 얘기하지 않고 있고, 아무도 이야기하지 않으니까 공통의 합의된 평가 같은 것도 존재할 수 없고, 그러니까 완전한 불신과 분열 같은 게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진보정당 운동을 오래 해왔던 활동가들 사이에서는. 완전 볼드모트다. 뒤에서 서로 계속 욕만 한다. 나는 어느 쪽이건 서로 미안한 부분을 인정하고 잘못한 부분을 인정해야지 풀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어차피 나는 당사자가 아니니 내가 해결할 수 있는 일도 아니다. (한숨)

 

나 : 지난 선거 1차에서 금민 씨 표가 나도원 씨한테 거의 비슷하게 나왔다. 많이 늘지 않았다는 얘기다. 정치를 하는 건 옳고 그름의 문제도 있지만, 누구나 표 분석을 했을 때 사람들이 자신을 우호적으로 볼 것인가 고려해야 하는데 왜 정치적으로 안 풀어내는지 이해가 안 간다. 사회당과 통합 찬성했던 사람으로서 좌파 대통령 두 명 된 것도 당이 후보 못 낸 것도 아쉽지만 가장 가슴 아픈 건 그나마 진보신당 총선 후보로 유일하게 화제가 됐었던 김순자 씨가 정치인으로서 성장이 막힌 것. 그게 너무 가슴이 아프고. 비슷한 맥락에서 김종철 씨가 통합 입장에 섰지만 그 사람이 우리 당원들한테 욕먹는 것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도 있다. 외부에서 보면 어쨌거나 우리 당 선수인데 비판을 하더라도 섬세하게 하면 좋겠다 그런 생각.

 

단편선 : 아직도 그렇게 욕을 많이 하나?

 

나 : 주로 페북에서. 토론문화가 좀 거칠다.

 

단편선 : 나는 배신이라는 말을 믿지 않는다. 그냥 그건 서로의 정치적 입장이 다른 거지. 나는 지금 어느 쪽 입장이 옳다 그르다 생각 안 한다. 다 자기 나름대로 활동에 근거해서 이유가 있는 거거든. 도덕적으로 욕할 건 아니고. 독자든 통합이든 자기가 생각하는 전망에 따라 하는 거니까.

 

단편선 : 내부적으로 갈등하고 모순 느끼는 주체들이 있다. 당은 “나는 할 일을 한다.” 태도로서 이런 부분이 있어야 한다. 당원들이 나는 이 활동 왜 하는 걸까, 계속할 수 있을까 이런 고민하는데 그런 걸 빨리 끝낼 수 있게 당이 도와야 하지 않나? 통합독자 논쟁도 되게 싫어했었는데 이거는 머리가 엄청나게 복잡하다. 통합독자 논쟁하는 건 정치적 활동인데 이걸 한다고 뭐가 되는 건 아니다. 중요한 건 이걸 한 뒤에 그래서 뭘 하자는 거잖아. 이를테면 돈을 많이 버는 건 그걸 쓰려고 하는 건데. 뭘 하면 행복하겠다가 아니라 지금 어떻게 행복할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도 내가 얘기를 하는지 잘 모르겠는데, 근데 뉘앙스는 오지 않나? 여하간 당을 떠나 나 자신으로서는 고민 없는 사람이 되는 것이 목표다. 고민 없다는 게 자기 입장이나 어디로 가야 되는지에 대해서 자기는 자기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이미 잘 알고 있어서 자신에게 질문할 필요가 없다는 의미. 그냥 행하기만 하면 되는 상태. 정신건강이 좋은 사람이다. 

역시 뼈아픈 이야기들은 마음을 무겁게 한다. 그래도 풀어내지 않을 수는 없는 노릇. 평가란 끊임없이 과거를 재생시켜 현재 구도에 영향을 미친다. 잘 풀어내지 못하면 구도는 엉망진창이 된다. 과거에 발목 잡혀 좀처럼 앞으로 나아가질 못한다. 물론 노동당이 가진 장점도 많지만, 과거에 대한 평가가 유통되고 승인되는 방식을 보면 우리의 정치는 아직 조금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마음속에 있는 이야기들이 나오기 시작하자 이야기는 한도 끝도 없이 뻗어 나갔다. 다만 마지막 이야기가 핵심을 담고 있다. 고민이 없는 상태. 정말 고민이 없어서가 아니라 내가, 우리가 누구인지 무엇을 하고자 하는지 명징한 상태에서 노동당은 좀 더 단호하게 미래로 나아갈 수 있다. 현재진행형인 혼돈은 분명한 미래를 향한 디딤돌이 되어야 한다. 늘 반복되는 혼돈은 자신감을 떨어뜨리고 자존감을 약화시킨다. 정신건강이 좋은 노동당. 하지만 그것은 의지만으로 되는 일은 아니다. 구체적인 토대가 필요하다. 그래서 우리는 계속 더 좋은 방식을 찾기 위해 대화를 나눈다. 일단 1차는 이렇게 끝냈다. 


(2편에서는 단편선과 음악에 대한 이야기가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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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동혁(서울 4권역 전국위원)


전국위원이 되고 회의참석 말고 무엇을 할까 고민하다가 선거 때 이야기했던 것들 하나씩 해보기로 했습니다. 일단 4권역(마포, 서대문, 은평, 종로중구)의 당원들을 만나보려 합니다. 다양한 그들의 목소리를 전할 생각입니다. 앞으로 꾸준히 연재할 계획입니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 앞으로 계속되는 만남,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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