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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이 인터뷰가 3편까지 갈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이미 중요한 이야기는 다 했으니 여기서부터는 덤이다. 당과 음악 이야기를 끝내고 자유롭게 이야기를 이어갔다. 밤이 깊었지만 마지막으로 준비한 게 하나 남아 있었다. 팟캐스트 빨간책방에서 빌려 온 컨셉인데 피상적으로 파악한 사실을 바탕으로 짧게 질문을 던지면 답은 예, 아니오로만 할 수 있다. 파편적인 응답형식이지만 상당히 많은 대화를 이끌어낼 수 있고 잘 하면 재미도 있다. 질문 자체에 흥미유발 요소가 있어야 하는데 처음이라 100% 만족스럽지는 않았다. 그래도 상관없을 것 같았다. 단편선이라는 인물 자체가 내 부족함을 채워주니까.

 

나 : 재미로 해보려고 질문을 뽑아 왔다. 예 아니오로만 대답해달라. 무리한 도식화가 있더라도 51 : 49라면 51쪽으로 대답을 해달라.

 

질문 1 : 소설보다 시를 좋아한다.

 

질문 2 : 생명의 신비에 국한해 말하자면 탄생보다는 죽음에 관심이 많다

 

질문 3 : 동물로 치자면 사자보다는 사슴에 가깝다.

아니오

 

질문 4 :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어도 불안감이 없다.

 

질문 5 : 욕망에 가득차고 번잡한 도시가 좋다.

 

질문 6 : 무대공포증이 있다.

예. (대답하기 애매한 질문인데 어쨌든 모든 사람이 다 있다고 봐야 한다.)

 

질문 7 : 소속감 있는 것보단 없는 편이 편하다.

아니오

 

질문 8 : 밥은 배고플 때 먹으면 되는 거다.

 

질문 9 : 다시 태어나면 여자로 태어나고 싶다.

 

질문 10 : 카리스마가 있다.

아니오

 

질문 11 : 음악은 순간적 영감보다는 지속적 고뇌의 결과물이다.

 

단편선 : 승률이 좋은 편이네.

 

나 : 음악 듣고 인터뷰 기사 보면서 생각해본 질문이다. 가사에 서사가 없고 죄다 시 같다. 소설보다는 시를 좋아할 거라고 생각했다.

 

단편선 : 시밖에 안 읽는다. 누가 봐도 내 가사엔 서사가 없다.

 

나 :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보자. 죽음에 관심이 많다고 했다.

 

단편선 : 인간은 성장한 다음 어느 단계에 도달한 뒤에 쇠락하고 쇠퇴하기 시작하다가 땅으로 돌아가 분자 단위로 쪼개지고 유기물이 된다. 내가 지금 서른 밖에 안 되고 여전히 성장 중이기 때문에 인간이 쇠퇴하는 과정은 경험해보지 못했고 그래서 더 흥미가 있다. 우리 할머니는 끊임없이 쇠퇴하고 있다. 반면 아버지는 쉰여섯인데도 나름 성장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나 : 대단한 아버지네.

 

단편선 : 나랑 라떼킹 토론도 하고 그런다. 아버지 말에 다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생각이 나와 다른 면도 많다. 그럼에도 끊임없이 토론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로 아버지가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반면 할머니처럼 끊임없이 쇠퇴를 반복하는 삶은 어떤 느낌인지 너무 궁금하다. 상상이 잘 되지 않는다.

 

나 : 스스로 성장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거 같다.

 

단편선 : 나이가 서른밖에 안 되지 않나?

 

나 : 나이와 관계없이 당신은 성장하고 있느냐고 물어보면 바로 긍정적인 답을 하는 사람이 많지는 않을 거 같다. 기본적으로 자존감이 높은 캐릭터라서 그런 거라고 생각한다. 다음 질문으로 가보자. 노래를 들으면서 의외로 여린 사람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래서 사슴에 비유해 본 것이다. 앨범 제목이 <동물>인데 사진을 보면 스모키 화장도 하고 거친 느낌을 주려 했지만 외려 그것이 고독한 느낌을 준다.

 

단편선 : 대부분의 인간이 여리다고 생각한다. 다만 나름대로 트레이닝을 열심히 했다. 사자가 되려고 트레이닝 한 건 아니지만 라이프스타일은 사자에 가깝다. 누구를 공격하고 싶다는 게 아니라 기본 게으르고 욕망에 충실하다는 점에서 사자에 가깝다는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다 여린 구석이 있는 거 아닌가?

 

나 : 문제는 자신의 여린 구석을 잘 모르고 스스로 방법을 찾지 못하는 경우다.

 

단편선 : 트레이닝을 해야 한다. 활동가가 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생각했다. 2012년 기본소득 청소년 네트워크를 했는데 남들이 50을 했을 때도 힘들어 하는데 나는 80을 해도 힘에 부치지 않도록 역량을 쌓자고 생각했다. 운동을 하려면 기본적으로 쉽게 흔들리면 안 된다고 생각하고 기초체력도 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활동가에게 강인함이나 자기계발을 요구하는 게 무조건옳은 방향은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더 좋은 답이 없었다. 활동가에게는 지력, 체력, 인내력 등 많은 것이 요구된다. 내 능력을 나만을 위해 쓰지 않는다는 전제가 깔려 있지만 가끔은 자본주의에서 강요하는 자기계발과 비슷한 맥락이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나 : 나는 기준치가 높지는 않지만 기본이 지켜지지 않으면 잘 참지 못하는 편이다. 가령 약속을 안 지킨다든지, 글 마감을 안 지킨다든지. 내 성격이 그런 편이다.

 

단편선 : 약속이 안 지켜지는 상황이 오면 ‘아 저 사람은 약속을 빡세게 하면 지킬 수 없구나.’ 하고 여유롭게 생각하는 편이다. 오히려 상대의 특징에 맞춰 서로 활용하고 공생할 수 있는지 고민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이전에는 안 그랬는데 요즘은 그런 쪽으로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약속에 관대한 편이라서 상대에게 강하게 요구하지 않는다. 내 자신에게도 약점은 있고 너무 빠듯하게 사는 편이 아니라 그런 것 같다.

 

나 : 2002년에 병역거부를 했는데 당시로서는 병역거부에 운동에 대한 매뉴얼이 없었다. 사람들이 두렵기도 하고 여론이 엄청 안 좋기도 하고 여기저기서 다구리 당하고 (지금도 그렇지) 그랬다. 원래 학생운동을 할 때는 소수자 감성 이 없는 캐릭터였다. 남자답고 싶어 했고 든든한 형 노릇하는 활동가가 되고 싶었다. 그런데 병역거부를 하고 확 바뀌었다. 동시에 활동에 대한 자세를 평가하는 기준도 많이 바뀌었다.

 

단편선 : 나도 비슷한 경험이 있다. 자립음악생산조합 하면서 태도가 끊임없이 바뀌고 있다. 음악을 할수록 바뀌기도 한다. 다른 감성을 계속 체득한다는 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나 : 2003년에 현역이등병인데 부대 복귀를 거부하고 파병반대를 이유로 농성에 들어간 경우가 있었다. 완전에 새로운 경험이었고 68혁명 관련 책에서나 본 것 같은 장면들이었다. 강정이나 두리반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도 있었다. 한 편으로는 새로웠고 한 편으로는 혼란스러웠다. 여러 가지 경향이 혼재해 있었고 문화적으로도 충격이었다.

 

단편선 : 앞서 그런 경험이 축적되지 않았다면 두리반도 없었을 것이다. 그 때부터 평택 대추리 투쟁을 경유하면서 알게 된 경험들이도움이 됐다.

 

나 : 한국에서는 저항방식 전반이 그렇듯이 농성장 역시도 도덕성이 기본으로 깔려 있다. 일찍 일어나서 청소하고 시민들에게 유인물 돌리고 뭔가 숙연한 분위기도 있다. 그런데 당시 농성장은 그렇지 않았다. 자율성과 혼란이 뒤범벅된 느낌이랄까? 내내 즐겁다가도 가끔 이상한 방식으로 발현될 때마다 불편한 느낌도 한 편에 있었다. 가령 지인이 약속시간에 늦었을 때 ‘왜 늦었느냐’고 질문하자 ‘뭘 20분 늦은 거 가지고 그러냐? 너무 틀에 박힌 거 아니냐?’는 답이 돌아왔다. 지금 생각하면 다 지나가는 통과의례였다는 생각이 드는데 당시에는 그런 변화를 어떻게 소화해야 하는지 조금 혼란스러웠던 것 같다.

 

단편선 : 어떤 느낌인지 알 거 같다. 인지를 할 수 있으려면 발판이 있어야 하는데 처음엔 시행착오를 겪을 수밖에 없다.

 

나 : 아무 것도 하지 않아도 불안감을 느끼지 않는다고 대답했는데 나 같은 경우에도 비슷한 생각을 한다. 어차피 한 번 살다가는 인생 불안에 쫓기다 가느니 현재의 욕망에 충실하자고. 하지만 막상 규칙적으로 살지 않으면 불안해진다. 직장 생활을 오래 하면서 자연스럽게 그렇지 않은 삶을 생각하는 게 힘들어졌다. 그런 면에서 단편선 씨는 조금 다를 것 같았다

 

단편선 : 기본적으론 시간 개념은 자기와의 싸움인 것 같다. 가령 잠자리에서 일어날 때마다 더 자고 싶은 욕망과 일어나야 한다는 욕망이 내 안에서 충돌한다. 보통은 더 자게 되지만 말이다. 기본적으로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기 때문에 결과에 대해 자신이 책임지면 된다는 생각이다. 남을 탓할 게 없으니 불안할 게 없다.

 

나 : 절대적인 판단 기준이 자신의 욕망이라는 것인데 그게 부럽기도 하지만 사회생활 하면 기본적으로 남이 나를 어떻게 볼까 의식을 많이 할 수밖에 없다. 일정 부분 사회적 룰에 많이 적응 되어 있기도 하고. 자기욕망이 모든 것의 판단기준이라는 것은 부럽기도 하지만 현실의 한계 역시 인정할 수밖에 없다.

 

단편선 : 부러워할만한 것은 맞다. 내 삶은 누구나 부러워할만하다.(하하하) 그런데 그게 가능한 이유는 아버지가 전문직이라 내가 벌어서 부양하지 않아도 된다는 물적 조건 때문에 가능하다는 걸 분명히 말하고 싶다. 나도 돈을 벌어야 하니 삶을 유지하려면 지켜야 할 룰이 있다. 억압으로 받아들일 것이냐 자발적 동의로 받아들일 것이냐의 문제가 남는데 나 같은 경우는 꽤 많은 경우 동의하고 받아들인다. 그것도 어쩔 수 없이 내가 가진 조건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인정할 부분이 있다. 어느 정도 일해야 내 생활이 가능한지 스스로 잘 알고 있고 최소한의 삶을 유지하기 위해서 기왕이면 마음 가볍게 받아들이자 이런 생각이 있다. 자본주의 착취에 대해서 불만은 많지만 자발적으로 선택한 것에 대해선는 불만이 별로 없다. 내 삶 전체 중에서 착취당하는 부분이 많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리고 약간의 착취는 당장 바꿀 수 없는 조건이기 때문에 인정하고 책임질 수 있다.

 

나 : 나름 생활의 철학이 확고한 것 같다. 다음 질문으로 가보자. 욕망에 가득찬 번잡한 도시가 좋다고 했는데 앨범으로만 추측했을 때는 히피 이미지도 있고, 시골에서 나고 자랐을 것 같다는 이미지도 있다. 가사가 은근히 고향의 향수를 자극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그래서 서울에서 태어나 자랐다는 것도 의외였다. 두리반과 라떼킹에도 열심히 연대하고 있듯이 재개발 문제에 예민한 사람이어서 도시에 염증을 느낄 줄 알았다.

 

단편선 : 서울을 엄청 사랑한다. 시끄럽고 음침한 도시가 좋다. 여자도 많고 남자도 많고 아무튼 사람이 많고 관계도 복잡하다. 이래 저래 에너지를 많이 써야 하는 도시다.

 

나 : 욕망이 과포화된 도시 같다. 항상 위태위태한 느낌이다. 그런 곳에 살면 사람도 불안하고 부서지기 쉽고 그렇게 되지 않나?

 

단편선 : 나는 안 그렇다. 부서진다고 생각해본 적도 없다. 물론 지방 소도시 가서도 잘 살 수 있을 것 같다. 부양으로부터 자유롭기 때문에 돈을 많이 안 벌어도 된다는 전제가 있으니까. 그냥 선택이 아니라 우연히 그런 조건이 주어졌다. 이왕 축복 받았으니 그에 걸맞게 사는 게 나름의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활동하기에도 좋은 조건이다.

 

나 : 혹시 비혼주의자냐?

 

단편선 : 아니다. 하면하고 아니면 말고.

 

나 : 결혼하게 되면 물적 조건이 바뀔 수 있지 않나?

 

단편선 : 그럼 자기가 감수하는 거지.

 

나 : 애 키우고 싶은 생각은?

 

단편선 : 애를 키우고 싶은 욕망은 별로 없다. 말귀 못 알아듣는 걸 싫어해서 그런 것 같다. 그런데 가끔 맛있게 만들어서 잘 먹여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긴 한다. 결혼이나 육아나 어떤 부분은 좋고 어떤 건 나쁘고 이런 문제다. 섹스는 결혼하고는 상관없으니까 너무 계산 안하는 게 편하다. 같이 살자 그러면 살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문제 말고도 신경쓸 게 많지 않나? 음악 열심히 하고 맛있는 거 나눠먹고 데모도 하고 그런 일에 신경쓰며 살고 싶다. 싫은 건 싫다, 좋은 건 좋다, 이쁘면 이쁘다 이러면서 살면 된다. 그런데 못생겼는데 못생겼다고 얘기하는 건 안 된다. 그냥 그렇게 살면 된다.

 

나 : 남자 페미니스트가 되려고 할 때가 있었다. 지금은 그 질문을 안 해도 될 정도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생물학적으로는 남자라서 의식을 안 하다가도 가끔 하게 될 때가 있다. 내 언어가 의도와 다르게 받아들여질 때가 있다. 가령 방금 예쁘다는 표현을 듣고 떠오른건데 그 표현이 불쾌하다는 문제제기를 받은 적 있다.

 

단편선 : 아.. 난 예쁘단 표현 남자, 여자 구분 없이 쓴다. 그냥 예쁘면 좋다. 물론 우리를 포함해 대다수는 그냥 다 평범한 사람이다.

 

나 : 편선 씨가 예쁘다면 진짜 예쁜 거구나. 

 

단편선 : 그냥 30프로 말고 나머지 70프로는 아주 평등해서 똑같이 하향평준화 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그 위부터 순위가 치열하지 그 밑은 의미 없다. 외모를 따져봐야 무의미하다. 서로 비교할 게 없으니 그냥 다 좋다.

 

 

나 : 세상을 바꾸려는 사람에게는 언제나 새로운 언어가 절실하다. 한편으로는 제일 어려운 게 언어문제이기도 하다. 평화운동의 영향이기도 하지만 경험적으로 고운 말을 쓰는 습관이 들었다. 비속어도 거의 쓰지 않게 되었다. 언어란 관계와 맥락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진다고 생각하지만 불가피하게 폭력성(위계 포함)을 규정해야만 하는 경우들이 생긴다.

 

단편선 : 나는 버스를 탈 때도 잘 생기고 예쁜 사람 많아서 행복하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꽃밭 같은 느낌이랄까? 인간, 자연, 기계가 한데 어우러져 조화를 이룬 느낌이다. 오늘도 평화로운 여름이구나 이런 느낌 가질 때가 행복하다. 아 오늘도 나쁘지 않은 하루구나 이런 느낌이다.

 

나 : 생활비 충당은 어떻게 하나?

 

단편선 : 공연비, 음반판매, 글 쓰고 강연하고, 세션 뛰기도 하고.

 

나 : 음원으로는 돈 많이 못 벌지 않나?

 

단편선 : 심각한 편이다. 특히 스트리밍이 장난 아니다. 한 번 돌리면 떨어지는 돈이 2~3원이다. 우리는 직거래라 음원(mp3) 다운 받으면 600원 중에 270-280원 정도 돌아온다. 중간에 기획사 안 끼고 직접 하니까 그런 거지. 일반적으로는 시디(음반) 파는 거랑 차이가 아주 많이 난다. 시디가 평균 단가 1500원에서 2000원 정도니까 보통 수익이 80%가까이 나온다. 물론 녹음, 사진촬영, 마스터링 등등 여러 요소를 감안하면 수익은 더 떨어진다. 이래저래 계산해보면 장당 원가가 7천 원 정도 나올 것 같다.

 

나 : 인디음반이 천장 팔리면 대박이라는데 천장 가능할 거라고 보나?

 

단편선 : 이미 천 장 팔고 재판 찍었다. 재판도 천장 찍었다.

 

나 : 반응이 상당한데

 

단편선 : 할 수 있다, 하면 된다는 정신으로 차라리 스트리밍 다 푸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안 푸는 의미가 없기 때문에 울며겨자먹기로 다 푸는 거다. 어차피 애정이 상당한 사람만 시디를 산다. 헤비유저는 음악이 좋아서 사는 것만은 아니다. 지지 후원의 의미가 담겨 있다. 커버 아트도 있고, 사진도 있고 시디 사면서 음악과 뮤지션을 소유하고 싶다는 욕망을 충족하는 것이다. 음원만 다운로드 받는 경우와 다르게 음악가의 이야기를 사는 것이다. 이 번 앨범 <동물>의 경우 음원을 다 사면 6000원 정도 하고 음반 사면 14000~15000원 할텐데 더 완성도 높은 작품을 구입하고 싶고 기꺼이 부담할 마음이 있는 사람이 사는 것이다. 스트리밍 풀고 마는 건 수익에서 전혀 의미가 없다.

 

나 : 이런 이야기를 하다 보면 저작권 강화하고 싶은 게 음악 하는 사람 마음 아닌가?

 

단편선 : 그게 불가능하다. 토렌트를 막을 수 있나? 아니 그것도 막는다 치자. 원천적으로 복사를 막을 수 있는 수단이 없다. 어차피 안 된다. 데이터 복제 막는다는 게 기술적으로 성립할 수 없기 때문에 그럴 바에는 그냥 그게 없으면 뭘 해먹고 살 수 있는지 생각해보자는 편이다. 시장을 보고 판단했을 때 공연을 많이 한다. 음반, 음원으론 돈이 안 되니 공연으로 번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나 : 대형기획사에 소속된 가수들도 방송으로는 돈을 못 버는 거 같다. 공연 뛰어 버는 돈이 상당하다고 하던데. 인디 밴드의 경우에는 공연으로 수익 내기 어렵지 않나?

 

단편선 : 그게 불가능한 건 아니다. 많이 받는 공연도 있다. 물론 수적으로 많은 돈을 받는 밴드가 굉장히 적긴 하다. 근본적으로는 사회구조의 문제다. 기본소득을 주던가 예술쪽으로 사회적 일자리 많이 만들던가 해야 한다. 어쨌든 일을 해서 최소한 생활은 가능하게 해야 한다. 지금은 상식에도 턱없이 못 미치는 수준이다.

 

나 : 내가 알기로 허클베리핀은 자체적으로 빠도 운영하고 협동조합 형태를 도입하는 등 새로운 시도도 많이 했는데 결국 빠는 문을 닫았고 협동조합도 중단된 것으로 안다. 허클베리핀은 나름 인디에서 성공도 하고 평도 엄청 좋았다. 그런데도 지속가능한 재정구조를 만들지 못했다. 그래서 인디 밴드에게 그게 근본적으로 가능한가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던 거 같다.

 

단편선 : 이런 이야기를 공론화 시킬 수 있는 테이블이 있으면 좋겠다.

 

길고 길었던 이야기는 이렇게 끝이 났다. 노동당과 음악을 거쳐 온갖 수다를 떨다가 마무리는 다시 음악으로 돌아왔다. 단편선은 음악가다. 한 편으로는 활동가이기도 하다. 그에게 음악을 통한 활동, 활동을 통한 음악이란 원래부터 한 몸 인양 분리할 수 없는 관계처럼 보였다. 그가 활동이든 음악이든 승승장구하며 롱런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니 누가 누구를 걱정하고 있나 싶다. 그는 행복에 겨워하고 있고 음반을 천장도 더 팔았다. 하루하루 살기가 퍽퍽한 건 내 자신이 아닌가. 그는 여전히 성장 중이라고 했다. 여전히 성장 중인 그가 내놓을 음악도 궁금했지만 무엇보다 그가 나와 같은 노동당원이란 사실에 흐뭇했다. 오지 않는 미래를 바라보며 뛰어가는 삶일지도 모르지만 함께하는 사람들이 있기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라는 말에서 잠시 혼란이 비켜갔다. 어쨌든 우리는 온 몸으로 서로에게 메시지를 보내며 자신과 세계를 설명하고 있지 않은가. 당에서 그가 놀 자리가 많아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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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동혁(서울 4권역 전국위원)

전국위원이 되고 회의참석 말고 무엇을 할까 고민하다가 선거 때 이야기했던 것들 하나씩 해보기로 했습니다. 일단 4권역(마포, 서대문, 은평, 종로중구)의 당원들을 만나보려 합니다. 다양한 그들의 목소리를 전할 생각입니다. 앞으로 꾸준히 연재할 계획입니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 앞으로 계속되는 만남,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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