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범 열사 노제에서 권영국 변호사가 낭독했던 조사를 직접 받아 올립니다. |
출처 : 최용님 페이스북에서 https://www.facebook.com/seoullabor
[조사]
최종범 동지여, 노동해방열사여!
권영국(삼성전자서비스 최종범 열사대책위 공동대표, 변호사)
최종범 동지여, 보이십니까?
당신을 죽게 만든 노동탄압의 심장부, 삼성전자 본관 앞입니다.
당신의 동료들을 너무도 힘들게 만든 자본의 심장부가 보이십니까?
최종범 동지여, 55일 동안 차가운 냉동고 속에서 얼마나 추우셨습니까?
이제 배고픔은 좀 면하셨나요?
이제 동지들의 모습을 보기가 좀 편안해졌나요?
우리들이 열사에게 도움이 되었나요?
열사가 남긴 가족들의 가슴에 맺힌 한들이 조금이라도 풀어졌을까요?
열사투쟁을 마무리하고 장례를 치루는 지금 밀려오는 복잡한 느낌입니다.
나는 부끄럽지 않았냐고
우리는 부끄럽지 않냐고
삼성은 아직도 자신을 드러내지 않았고
열사의 죽음에 책임이 없다며 손사래를 치고 있는데
우리는 투쟁의 공과(功過)를 얘기하고 있는 건 아닌가요?
싸움은 시작되었으나 그것은 시작이었을 뿐입니다.
열사가 몸을 던져 만든 불씨였습니다.
우린 역부족이었고 우린 여전히 미숙했습니다.
삼성을 굴복시키기는커녕 삼성의 민낯을 제대로 벗겨내지도 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송구합니다.
동지여! 미안합니다.
하지만 열사의 짧은 유서로 인해 우리 사회는 삼성을 주목하기 시작했습니다.
초일류기업으로서의 삼성이 아니라 화려한 로고에 가려진 노동과 인권 탄압의 실상에
주목하기 시작했습니다.
대한민국 경제의 30%를 장악한 삼성을 바꾸지 않고서는
우리 사회가, 우리나라가 올바른 사회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이제 조금씩 알아가기 시작했습니다.
삼성을 바꾸지 않으면 세상을 바꿀 수 없고,
우리의 삶을 바꿀 수 없다는 사실을 열사의 희생으로 깨닫게 되었습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열사가 남긴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그 진정한 마음을.
잊지 않겠습니다.
자신의 목숨을 던져 삼성을 바꾸고 세상을 바꾸고 싶었던 그 간절함을.
이제 아쉬움과 원통함을 저희에게 남기고 편히 가소서!
삼성전자서비스지회 동지들이 최종범이고,
금속노조가 최종법이고,
민주노총이 최종범이고,
연대하는 수많은 동지들이 최종범입니다.
열사는 여기 이 자리에 모여 당신의 뜻에 공감하는 사람들의 가슴에서
영원히 살아갈 것입니다.
“전 전태일님처럼 그러진 못해도”라고 말했던 겸손한 동지!
그대가 진정 전태일이었습니다.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삼성에 맺힌 한을 여기에 훌훌 털어버리고
자유로운 영혼으로 날아가소서! 편히 가소서!
종범아!
동지여!
노동해방열사여! 전태일이여!
우리가 잇겠습니다. 싸우겠습니다.
2013. 12. 24.
삼성전자 본관 앞 노제에서....