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 | 사회주의 출판 | 책세상 저자 | 장석준 (노동당 부대표) 초판 | 2013년 11월 30일 |
책세상 출판사의 개념사 시리즈 중 28번째로서 사회주의의 개념과 역사를 다룬 책이다. 10명의 사회주의자가 있다면 10가지의 사회주의가 있다. 사회주의는 특정한 체제나 기획일 수도 있고 철학일 수도 있으며 단지 정신일 수도 있다. 그만큼 사회주의라는 이름은 다양한 내용과 흐름들을 포괄한다. 사회주의의 정의부터가 각자 다르다.
이 책에서 다루는 사회주의는 아나키즘부터 사회민주주의에 이르기까지 사회주의라 자칭(또는 타칭)하는 모든 흐름들을 포괄한다. 사회주의라는 이름의 상표권을 등록한 바 없고, 그 이름을 누구도 독점할 수 없기 때문에 타당한 분류일 것이다.
책은 모두 4개의 장으로 구성되었다.
1장은 19세기 사회주의를 다룬다. 모든 입문서가 그렇듯이 족보부터 시작한다. 기독교, 불교, 플라톤 등 고대 종교와 철학에 담긴 평등 지향적 흐름을 사회주의적 정신의 역사적 뿌리로 삼는다.
대중운동과 결합하는, ‘사회주의’라 이름 붙일 수 있는 이념/운동의 원점은 프랑스 혁명 당시의 평등파 운동에서 찾는다. 이어서 초기 사회주의 흐름들과 그 종합체로서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사상을 다룬다.
사회주의의 원점이 유럽에서의 근대의 시작과 같았듯이, 저자는 19세기 사회주의를 ‘다른’ 근대를 꿈꾸는 것으로 규정한다. 1장의 제목이기도 하다.
2장은 20세기 사회주의를 다룬다. 우리가 가장 많이 접해본 소재일 것이다. 20세기에 세계를 뒤 흔들다가 사라진 국가사회주의를 다루고, 또 다른 흐름인 사회민주주의를 다룬다. 서로 다른 그 둘의 공통점으로 자본주의의 물질적 성장을 다른 방식으로 (또는 비슷한 방식으로) 성취하려는 열망을 꼽는다. 즉 물질적 성장과 풍요가 (방식은 다르지만) 공통된 목표였던 것이다.
3장은 성찰과 모색이다. 20세기 사회주의를 성찰하고 다른 길을 모색한 여러 흐름들을 다룬다. 주되게는 ‘국가’ 중심으로 왜곡된 20세기 사회주의를 극복하고 이름 그대로 ‘사회’ 중심 사회주의를 모색하며, 20세기 사회주의에 공통된 경제적 합리성을 넘어 생태적 합리성을 모색한다.
4장은 결론으로서 새로운 상식과 새로운 정치에 관해 저자의 견해를 제시한다.
저서 전반을 통해 사회주의의 정신적 뿌리와 원점에서부터 역사적 흐름까지 풍부하게 포괄하고 있다. 특히 많은 사람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흐름들에 주목한다. 초기 사회주의를 중요하게 다루고, 20세기 사회주의를 성찰하고 다른 길을 모색하는 다양한 흐름들에 주목한다.
저서 말미에 제시한 결론은 고민의 단초를 제공할 뿐, 구체적 대안으로 나아가진 않는다. 당연할 것이다. 지금 누군가가 완결적 대안을 제시한다면 그는 신(神)이거나 허풍쟁이거나 둘 중 하나일 테니까. 저자가 결론에서 제시한 ‘좋은 삶’에 관한 새로운 상식은 우리가 다른 세상을 꿈꾸는 데 있어서 우회할 수 없는 근원적 질문이 될 것이다.
저자의 글은 언제나 방대한 연구와 지식을 바탕으로 하면서도 현학적이지 않고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쉽게 쓴다는 것은 제대로 알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현란한 수사를 배제하고 건조하고 담백하게 서술하는 것이 특징이기도 한데, 이 저서에서는 감성과 의지를 담은 적절한 수위의 수사도 구사한다. 감성과 의지가 없는 이론은 영혼이 빠진 기계와도 같을 것이다. 그렇다고 그가 의지주의자는 아니다. 어디까지나 차가운 두뇌에 적절한 심장의 온도가 담길 뿐이다.
저자는 언제 어디에서나 자기가 속한 정치조직의 이름을 숨김없이 내세운다. 단지 글쟁이가 아니라 소신과 자부심을 가진 활동가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에도 저자 소개에 '노동당 부대표' 직함이 명시되었다.
사회주의에 대한 협소한 이해에서 벗어나 다양한 흐름과 모색들을 접하는 데 있어서 훌륭한 입문서다. 다른 세상을 향한 미래를 함께 고민하려는 분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 이해를 돕기 위해
이 책은 입문서로 쓰여 졌고 저자가 친절하게 서술했지만 방대한 역사를 압축했기 때문에 결코 만만한 내용은 아니다. 이를 소화하기 위해서 보완 학습이 필요할 것이다. 이 책에서 소개한 자료들을 모두 읽어본다면 가장 좋겠으나 쉬운 일은 아니다. 그 중에는 국내에서 접할 수 없는 것들도 있다. 그보다는 여기서 다룬 흐름들의 역사적 배경에 관해 학습하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사실 이 책만이 아니라 사회주의 전반을 다루는 데 있어서 역사적 배경을 인식하는 것은 꼭 필요하다. 사회주의 이념/운동의 상당 부분은 유럽과 근대에서 비롯되었다. 그래서 싫든 좋든 유럽 근대사를 공부할 필요가 있다. 특히 독일과 프랑스의 서로 엇갈리는 역사를 인식한다면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이에 관해서는 나중에 다룰 기회가 있기를 바란다.
[ 구형구 (노동당 중앙당 조직실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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